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고 목숨 잃기까지…심야의 '호러 알바'
24시간 매장, 폭언·폭행 무방비
참거나 경찰 신고가 전부
흉악범죄 노출, 사망 이르기도
심야노동자 31.4% 폭력 경험
탈출 통로·2인1개조 근무 필요
[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서울 강남구의 한 24시간 순댓국 가게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정모(28)씨는 지난달 한 손님에게 정강이를 걷어차였다. 술에 취한 손님이 대리운전을 불러주지 않는다며 정씨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다. 일행 2명까지 가세해 폭언을 했다. 그날 정씨는 더 큰 소란을 막기 위해 잘못한 일이 없는데도 고개를 숙여야 했다.
#서울 영등포역 인근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는 김영호(22)씨도 행패를 부리는 노숙자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 만취한 노숙자가 편의점에 진열돼 있던 물건을 바닥에 집어던지고 다른 손님에게 시비를 건 것이다. 저지하려던 김씨에게 손찌검도 하려고 해 경찰까지 불렀다. 김씨는 "술 취한 사람이 매장에 들어오면 겁부터 난다"면서 "스트레스가 심해 아르바이트를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일상이 된 24시간 운영 매장들. 그곳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생들은 폭언과 폭행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야간수당이라도 벌기 위해 늦은 밤까지 일을 하고 있지만 이런 '진상손님'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이들을 보호해줄 사회적 장치는 허술하기만 하다. 진상손님이 하는 말에 대꾸하지 말고 일단 참거나 경찰을 부르라는 게 업장 내 이루어지는 교육의 전부다.
때로는 흉악 범죄 대상이 되기도 한다. 2016년 경북 경산시 한 편의점에선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봉투값을 주지 않는 취객과 말다툼을 벌이다 흉기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취객은 집에서 흉기를 가져와 범행을 저질렀다. 지난해 10월 발생한 강서구 PC방 사건도 야간 아르바이트생을 대상으로 한 범죄였다. 범죄자 김성수는 사소한 말다툼을 이유로 아르바이트생을 무참히 살해했다.
각종 조사에서도 야간 아르바이트생이 자주 폭력에 노출됨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6년에 발표한 '심야노동 종사자 실태조사'를 보면 전체 응답자 507명 중 31.4%(159명)가 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폭력 유형(복수응답)은 언어폭력이 155명이었고, 18명은 물리적 폭력을 호소했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올해 7월 발표한 '야간 아르바이트' 현황에서도 4839명의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2%가 주간보다 야간 아르바이트가 더 힘들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24.5%는 '진상고객이 더 많다'는 이유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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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진상고객이 폭언이나 폭행을 할 경우 아르바이트생의 보호할 실질적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신정웅 알바노조 비대위원장은 "진상손님이 언제 범죄자로 변할지 알 수 없다"면서 "소방 비상구처럼 아르바이트생이 몸을 피할 수 있는 통로를 사업장에 의무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사업주의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능하면 야간에는 2인 1개조로 근무할 수 있도록 하고 보안업체가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놓아야 할 것"이라면서 "고용노동부도 이러한 내용을 사업주에 적극으로 교육하고 홍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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