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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답없는 車노사관계]무너진 '모범勞使' 르노삼성…부산 '제2의 군산'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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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연말 전면파업 돌입
작년부터 노사 갈등 격화…줄어든 생산에 하청 노사 갈등 유발 악순환
한국GM·기아차도 아직 임단협 안 끝나…무분규 日도요타와 대비
자동차 강국 獨, 파업 요건 찬성률 4분의3으로 韓보다 까다로워…전문가 "獨 파업 거의 없다"

[해답없는 車노사관계]무너진 '모범勞使' 르노삼성…부산 '제2의 군산' 사태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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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독일)=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 검토 단계에 들어간 르노삼성자동차는 사실 국내 완성차업계에서 노사 관계 우수 사례로 꼽힐 만큼 '우등생' 격이었다. 내년이면 르노삼성 출범 20주년인데 그동안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 결렬로 파업을 벌인 것은 4개년에 불과하다. 반면 2000년대 들어 현대차는 2007년, 2009년, 2011년과 올해를 제외하고는 매년 파업을 단행했고 기아차 역시 두 번을 빼고 매년 파업해 생산 차질을 초래했다. 일본의 도요타 노사가 1962년 이래 단 한 차례도 분규를 일으키지 않은 것과 극명하게 대조되는 국내 자동차 회사 노조의 현주소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은 최근 사석에서 "부산 공장은 르노그룹 전 세계 공장 가운데 임금 수준이 가장 높고 노동 유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진다"면서 "프랑스 본사에서 르노삼성 노사 갈등 장기화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고 이로 인해 해외 수출 물량 확보도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격심해진 노사 갈등으로 생사기로에 놓일 만큼 경영 위기를 겪고 있다. 르노삼성 자체도 문제이지만 수십 개에 달하는 부품 협력사와 부산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는 점이 르노삼성 부산 공장 일대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민관이 검토에 착수한 배경이다.


단적인 사례로 르노삼성 납품 비중이 100%인 A사는 재고 없이 2시간 내 실시간으로 부품을 공급한다. 올해처럼 파업이 장기화하면 생산 감소분만큼 납품 물량이 줄어든다. 이는 실질 근로시간 단축으로 이어지고 매출이 급감한 탓에 수당도 지급하지 못하게 돼 또 다른 노사 갈등을 야기하는 악순환에 빠진다. 르노삼성에서 파업 여부를 협력사에 알려주지 않아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며, 이에 따라 구체적인 휴무 계획을 세울 수 없어 고용노동부에 고용 유지 지원금을 신청하고 싶어도 신청 자체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노사 갈등이 변수가 아닌 상수로 자리 잡는 분위기 속에 부품 협력사들은 타 완성차 업체로 판로 다각화에 나섰지만 르노삼성향 매출 비중이 클수록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일부 업체는 공장 매각이나 사업 철수까지 검토하는 실정이다.


지역 경제는 '제2의 군산' 사태를 우려하는 처지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르노삼성의 매출은 부산 지역내총생산(GRDP)에서 비중이 8%를 웃돌며 부산 총 수출액의 2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대(對)미국 수출의 49%가 르노삼성에서 발생해 특정 지역 수출 기여도는 절대적이다. 또 르노삼성이 직접 고용한 인원은 4300여명으로 전체 협력사 고용까지 고려하면 최소 9000명의 지역 일자리가 르노삼성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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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런데도 르노삼성 노조는 이날부터 주야간 8시간씩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통상 국내 완성차업체 노사는 여름에 협상을 시작해 늦어도 가을께 합의를 마치는데 생산 수요가 몰리는 연말에 파업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이는 르노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GM과 기아차 역시 올해 임단협 협상을 아직도 매듭짓지 못한 채 노사 갈등을 거듭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도 파업을 저울질하고 있다. 노조 집행부 선거 일정으로 임단협 교섭을 내년으로 넘긴 한국GM은 파업권을 확보하고 언제든 파업에 나설 태세다. 한국GM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간 노노 갈등의 여지도 있어 갈등을 풀 해법이 묘연하다. 올해 무분규로 임단협을 타결한 현대차와 달리 아직 협상 줄다리기 중인 기아차 노조는 지난주 부분 파업을 실시한 뒤 교섭을 재개한 상태다.


김준규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이사는 "글로벌 자동차 생산의 핵심 경쟁력은 인건비와 노동 유연성이다. 노사 관계가 이 두 요인을 좌우하는데 우리나라만 30년 넘게 매년 노사 분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선진국 주요 업체 노사는 과거에 위기를 겪으면서 일자리 확보가 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등 단기적 이득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협력적 노사 관계로 전환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완성차업체에서 유난히 노사 분규가 잦은 것은 우리나라 노사관계법과 제도가 노조에 우월한 교섭력을 주고 있어 관성 파업을 조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독일 베를린에 위치한 본사에서 만난 요아힘 다마스키 독일자동차협회 박사는 "독일은 파업 요건이 찬성률 4분의 3 이상으로 한국의 2분의 1보다 높고 임금 협상은 노사 간 2~3년 주기로 자율적으로 이뤄져 파업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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