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남녀 임금격차 46%↑…서울시 '성평등 임금공시제' 첫 시행

서울시립교향악단은 6.7%, 남녀 구분 없이 평가결과에 따라 지급

[아시아경제 오상도 기자] 서울시가 지난해 산하 투자ㆍ출연기관의 성별임금격차 현황을 9일 홈페이지에 공시했다. 지난 3월8일 '세계여성의 날'에 약속한 성평등 임금공시제에 따라 국내 처음으로 직급ㆍ직종ㆍ재직년수 등을 분석한 성별임금격차를 공개한 것이다. 한국은 2000년 조사 이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임금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이어왔다.

이날 공시에 따르면 22개 대상 기관의 성별임금격차는 46.42~-31.57%로 다양하게 분포했다. 다만 19개 기관의 지난해 성별임금격차는 대한민국 평균(2017년ㆍ34.6%)보다 작았다. 서울연구원(46.42%), 서울에너지공사(40.99%), 서울산업진흥원(37.35%)의 3개 기관만 이 선을 넘었다. 성별임금격차는 양(+)이면 남성이 여성보다, 음(-)이면 여성이 남성보다 평균 임금이 높음을 뜻한다. 예컨대 남성 임금이 100만원일 때 여성 임금이 70만원이면 격차는 30%, 여성 임금이 130만원이면 -30%가 된다.

서울시는 "서울연구원과 서울산업진흥원은 여성 비율이 높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2017∼2018년 대거 이뤄지면서 이 같은 격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은 업무에 종사하는 여성이 전환 대상자에 다수 포함되면서 일시적으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서울에너지공사의 경우 남성 재직기간(16년)이 여성(6년)에 비해 길고, 동일 직급에서 3분의 1이상 높은 임금을 받는 교대근무직을 모두 남성이 맡아 격차가 벌어졌다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에너지공사에서 교대근무직을 희망하는 여성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상위 직급 여성 비율이 높은 서울여성가족재단(-31.57%)과 서울장학재단은 여성임금이 남성 임금보다 높았다. 서울장학재단은 특정 성별 인원이 5명 미만이어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구체적 수치는 공개되지 않았다. 여성가족재단의 경우 남성 직원 10명 중 6명 이상이 시설관리직, 여성은 10명 중 8명 이상이 일반·연구직에 근무하고 있었다.

남녀 간 임금 격차가 적은 곳도 있었다. 서울시립교향악단(6.72%)은 남녀 구분 없이 평가결과에 따라 연봉액이 정해졌다. 여성 직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120다산콜재단(6.40%)는 남성 비율이 100명 중 14명 수준에 그쳐 여성 직원의 근속 연수가 높았지만 입사 때 남성의 평균 인정경력이 1.4년 더 높아 임금격차가 벌어졌다.

서울시는 여성 노동자 비율이 낮고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짧은 점이 근본적ㆍ구조적 문제라고 밝혔다. 실제로 평균 근속기간은 남성이 여성보다 7.7년 길었다. 이는 상위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아진다는 뜻이다. 규모가 크고 오래된 기관일수록 여성 비율이 낮고 여성의 평균 근속기간이 남성보다 짧은 경향이 뚜렷했다.

이번 공시의 대상은 2018년 만기 근무한 각 기관의 정원내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2만2361명이다.

서울시는 성평등임금자문단을 각 출연기관에 보내 컨설팅을 진행하고 성평등 임금공시를 정례화할 방침이다. 또 투자출연기관 소속 비정규직과 시 민간위탁기관으로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박원순 시장은 "이번 공시의 목적은 원인을 면밀히 분석하고 격차를 줄여나가는 데 있다"며 "누적된 관행을 바꾸고 인식을 전환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상도 기자 sdo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