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이냐 '무력'이냐…北美 연말 크리스마스 기싸움

北 "성탄절 선물, 뭐가 될지는 美에 달려"
트럼프 "무력 사용할 수 있다" 강력 경고
대화 교착 속 연말시한 다가오며 긴장 고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북한이 '크리스마스 선물로 무엇을 받을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라고 압박한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필요시 '무력 사용'도 불사한다는 입장을 내비치면서 북·미의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연말 이후 한반도가 최악의 '화염과 분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기로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2년 만에 '로켓맨'이라고 부르면서 비핵화 합의의 준수를 촉구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 참석차 영국 런던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옌스 스톨텐베르그 NATO 사무총장과의 조찬 회동 자리에서 취재진과 일문일답 중 "미국은 역사상 가장 강력한 군을 갖고 있다"며 "원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다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이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언급은 리태성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 명의의 담화가 나온 지 불과 몇 시간 후에 나왔다. 리 부상은 담화에서 '연말 시한부'를 재차 거론하며 "이제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 있다"고 했다. 미국의 태도 변화가 없을 경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력 사용과 로켓맨으로 되받은 셈이다. 북한의 추후 무력 도발을 묵인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비침으로써 '레드라인'은 넘지 말라는 경고장을 보낸 것으로 해석된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을 만나 얘기를 나누던 중 얼굴을 찡그리고 있다. <사진=AP연합>

임을출 경남대 교수는 "트럼프의 무력 사용 가능 언급은 북한이 요구하는 연말 시한의 새로운 셈법 제시에 대한 거부 의사를 사실상 시사한 것"이라면서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인다면 무력 대응도 불사하겠다는 경고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북한 강경파, 군부의 강경 반응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어떤 급에서, 어떤 수위의 반응을 보일 것인지에 이제 주목해야 한다"면서 "전례에 비춰볼 때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또는 군부에서 초강경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북·미 관계가 일촉즉발의 상황이던 2017년 화염과 분노의 시절로 되돌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임 교수는 "남북 관계 단절과 더불어 북ㆍ미 관계 단절이 예상 외로 빨리 닥칠 수 있음을 고려해 비상한 각오로 만반의 대응책을 준비하지 않으면 외교·안보 쓰나미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현상 유지를 위한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김동엽 경남대 교수는 "현재는 북·미 모두가 양보를 하기엔 내부 정치일정과 변수가 많고 그것도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면서 "하노이 노딜 이후 북한의 경직성은 말할 것도 없고, 미국도 탄력성이 없기는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면서 "양쪽 모두 적절한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현상 유지에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본다면, 트럼프의 발언은 적절한 긴장감을 통해 북한의 이탈을 방지하려는 사전 경고라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김동표 기자 letme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