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8명, 평균 7.2일 못 쓴다
유급휴가 사용 촉진제도 악용도

지난 2003년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취지에 맞게 시행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지난 2003년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가 도입됐지만, 현장에서 취지에 맞게 시행하고 있느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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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윤경 기자] #직장인 6년 차 A(32) 씨는 10월 마지막을 앞뒀지만, 여전히 연차 8.5일을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는 연말까지 총 4일을 소진하지 못했다. A 씨는 "우리 팀은 연말이 가장 바빠서 겨울 휴가는 꿈도 못 꾼다. 그렇다고 평소 휴가를 자유롭게 갈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두 달에 한 번 쉴까 말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반기가 끝나면 6월 중 미사용 연차 사용 계획서를 내라고는 하지만, 이와 별개로 연차를 사용하려 '왜 이렇게 연차를 자주 쓰냐', '휴가 때 뭐 할 거냐'라는 등 팀장의 잔소리와 눈치에 시달려야 한다"고 토로했다.


#중소기업 B사 인사팀 차장 C(48) 씨는 옛날과 달리 많은 회사가 휴가 사용에 눈치를 보는 문화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팀장, 부장 등 중직책은 책임감 때문에 연차를 다 소진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연차를 내고 회사에 나와 근무하는 경우도 드물게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렇다 보니 사측은 직원들의 미사용 연차를 최소화하기 위해 샌드위치 데이 등 어중간한 평일은 의무 휴가로 부여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말을 앞두고 각 기업에서 유급휴가 사용을 촉진하지만, 직장인들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바쁜 업무로 연차 사용에 눈치가 보여 사실상 유급 휴가를 소진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근로자의 휴가 소진 활성을 위해 지난 2003년 연차 유급휴가 사용촉진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장에서 취지에 맞게 시행하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연차 유급휴가 사용 촉진제도는 근로자가 휴가를 소진할 수 있도록 기업이 권고하는 제도를 말한다.


해당 제도 실행 여부는 의무사항이 아닌만큼 사업주 재량에 따라 상이하다. 근로기준법 제61조에 따르면 연차 유급휴가 사용 만료 시점까지 소진하지 못했다면 연차 수당 청구권이 발생한다. 이에 기업은 근로자에게 사용하지 못한 연차에 대해 보상해야 한다.


반대로 기업이 사용 촉진 조치를 취할 경우, 미사용 연차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일부 기업은 이를 악용, 잔여 유급휴가를 촉진하면서도 막상 연차 사용을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평균 7.2일의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은 평균 7.2일의 연차를 소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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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포털 사이트 사람인이 직장인 722명을 대상으로 한 '올해 연차 소진 현황' 조사 결과 지난해 11월 초 기준, 10명 중 8명(79.1%)은 유급 휴가를 모두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또 연말이 다가왔음에도 불구하고 평균 7.2일을 사용하지 못했다.


미처 소진하지 못한 연차에 대해 대체 수당 등 여부를 묻자 전체 직장인의 과반이 넘는 64.5%가 ‘특별한 보상이 없다’고 응답했다.


사람인이 올해 조사한 또 다른 설문 결과를 살펴보면 직장인 40.9%는 마음 편히 쉬지 못했다. 휴가를 포기하는 이유를 묻자 '업무가 너무 많아서'(45.7%, 복수응답)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회사·상사의 눈치가 보여서'(39.6%),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32.5%), '실적, 성과에 대한 압박 때문에'(22.8%) 순이라고 답했다.


중견기업 D사에 재직 중인 실장 E(44) 씨는 "회사 특성상 주요 행사나 개발 프로젝트가 잡혀 있으면 연차 사용에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다"면서 "다만 사측은 이를 제외한 상황에서 연차 소진을 최대한 권고하고 있다. "고 말했다. E 씨는 "연차 미사용 시 수당으로 지급해야 하는데,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 문제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근로기준법상 사용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연차 휴일 사용을 제한하는 것은 위법으로 명시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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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통계·평가센터 주임 전문원은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노동시간이 매우 길지만, 휴가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여가시간도 상대적으로 적어 일과 여가의 불균형이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김윤경 기자 ykk022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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