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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장관,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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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혐의 소명… 사표 제출 조치 취해"
소명은 증명보다 낮은 정도의 심증 단계
증거재판주의 정식재판서 통할지 미지수
사표가 적절한 조치였는지는 다툼 여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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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성필 기자]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감찰 중단 의혹을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은 향후 정식 재판의 전초전 성격이었다. 감찰 중단 결정 자체가 '범죄'라는 검찰과 '정무적 판단'이란 조 전 장관 주장이 첨예하게 맞섰다. 이 구도는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어느 한 쪽으로 급격히 기울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기각이란 법원의 일차적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균형은 유지됐다. 현재로서는 1심 결론이 나기 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감찰 중단이냐, 종료이냐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은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이던 2017년말 유 전 부시장(당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중단시켰느냐다. 검찰은 전직 특감반원들로부터 "조 전 장관 지시로 감찰이 중단됐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그에게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조 전 장관 측은 이에 "금융위 이첩으로 결정한 것이지, 감찰 중단은 없었다"며 "법적 책임은 없다"고 맞섰다.

검찰과 조 전 장관 양측 주장을 종합하면 당시 특감반은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 재직 시절 업체들로부터 뇌물을 받은 비위 사실을 포착하고 감찰에 착수했다. 총 책임자였던 조 전 장관에게는 모두 네 차례 보고서를 올렸다고 한다. 양측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4차 보고서다. 검찰은 4차 보고서가 중간보고서라고 주장하고 있고, 조 전 장관 측은 사실상 최종보고서였다는 입장이다. 검찰 주장대로라면 감찰 중단, 조 전 장관 측 주장대로라면 감찰 종료가 되는 셈이다.


검찰이 조 전 장관에 대한 영장 청구서에 적시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는 감찰 중단을 전제로 한다. 민정수석이란 직권을 남용해 감찰이란 특감반원들의 권리행사를 방해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측 말처럼 감찰 종료였다면 범죄 혐의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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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심리한 서울동부지법 권덕진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판단을 했다. 권 부장판사는 "이 사건 범죄 혐의가 소명된다"고 했다. 다만 어디까지나 '소명'이다. 국어사전에 실린 소명의 정의는 이렇다. '법관이 당사자가 주장하는 사실이 확실할 것이라고 추측을 하는 상태.' 증명보다 낮은 심증 정도의 의미가 있다. 때문에 증거재판주의라는 형사소송법 대원칙에 따라 진행되는 정식 재판에서도 검찰 주장이 받아들여질 지는 알 수 없다.

사표 제출이 불러온 무마 의혹

검찰은 청구한 영장에 조 전 장관이 유 전 부시장의 비리를 알고도 사표를 받는 선에서 끝냈다는 내용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서 나온 단어가 '무마'다. 분쟁이나 사건 따위를 어물어물 덮어 버렸다는 뜻이다. 이 사건의 또 다른 이름이 '유재수 감찰무마'인 이유이기도 하다.


조 전 장관 측은 무마 의혹에 대해 "감찰이 끝나고 수사 의뢰를 할 거냐, 감사원에 의뢰할 거냐, 아니면 (유 전 부시장의) 해당 소속기관(금융위)에 이첩을 할 것이냐를 놓고 최종적으로 올라온 의견에 대해 소속기관 이첩으로 결정했다"고 했다. 또 "금융위에 이 사실을 알려주고 그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라는 게 조 전 장관의 결정이고 지시사항이었다"고 밝혔다. 감찰 무마도 없었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권 부장판사는 감찰 무마에 대해선 유무죄 관련, 즉 소명과 같은 표현을 쓰지 않았다. 영장 기각 사유를 통해 한 차례 언급했다. "범행 당시 피의자가 인식하고 있던 유 전 부시장의 비위내용에 대해 사표를 제출 받는 조치가 이뤄진 점 등에 비춰 구속해야 할 정도로 범죄의 중대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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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전 장관에 앞서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1심 판결문에는 이번 감찰 무마와 같은 공직자 직무 감찰에 대한 법원 판단이 담겨 있다. "민정수석이 고위 공직자의 비위 행위를 발견하거나 그런 행위가 의심되는 명백한 정확이 확인되는 경우 감찰에 착수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 그런 다음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직무상 의무가 있다."


우 전 수석은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의 비위 행위를 인식하고도 감찰하지 않아 재판에서 직무유기 혐의가 인정돼 유죄를 선고받았다. 조 전 장관의 경우 사표 제출이란 조치가 이뤄졌지만, 적절한 조치였는지에 대해서는 향후 다툼의 여지가 있다. 우 전 수석 1심 재판부가 감찰 처리 절차에 대해 적시한 내용은 조 전 장관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대목이다.


본게임은 이제부터

검찰은 조 전 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소명된다고 판단한 만큼 보강수사를 통해 다시 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우 전 수석도 세 차례 영장이 청구된 끝에 구속된 전례가 있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권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영장을 재청구하기보다는 법원의 뜻을 수긍하면서 불구속 기소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검찰은 향후 기소 때 조 전 장관에 대해 직무유기 혐의도 적시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법원의 유죄 판단을 끌어내기 위해 증거와 법리를 탄탄하게 다지는 데 더욱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직권남용죄는 5년 이하 징역, 10년 이하 자격정지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직무유기죄 형량은 징역 1년 이하에 불과하다.


반면 조 전 장관은 불구속 상태로 방어권을 안정적으로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정식 재판에서 검찰과 치열한 법리 공방이 예상된다.




조성필 기자 gatozz@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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