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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성명에 화답한 美 국방‥북미 대화 풀리나

최종수정 2019.11.14 12:44 기사입력 2019.11.14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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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국무위 성명으로 美 압박 최고조
에스퍼 장관, 한미훈련 조정 제시
대화 빗장 풀릴지는 미지수
韓에는 지소미아 유지·방위비 공세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 [이미지출처=AP연합뉴스]


[아시아경제 백종민 선임기자]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신규 조정'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북한이 대미 압박을 최고조로 높인 직후다. 미국이 북ㆍ미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한 만큼 북측이 대화의 문에 걸었던 빗장을 열고 나올지 주목된다.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뤄진 북ㆍ미 간 간접 대화 방식이지만 미국이 북한의 요구에 화답했다는 의미로 보인다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한 외교 소식통은 "한미 간에도 연합훈련 조정에 대한 논의는 있었지만 미국 국방부 장관이 직접 이를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작지 않다"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의 이번 방한 목적은 15일 열리는 한미 안보협의회의(SCM) 참석이다. 그러나 에스퍼 장관이 보낸 메시지는 한국은 물론 북한에도 향해 있었다. 현안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가 불과 10일도 남지 않았지만 북한이 정한 대화 시한인 연말 내 협상을 재개하겠다는 미국 측의 강한 의지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은 1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직속의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 형태로 "미국의 분별 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삼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고 했다. 북한이 최고통치기구인 국무위원회의 대변인 담화를 통해 북ㆍ미 관계에 대해 언급한 것은 김 위원장 집권 이후 처음이다. 이번 담화는 지난달 5월 스톡홀름 북ㆍ미 실무협상 이후 네 번에 걸쳐 나온 북한의 대외 메시지와 격이 다르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메시지에 무게를 얹어 한미 훈련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 셈이다.


담화는 이어 "미국은 얼마 남지 않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북측이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언급한 한미군사훈련 축소 약속을 지킬 것을 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미 국무부 측이 연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전진시킬 의도가 있다고 밝힌 것도 한미 연합군사훈련 유예를 염두에 뒀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외교 소식통도 "한미가 연합군사훈련 유예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대화해왔다"고 평가했다.

이번 담화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북의 경고로도 해석된다. 그간 북측은 미 당국자들을 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에게만은 호의적 평가를 하며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메시지에는 그러한 내용이 배제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최대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북한의 핵실험ㆍ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유예 조치'를 자신들이 깨뜨릴 수 있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재를 뿌릴 수 있다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에스퍼 장관의 이날 발언은 이 같은 북한의 의도를 감지한 미국이 교착 상태에 빠진 북ㆍ미 대화를 견인하겠다는 결단일 수 있다. 앞서 미국 측은 한미 공군 연합훈련 축소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데이비드 이스트번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6일 "우리는 북한의 분노에 기반해 훈련을 시행하거나 규모를 조정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이에 비하면 이날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물론 에스퍼 장관은 그는 북ㆍ미 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을 "우리는 전쟁의 길에 있었다"고 회고하며 북에 대한 경고도 잊지 않았다. 훈련 확대 가능성도 함께 언급했다. 그럼에도 에스퍼 장관의 의도는 대화 쪽으로 기운다.


북측이 연일 미국 측의 변화를 요구하며 버티면서 상황은 북측에 유리하게 전개되고 있다. 의회에서 탄핵 공개청문회가 시작된 만큼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을 돌려 세울 외교 카드가 절실하다.


다만 북한이 제시한 '연말 시간표'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한미 연합군사훈련 추가 조정이 '선(先) 적대 정책 철회'를 요구해온 북한의 눈높이에 맞는 답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미국 측이 한미 연합군사훈련 문제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연계할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에스퍼 장관을 만날 예정이다. 문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과의 면담에서 GSOMIA 문제와 더불어 양국 현안인 한미 방위비 분담과 관련해서도 의견을 나눌 것으로 보인다.




백종민 선임기자 cinqange@asiae.co.kr김동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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