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3도' 얼어붙은 수능시험일…"선배들 힘내요" 수험생 녹인 응원전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고3 수험생이 후배들의 응원을 받으며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으로 입장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이정윤 기자] "선배, 솔직히 재수(再修)없어요! 화이팅!"

14일 오전 7시,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 앞은 영하 3도 강추위를 녹인 수험생 후배들의 응원목소리로 가득 찼다. 이날 서울, 경기 등에 한파특보가 발효되며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은 강추위가 들이닥쳤다. 하지만 경복고 앞은 중앙·동성고등학교 등 각 학교별 응원단의 응원열기가 추위를 무색하게 했다. 이들은 교가와 응원가를 부르고 북을 치며 긴장한 선배에게 힘을 보탰다. 새벽을 깨우는 북소리에 시험장에 들어서는 수험생들은 잠시나마 얼굴이 밝아졌다.

중앙고 1학년 박진한(17) 학생은 "응원을 위해 새벽 5시30분에 일어나 이 곳에 도착했다"며 "선배들이 오늘 떨지 말고 찍은 것 다 맞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동성고 2학년 윤기원(18) 학생은 "오늘 친구 5명과 함께 선배들을 응원하기 나왔다"며 "내년에 수능을 보게 되는데 후배들이 이렇게 나와 응원을 해주면 힘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수험생보다 일찍 경복고 고사장에 도착한 후배들은 손수 준비한 물과 손난로, 과자 등을 나눠주며 "선배님 화이팅입니다"라며 선배들을 격려했다. '선배~ 솔직히 좀 재수(再修)없어요'라고 적힌 현수막도 준비했다.

수험생 자녀 배웅을 위해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 김진희(47)씨는 "담담한 마음"이라며 "그동안 애써왔고 노력해력했으니 결과에 상관없이 수고했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4일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시험장 앞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생들과 함께 수능 응원을 하고 있다. /문호남 기자 munonam@

이날 7시30분께에는 조희연 교육감이 수험생과 응원전을 벌이는 학생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복고를 방문했다. 조 교육감은 "긴장된 시간을 보내왔을 우리 수험생 학생들이 차분하게 평소의 실력을 잘 발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학부모님들도 입시 전쟁을 함께 치르느라고 고생 많이했고 시험을 마치고 온 우리 학생들을 꼭 한번 껴안아 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같은 시간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도 후배들이 마중을 나왔다. 경복·동성·배문·중앙고등학교 등 용산고 시험장을 함께 쓰는 각 학교 후배 50여명은 북소리와 함께 '중앙', '경복' 등 학교 이름을 크게 외치는 특유의 응원 구호로 수험생 선배들을 맞이 했다.

14일 서울 용산구 용산고등학교 앞 중앙고등학교 후배들이 시험장으로 들어서는 선배를 응원하고 있다.

중앙고 후배들은 준비해둔 사탕과 커피음료 등을 건네며 응원전에 나섰다. 중앙고 2학년 서준혁(18) 학생은 "1학년때부터 수능 응원전에 참여하고 있다" "내년 이맘때 나도 수능을 볼텐데 긴장된 분위기에 적응하고 선후배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만들기 위해 참여했다"고 말했다. 경복고 1학년 홍다온(17) 학생은 "선배들이 긴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시험장을 찾은 학부모 이경애(47)씨는 "내가 시험보는 것보다 떨린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 탓에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되는데 수능 두번 보는일은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학부모 최애숙(53)씨는 "날씨가 추워져 따뜻한 죽과 핫팩 등을 챙겨서 시험장으로 보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다"며 "실수하지 않고 노력한 결과 얻길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청은 이날 교통상황과 질서유지, 문제지 운송·보관 등 수능 전 과정에 걸쳐 3824개 경비대상에 경찰 9284명(연인원)을 동원한다고 밝혔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