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한컷]과도한 PF 규제
[아시아경제 임정수 기자] 금융위가 발표한 '증권사 부동산 PF 익스포저(PF대출+채무보증) 건전성 관리 방안'은 당국이 내놓을 수 있는 규제책을 총망라해 놓았다. 이중·삼중의 족쇄를 채워 부실 가능성을 사전에 봉쇄하겠다는 의도다.
당국은 PF채무보증의 위험계수를 상향 조정하는 방식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을 강화했다. 요주의 여신은 물론 정상 여신에 대한 충당금 적립률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유동성관리 기준도 신설됐다. 증권사는 부실 발생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1년내 만기 도래하는 PF부채와 보증 전체에 대한 상환 자금을 현금성자산으로 보유해야 한다. PF채무보증 총액이 자기자본의 100%를 넘지 못하도록 하는 총량규제도 도입했다. 초대형투자은행(IB)을 포함한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 대부분의 PF보증액이 100%에 근접한 것을 고려하면 더 이상 익스포저를 늘리지 말라는 얘기로 해석된다.
이번 규제 방안은 모두 서로 다른 내용의 규제로 보이지만 중복 요인이 많고, 부실 예방적 차원의 규제라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과도하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무엇보다 총량규제는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낳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안전한 선순위 PF 비중이, 중소형사는 상대적으로 부실 가능성이 큰 중·후순위 비중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부실 가능성과는 무관하게 모든 PF 익스포저에 같은 규제를 일괄 적용해, 손실 위험이 높은 중소형사보다 손실 감내력을 보유한 대형사가 PF를 줄이거나 늘리지 못할 공산이 커졌다. 중소형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위험수위가 높은 익스포저를 늘리게 된다면 PF에 대한 규제가 적절히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다.
또 NCR 및 충당금 규제 강화로 PF에 따른 자본비용이 올라가면 증권사들은 수익성이 더 좋은 PF 투자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허용된 PF 익스포저 한도 내에서 수익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최대한 위험을 감수할 것이라는 얘기다. PF 부실 위험을 줄이려는 목적의 규제가 오히려 리스크를 키우는 일종의 '풍선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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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규제는 시장의 합리적인 수익창출 기회를 박탈한다. 부실 봉쇄를 위해 만든 규제가 오히려 건전한 수익까지 봉쇄하는 셈이다. 또 정치하지 않은 총량규제는 오히려 다른 위험을 늘리는 시장왜곡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에 대한 정부의 부정적 시각이 이번 PF 규제안에 과도하게 녹아들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실을 적절히 예방하면서 시장의 수익기회를 박탈하지 않는 선에서 규제안 조정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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