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객 제압한 소방관 벌금형 '정당방위' 논란…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취객 제압 나선 소방관, 폭행 혐의로 벌금
정당방위 여부 놓고 갑론을박
재판부 "정당방위 요건 갖추지 못해"
폭행 등 '매맞는 소방관'…가해자 처벌은 '솜방망이'
[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취객 제압에 나선 소방관이 상해 혐의로 벌금형에 처해지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치열하다. 소방관의 행위는 정당방위라는 주장과 명백한 폭행이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른바 '매맞는 소방관'이 늘고 있다며 이 소방관의 행위는 불가피한 조처라는 주장도 있다.
전주지법 제3형사부(방승만 부장판사)는 24일 상해 혐의로 기소된 소방관 A(34)씨에 대해 유죄 의견을 낸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전날(23일) 오전 11시에 시작해 자정을 넘겨 새벽 2시30분에 종료했다. 재판 시간만 15시간 30분으로 이례적으로 장시간 이뤄졌다.
이는 해당 재판의 쟁점인 정당방위 여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있었던 것으로 풀이된다.
사건의 발달은 이렇다. 과거 심장혈관 조영술을 두 차례 받은 B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해 9월19일 오후 7시40분께 심장 통증을 호소하며 119 구조대를 통해 1시간 거리의 전북대학교병원으로 이송을 요청했다.
출동한 A씨와 구급대원 2명은 심전도 검사, 혈압·맥박 검사 등에 나섰다. 생체징후 측정 결과 B씨에게 특별한 이상이 없자 "가까운 병원으로 데려다주겠다"며 B 씨가 당초 요청한 병원이 아닌 다른 병원을 설명했다.
그러자 분개한 B씨가 욕설하며 때릴 듯이 위협했고, A씨는 주차된 화물차 적재함 쪽으로 B씨를 밀치며 제압했다. 이 과정에서 A 씨는 발목 골절 등 전치 6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이 사건과 별개로 당뇨 합병증을 앓다가 지난 10월 사망했다.
문제는 이런 A 씨 행동이 과연 정당하냐는 것이다. 검찰은 A씨 행위가 과도했다고 판단해 벌금 1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직권으로 이 사건을 정식재판에 회부했고, A씨는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
검찰과 A씨 측은 국민참여재판에서 A씨의 제압 행위로 인해 B씨가 발목 골절상을 입었는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검사는 A 씨 행위가 정당방위가 아닌 폭행이라고 봤다. 검사는 "A씨는 소방관의 바디캠 영상에서도 볼 수 있듯 쓰러진 B씨 위로 올라가 피해자의 가슴을 16초 동안 짓눌렀다"며 "이런 A씨 행위는 B씨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는 선을 넘어서는 과도한 공격 행위였다"고 강조했다.
반면 A씨 변호인은 B씨와 어머니가 귀가하던 중 포착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며 "발목 골절상을 입은 사람이 이렇게 자연스럽게 걸을 수 없다"며 "사건 현장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골절상을 입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또 A씨 변호인은 A씨의 무죄를 주장하며 '정당방위'를 주장했다. A 씨 변호인 측은 "이번 사건은 B씨의 위협적인 행동으로 자신의 신체에 대한 부당한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볼만한 사안이어서 A씨가 행동에 나선 것"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검찰 주장과 배심원단의 평결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 행위와 B씨 골절상 사이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된다"며 "당시 여러 가지 정황, 폭행 행위의 경위 및 내용 등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소방관 행위에 대해 정당방위라는 주장이 있다. 출동현장에서 폭언·폭행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의 격무를 잘 모른다는 지적이다.
최근 5년 간 폭행을 당한 소방관 수는 1000명을 넘어섰지만 가해자 구속은 5.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방관을 폭행한 사람 20명 중 1명 정도만 구속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9월 대안정치연대 정인화 의원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출동현장에서 폭행을 당한 소방공무원은 최근 5년간 1051명이다. ▲2014년 148명 ▲2015년 222명 ▲2016년 226명 ▲2017년 210명 ▲2018년 245명이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237명(23%)으로 피해가 가장 많았다. 경기 237명(21%), 인천 58명(6%)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폭행피해는 현장출동이 가장 많은 소방사가 459명(43.8%), 소방교는 392명(37.4%)으로 하위계급이 많았다.
소방공무원에 대한 폭언·폭행은 현행 소방기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러나 가해자 대부분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또 벌금형이 432건(46.5%)으로 절반에 달했다. 집행유예를 받은 경우가 269건(29%), 기소되지 않는 경우도 100건(13.6%)이었다. 가해자가 구속된 경우는 5.5%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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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의원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에 대한 폭언과 폭행은 소방관들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줄 뿐만 아니라, 국민의 피해로 이어진다"면서 "소방공무원에 대한 위협을 엄단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처벌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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