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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리고 웃고 'V'자까지…학폭영상 부추기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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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멍드는 아이들 ②>

10대들 잔혹범죄 발생 잇따라…가해자 중 1명이 직접 촬영
폭력 영상, SNS 타고 빠르게 확산…폭력 과시문화 문제
피해자 입막는 도구로도 악용

때리고 웃고 'V'자까지…학폭영상 부추기는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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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유병돈 기자] # 중학생쯤 돼보이는 아이들이 또래 친구를 집단으로 폭행한다. 집중 구타를 당한 학생은 끝내 기절한다. 다음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다. 폭행을 하던 아이 중 한 명이 자신들을 촬영하는 휴대전화 카메라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브이(V)자를 그린다(대전).


# 한 여중생이 구석진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다. 이 학생은 연신 "잘못했어요", "죄송해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여고생으로 보이는 2명은 아랑곳않고 번갈아가며 폭행을 이어간다. 그 수위가 너무 잔혹해 웬만한 조직폭력배 못지 않다. 여중생이 울면서 빌어보지만 가해자들은 웃으면서 폭력의 수위를 높인다(전북 익산).

10대들의 잔혹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의 범죄가 고스란히 담긴 영상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와 빠른 속도로 유포된다는 점이다. 충격적인 영상을 본 아이들은 자신들의 폭력 행위를 자랑이라도 하고 싶은 듯 새로운 영상을 만들어 올린다.


이 같은 청소년 집단폭행 영상 대부분은 폭력 가해자 중 1명이 직접 촬영하고 SNS를 통해 공유하면서 확산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대전과 전북 익산에서 촬영된 영상은 가장 최근 사례일 뿐이다.


특히 지난 9월 경기 수원시의 한 노래방에서 여중생들이 초등생을 집단폭행한 사건은 누리꾼들을 분노케 했다. 가해자 일행이 촬영한 폭행 영상은 페이스북 등에서 빠르게 퍼졌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하루 만에 20만명의 동의를 얻었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 '관악산 여고생 폭행사건' 등도 이미 널리 알려진 청소년 잔혹 범죄다.

비슷한 사례가 전국에서 잇따르면서 '소년법 폐지'에 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수원 여중생 폭행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국민여론을 조사한 결과,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소년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통해 미성년 범죄자에 대한 형사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낮추는 6건의 소년법 개정안이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일각에서는 SNS가 청소년들의 폭력을 부추긴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자신들의 범행을 SNS에서 과시하는 문화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특정 온라인 사이트에서는 이 같은 영상물들이 버젓이 공유되기까지 한다. 청소년들의 범죄가 오프라인에서 나아가 온라인에서도 만연하게 퍼지고 있다.


최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아동ㆍ청소년 인권실태연구Ⅵ'에서 중학생 3775명 중 지난 1년간 SNS에서 욕설이나 모욕적인 말을 들은 청소년은 16.6%에 달했다. 밝히고 싶지 않은 사생활이 공개됐다고 밝힌 응답자는 6.0%, 성희롱 피해자는 3.0%, 따돌림 피해자는 2.5%였다.


학교 폭력 피해를 봤다는 학생들은 매년 늘고 있고, 그 잔혹성은 날이 갈수록 더해지고 있다. 학교 폭력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들은 피해자들의 입을 막는 도구로까지 악용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유병돈 기자 tamon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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