[아시아초대석]신용길 "IFRS17 준비 빠듯…2023년 연기땐 완벽 대비"
보험 2022년 IFRS17 도입 부담
보험부채 원가 대신 시가로 평가
변동성 업황부진 우려요소에
"국내구조 취약, 충분한 시간 필요"
美·유럽 등 해외 8개 기관과 함께
국제회계기준위원회에 연기 건의
신지급여력制도 국내시장 고려해야
내년 1월 손해사정사 선임권 강화
보험·헬스케어 다양한 상품 마련
불건전영업행위 원인 모집수수료制
분급 지급형태 바꿔 제도개선 주력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생명보험협회를 포함해 유럽 등 해외 8개 기관이 함께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에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시행을 추가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했습니다. 초저금리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생명보험사들에게 충분한 준비 기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보험업계 대표적인 '재무통'로 손꼽히는 신용길 생명보험협회 회장은 이미 보험사의 발등에 불똥이 떨어졌다고 우려했다. 최근 포화상태에 달한 보험 시장이나 손해율 악화로 인한 업황 부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충격이 다가오고 있다는 경고였다.
2020년 협회 '창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23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한 새 회계기준이 보험업계에 '전무후무(前無後無)'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10년물 금리가 지난해 말 1.94%에서 올 하반기 1.17%까지 떨어졌을 정도로 현재 우리는 급격한 금리하락을 경험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러한 저금리 추세는 더 심화될 것"이라면서 "IFRS17 도입은 고금리확정형 상품, 장기보험계약의 비중이 높은 보험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클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2022년 시행을 앞두고 있는 IFRS17는 현재 원가로 평가하는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저금리 시기 고금리로 판매된 상품은 계약 기간 동안 가입자에게 돌려줘야 할 이자가 많은데, IFRS17은 이 차이를 모두 부채로 계산하게 된다.
이처럼 부채 규모의 변동 가능성이 늘어나고 업황 부진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나빠지면, 보험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자본적정성 지표가 하락할 수 있다. 재무부담을 줄이려면 자본확충을 해야하는데 증자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보험사는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IASB는 IFRS17 시행 시기를 당초 2021년에서 2022년으로 1년 연기한 개정 공개초안을 지난 6월 발표한 바 있으며 최종 기준서는 내년 상반기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반면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시행을 늦추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9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보험부채 시가평가와 신지급여력제도 전환이 보험업계에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도 "더 이상 미룰 수 만은 없는 과제"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신 회장은 "국내 보험부채 구조의 취약성을 고려할 때 제도 시행이 어려울 수 있다"며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IASB에 지난 9월 건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포함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와 유럽까지 IFRS17 시행을 2023년으로 연기하는 것에 동의했다"며 "국제적 동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재무보고자문그룹(EFRAG)은 최종 기준서에 대한 유럽 의회 승인절차를 고려할 때 IFRS17의 2023년 시행이 현실적이라는 의견을 IASB에 제출한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IASB의 기준서가 나온 후 의회 승인까지 짧게 잡아도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2022년 내 시행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또 신 회장은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 시기 역시 글로벌 보험자본규제 개편 추이를 반영하고, 국내 자본시장과 외환시장 여건, 보험사 경영상황 및 수용능력 등을 충분히 감안해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가 주관하고 있는 '보험 자본건전성 선진화 추진단'은 유럽이 2016년에 도입한 시가평가 기반의 지급여력제도인 '솔벤시(Solvency) II'를 감안해 K-ICS 도입을 위한 충분한 기간을 설정하고 필요시 지급여력(RBC)를 병행하는 등 방안을 지난 6월 발표했다.
신 회장은 "올해 2차로 진행한 K-ICS 계량영향평가 결과와 내년 3차 계량영향평가 결과 등을 고려해 업계에서 감내할 수 있는 신지급여력제도가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연착륙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신 회장은 내년 1월부터 소비자의 손해사정사 선임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사의 손해사정 관행이 보험금 지급거절, 삭감 수단으로 이용된다는 지적에 따라 손해사정 업무위탁와 손해사정 선임 등에 관한 모범규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지난달부터 손해사정사 선임 제도 시범운영을 통해 축적한 실적을 바탕으로 프로세스 보완 후 정식 시행할 예정"이라며 "소비자는 한국손해사정사회에서 손해사정사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으며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한 경우에는 보험사가 동의시 해당 선임비용을 보험사에서 부담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보험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접목해 소비자 편익을 높이고 전 생애에 걸친 라이프케어 파트너로서 보험산업의 역할이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올해는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의 초석이 마련된 의미있는 해였다"며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 가이드라인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ㆍ판매 가이드라인이 나오면서 헬스케어를 접목한 다양한 보험상품 및 서비스 출시가 가능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추가적인 규제 개선 등 법ㆍ제도적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계획"이라며 "헬스케어 서비스 활성화의 키포인트는 스타트업과 협업에 달려있는 만큼 스타트업이 함께 참여하는 세미나와 간담회를 개최해 협업의 기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불건전영업행위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되는 모집수수료제도 개선에도 힘을 쏟겠다고 했다. 신 회장은 "새로 보험 계약을 체결하면 높은 판매수수료를 받아 소비자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다시 계약을 체결하는 행태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계약 초기에 집중됐던 보험모집 수수료도 분급해 지급하는 보험업감독규정 개정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신 회장은 지난 10일 전체 생보사 CEO들과 함께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한 자율 결의를 한 바 있다. 그는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판매문화를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업계 스스로가 노력을 통해 불완전판매를 줄여나가야 한다"며 "그래야 소비자들이 보험사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보험사기에 대해서는 제도적 개선과 함께 사전예방 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험사기특별법 내 보험사기범에 대한 계약해지나 환수근거, 처벌강화, 공ㆍ민영보험 자료 제공요청 공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행정처분 후 동일 장소에서 의료기관 개설을 제한하거나 의료인 정원요건 강화 등 사무장병원의 의료시장 진입규제를 강화하는 제도를 마련해 건보재정 안정성 확보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허위ㆍ과잉청구 등 연성사기도 보험사기로 처벌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널리 확산시키기 위해 대한안과의사회(백내장수술), 대한정형외과학회(도수치료), 대한치과협회(치조골수술) 등 의학단체와 공조를 통해 병원 계도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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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 이초희 금융부장 cho77love@
정리 = 오현길 기자 ohk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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