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비 엇갈린 명동…포에버21 몰락, 지오지아는 재입성
16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전(前) 포에버21 매장 전경. 현재 홍콩계 SPA 브랜드인 식스티에잇이 임대해 팝업 스토어로 사용하고 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
[아시아경제 차민영 기자] 우리나라 패션 브랜드의 성패를 한눈에 볼 수 있는 명동상권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한국계 미국인 부부의 성공 신화'로 불렸던 패션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 포에버21이 문을 닫은 가운데 신성통상의 남성복 브랜드 지오지아가 2년 8개월만에 명동에 재입성한다.
◆SPA 성공신화의 초라한 마지막 행보= 23일 서울 중구 명동 쇼핑거리 중심에 위치한 전(前) 포에버21 매장. 며칠 전만해도 재고 처분용 정리 행사로 손님들이 붐 '한국계 미국인 부부의 성공 신화'로 불렸던 패션 SPA 브랜드 포에버21의 마지막 행보는 초라했다. 매장은 홍콩계 속옷 SPA 브랜드 식스티에잇의 임시 팝업 스토어로 대체된 상태다. 2층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 길목은 아예 폐쇄됐다. 매장을 방문한 20대 대학생 김지혜(23)씨는 "포에버21을 좋아했었는데 계속 운영하는 줄 알고 들어왔다가 실망했다"며 "비슷비슷한 느낌의 브랜드들이 많아 경쟁력이 높지는 않았던 것 같다"고 했다.
식스티에잇은 연말 쇼핑 대목을 맞아 기존 포에버21 1층 매장 일부만 1개월간 임대해 한시적으로 세일상품을 판매중이다. 매장 입지가 좋아 소비자 접근성이 높지만 건물 규모가 워낙 크다 보니 단기간 내 재계약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거기(명동 포에버21 매장)는 따로 부동산 관리하는 쪽이 있어서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소매 경기도 안 좋고 임대 계약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글로벌 패션업체 포에버21은 장도원(59) 회장 부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1984년 설립한 기업이다. '5달러 원피스' 등 초저가 전략으로 패스트패션 붐을 일으켰지만, 자라와 H&M 등 초대형 SPA 업체와, 마시모두띠를 비롯한 매스티지 SPA 브랜드들이 경쟁에 뛰어들며 쇠락의 길을 걸었다. 지난 9월 미국 현지서 파산신청 이후 회생 절차를 밟고 있다. 미국 전역 매장 549곳 중 최대 178곳을 폐쇄할 계획으로 전세계적으로는 한국 포함 350여곳을 정리할 계획이다.
홍희정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코리아 뷰티ㆍ패션부문 수석연구원은 "국내 의류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H&M, 자라와 같은 글로벌 대형 SPA, 마시모두띠와 같은 매스티지 브랜드들이 한국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오지아 영토 확장, 명동에 플래그십 스토어= 소규모 SPA들이 시들해진 가운데 정장 대신 세미 슈트, 코트 대신 캐주얼한 아우터를 선호하는 남성들이 늘어나며 지오지아는 명동 쇼핑거리 일대에 2층 규모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한다. 신성통상 관계자는 "지난 2017년 명동 지점 폐쇄 후 2년 8개월만에 지오지아가 1월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계획"이라며 "여러 상권을 검토한 결과 명동상권이 가장 우리 브랜드에 어울린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다. 전국 지오지아 매장도 145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지오지아사업부는 메인 남성복 브랜드인 지오지아를 통해 남성 정장과 세미 수트, 캐주얼한 어우터 의류 등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 외 2017년 2030세대를 타깃으로 한 컨템포러리 브랜드인 R지오지아를 론칭해 발빠르게 타깃 고객을 확대했다. 특히 내년 가두점포 확장을 염두에 둔 만큼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낼 수 있는 공간 수요도 늘었다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남성복 시장에서 정장 대비 캐주얼 의류 수요가 늘어나는 트렌드도 지오지아 사세 확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트렌드리서치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8년 기준 21조4000억원 규모의 남성복 시장 내 캐주얼복 비중은 36.0%로 2015년(31.6%) 이후 3년 연속 늘었다. 같은 기간 정장 비중은 2016년 22.3%에서 2018년 19.6%로 2년 연속 쇠퇴했다.
스포츠 의류와 SPA 패션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된 명동지역에 남성복 브랜드가 진출한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ABC마트와 슈마커, 레스모아 등 신발 멀티브랜드 편집숍을 비롯해 휠라, 나이키, 아디다스 등이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렸다. 자라와 H&M, 스파오, 에잇세컨즈 등 SPA 브랜드들도 경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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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관계자는 "명동 한복판에서 벌어진 포에버21의 쇠락, 지오지아의 선전은 SPA 브랜드 재편과 남성복 시장의 확대라는 두가지 트렌드를 동시에 보여주는 현상"이라며 "명동 상권을 점령한 SPA와 스포츠 브랜드와 남성복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시도도 관전 포인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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