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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준영의 도시순례] 기업천국 충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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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규제 강화로
인접한 충남에 기업들 몰려
경기ㆍ서울 이어 GRDP 3위 도약

천안ㆍ아산ㆍ서산 등 북부권
수도권 근접 지리적 이점에
1인당 GRDP 남부권의 2배
충남 지역내 불균형 심화
내포신도시 조성 등
남부 발전 나섰지만 여의치 않아

정책ㆍ제도로 억지로 막으면
균형발전 못 누려
혁신도시 미미한 성과
반면교사 삼아야

[최준영의 도시순례] 기업천국 충남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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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이라는 단어는 매력적으로 들린다. 모두가 공평하게 발전의 혜택을 누린다는 개념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문제는 발전이라는 개념 자체에 집중이라는 전제조건이 녹아있다는 점이다. 튀어나온 볼록렌즈가 빛을 한곳으로 모아 종이를 태울 수 있듯이 무엇인가 집중된 곳에서 발전은 시작되고, 그 발전은 집중을 가속화시키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는 지난 60년 동안 이런 경향을 완화시키고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


수도권으로 대표되는 특정 지역의 쏠림현상을 완화하기 위해 정부는 수도권에 대한 각종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많은 기업들은 인접한 충청남도로 이전하게 됐다. 이렇게 기업들이 이전하면서 충남은 어떻게 변화했을까?

2016년을 기준으로 할 때 충남은 지역내총생산 117조원으로 전국 총생산의 약 7%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경기도 373조원(22.7%), 서울 359조원(21.9%)에 이어 전국 3위에 해당하는 성적이었다. 우리가 대표적 산업지역으로 인식하고 있는 경상남도(108조원ㆍ4위)와 울산광역시(72조원ㆍ8위)를 훌쩍 뛰어넘은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곳이 충남이다.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 역시 4984만원으로 전국 평균 3204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어떻게 충남은 이렇게 산업중심지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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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은 1990년대부터 천안, 아산, 서산, 당진 등 북부권 아산만벨트를 중심으로 수도권 공장신설 규제를 피해 대규모 기업들이 자리 잡으면서 제조업분야의 급속한 성장을 이루게 되었다. 수도권과 인접해 기존 수도권의 고숙련 근로자의 이동이 상대적으로 용이했으며 거대 수요처로 부상한 중국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점을 활용한 당진항, 대산항 등의 개발이 이러한 성장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천안과 아산에는 IT 및 자동차 기업들이, 서산과 당진에는 석유화학과 철강 기업들이 밀집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삼성SDI,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들이 집중적으로 입지함에 따라 충남은 점차 물적ㆍ인적자본이 축적되고, 높은 수준의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는 수준으로 성장했다.


아쉬울 것이 없어보이는 충남의 경제적 상황 이면에는 나름대로의 고민이 숨어있다. 지역내 격차이다. 충남이라는 행정구역 내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역 간 격차가 매우 크다는 사실은 외부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2014년을 기준으로 할 때 북부권(천안ㆍ아산ㆍ서산ㆍ당진)의 1인당 GRDP는 약 6130만원으로 나머지 남부권의 약 3190만원에 비해 2배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지역 간 격차는 다른 지역보다 훨씬 크게 나타나는데 지역 간 격차를 의미하는 1인당 GRDP 변이계수의 경우 0.49로 전남(0.58), 충북(0.51)에 이어 전국 3번째로 나타나고 있다. 북부와 남부지역의 격차와 더불어 시군 지역의 격차도 큰 편이다. 시 지역의 1인당 GRDP는 약 5280만원인 데 비해 군 지역의 경우 약 3070만원으로 1.7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북, 강원 및 충북의 경우 군 지역의 1인당 GRPD가 시 지역보다 더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상황이다. 이러한 시군의 격차는 2000년 660만원에서 2014년 2200만원으로 3배 이상 확대됐다.


북부권에 인구의 60%와 총생산의 75%가 몰려있는 데 비해 남부는 40%의 인구보다 훨씬 적은 25%의 총생산을 기록하면서 지역내 격차는 충남에 있어서 극복해야 할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충남은 대전에 위치하고 있던 도청을 홍성군과 예산군의 경계지역에 내포신도시를 조성해 이전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이러한 추세는 쉽게 변화하고 있지 않다.


지역 간 격차 축소를 위한 노력은 반대로 북부권의 반대를 가져오기도 했다. 국가균형발전법에 따라 만들어진 지방자치단체의 지방투자기업 유치에 대한 국가의 재정자금 지원기준에 따라 운영되는 지방투자촉진 보조금 지원제도는 지방으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해 광역 및 기초지자체가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하는데 충남도는 이 비율을 북부권의 경우 수도권인접지역으로 분류해 도의 부담률을 30%로 낮추고 반대로 금산, 부여, 서천, 청양 등 성장촉진지역으로 지정한 곳에 대해서는 도의 부담률을 50%로 높였다. 이에 대해 북부권의 지자체들은 역차별적 조치라고 반발하면서 지원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역 간 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을 억제한 결과 기업들은 수도권 대신 다른 지역으로 이전했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그 결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수도권과 경계를 접하고 있는 충남의 북부권에 대한 이전과 투자가 집중됐으며, 이는 수도권의 실질적 확장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충남의 입장에서 보면 전체적으로는 성장의 과실을 향유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불균형이라는 상황을 맞이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겪고 있는 지역 간 격차의 지역판인 셈이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균형발전을 이야기하고, 발전된 지역의 기업과 시설을 낙후된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이러한 정책의 결과는 또 다른 쏠림 현상을 만들었다. 지역 간 불균형 해소를 위한 노력은 결과적으로 지역내 불균형으로 바뀌었을 따름이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전한 지역을 눌러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유도하는 방식은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이 일반화된 현 시점에서 더 이상 적용이 곤란하다. 국내에서의 이동보다는 국제적 이동을 선택하는 것이 기업에 더 유리한 상황이 된 지 오래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의 투자는 감소하고 고용 역시 줄어든다.


지역내 불균형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성장과 발전은 집적의 효과를 누릴 수 있는 특정한 곳에 집중돼 나타난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현상을 정책과 제도로 억지로 막는 것이 아니라 이런 발전의 성과를 모두가 누릴 수 있도록 하는 효과적 배분구조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전국적으로 만들어진 혁신도시가 당초의 기대와 달리 지역발전에 있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것은 이러한 기본적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일 것이다. 균형발전은 추진해야 할 목표이지만 그 방식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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