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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 아세안 속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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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세안칼럼] 아세안 속의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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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에서 한국은 요즘 잘나간다. 직접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정도다. 길거리에서 아들과 함께 한국어를 하고 있으면 친근함을 표시하면서 다가와 도와주려 하거나 한국어로 대화하려는 이들이 꽤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인?"이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한국어가 익숙해 그런 오해는 전혀 하지 않는다. 병원을 방문하건 택시를 타건 한국 드라마에 대한 심도 있는 질문을 하는 이들 또한 어렵지 않게 만난다. 싱가포르국립대학에서 처음으로 한국 정치학 강의를 개강한 지 두 번째 학기 만에 수강하는 학생이 쇄도하는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이제 잘나가고 있는 한국에 대해 새롭지는 않지만 몇 가지 꼭 짚어보고 싶은 부분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사람들에게 한국이란 어떤 국가일까?


우선 한국은 그들에게 더 이상 멀게 느껴지지 않는 국가다.


"주변을 보면 삼성 휴대폰에 LG 전자기기 등 온통 한국 제품을 쓰다 보니 한국에 대한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학생 중 한 명이 한국의 소프트 파워에 관한 토론에서 화두를 열었다. 이는 꼭 우리 기성세대가 1980년대에 일본 제품을 애용하며 성장한 것과 유사하다. 한류를 연구하는 학자들이 증가하면서 왜 한류가 특히 동남아에서 유행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한류 속에는 불교, 유교뿐만 아니라 기독교 정신도 모두 포함돼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때문에 한국 드라마 속 이야기가 그들에게 낯선 존재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의 대중문화는 그들에게 매우 세련되고, 체계가 잘 갖춰진 문화다.


또 많은 고초를 겪었음에도 계속 뚜벅뚜벅 일어나는 국가라는 점이다.


한국에 대한 관심은 대중문화를 넘어서고 있다. 적지 않은 이들이 한국의 다양한 분야를 알고 있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한국 정치와 역사에 대한 궁금증과 이해로 이어진다. 싱가포르의 경우 한국의 식민지, 한국전쟁 전후사에 대해 한국 학생들보다 상세하게 교과서에서 배운다. 한국의 끊임없는 시민운동, 촛불 집회, 일본 불매운동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다. 최근 몇몇 대중 영화를 통해 한국의 대표적인 민중 항쟁에 대한 이해도도 높다.


안타까운 점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도 매우 높다는 것이다.


인종차별주의, 한국 기업의 횡포에 대해 언급하는 학생도 꽤 많다. 외모지상주의이고 가부장적 태도가 높다고 이야기한다.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매우 높아 한국 대학으로 교환 프로그램을 다녀오는 싱가포르 대학 학생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한국 유학을 고려하는 이도 꽤 적지 않다. 그러나 교수와 제자의 권위 의식, 동남아인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편견에 커다란 실망과 상처를 안고 돌아오는 학생도 많다.


한국과 일본의 비교도 동남아 지역에서는 관전 포인트다. 아세안 속의 일본은 오랫동안 낮지 않은 위상을 차지하고 있었다. 동남아 지역에 거주하는 일본인도 많고, 크고 작은 기업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젊은 세대에게 한국 제품이 친근한 것처럼 기성세대에게는 일본 제품과 일본 문화가 매우 친근하다. 아세안에서 일본이라는 국가의 이미지는 긍정적이다. 최근 들어 한국 기업과 일본 기업의 근무 방식ㆍ처우에 대해 비교하는 학생도 꽤 있다.


최근 많은 한국 기업과 한국인이 아세안으로 진출한다. 학원을 차리기도 하고 식당을 개업하기도 한다. 사업도 한다. 그만큼 한국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도 어우러져 매우 바람직한 방향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세안을 그냥 하나의 개척 지역, 투자 지역으로만 생각하기보다 바람직한 이해와 교류가 이어졌으면 한다.


한국과 관련된 적지 않은 대립과 충돌을 아세안 국가에서 접하면서 지속 가능한 관계가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방법론을 논의할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 만시지탄이 아니길 바란다.


김혜진 싱가포르국립대학교 정치국제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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