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IT 미디어 강국이다. 2000년대 초반 초고속인터넷시장을 선도하며 얻은 자신감은 20년이 된 지금은 5세대 이동통신(5G)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를 통틀어 네이버나 카카오와 같은 토종 IT 기업이 구글, 페이스북과 같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는 국가는 정부의 관여도가 높은 중국과 러시아를 논외로 하면 체코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수년간 국내 IT 미디어시장에서는 유튜브의 동영상 공유와 넷플릭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신장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편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의 객장인 앱스토어 기업(구글ㆍ애플)이 세금을 회피하는 구글세 문제라든지 트래픽 전송 우회에 의한 품질 저하 이슈로 페이스북과 정부 간 소송과 같은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양질의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기업의 국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 IT 미디어시장의 요동의 본질과 대처 방안을 고민해보는 것은 강국의 유지와 미래 위상 제고를 위해서도 유의미한 작업일 것이다.
본질적으로 국내외 사업자 간 경쟁력 차이는 우리 사회의 강한 불확실성 회피 성향에서 기인한다. 시행착오를 겪는 막연한 상황을 불안하게 여겨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사전 예측을 강하게 희구하면서 경직되고 강한 규제를 행하려 한다. 이러다 보니 기업은 새롭고 참신한 시도를 자제하게 되고 설령 규제가 없더라도 나중에 예상되는 비난을 미리 가늠하여 행동하게 된다. 학생 취업 관련 토크쇼 생중계를 시도했던 필자가 경험했던 국내 포털TV의 까다로운 절차는 이런 환경의 부산물이 아니었을까.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면서 운동장이 기울어질듯하니 대항마를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아진다. 그래서 토종 연합 앱스토어도, OTT도 등장한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사용자환경(UI/UX)이, 20년간 미국의 IT 미디어시장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뼈를 깎는 고통의 산물인 것을 알게 되면 그대로 카피해서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시장의 방어, 나아가 해외 진출을 위한 경쟁력의 자양분은 자율과 창의 그리고 경쟁이다.
무규제가 상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공정경쟁의 보장이나 소비자 보호에 심각하게 반하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이뤄진다며 부득불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규제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이뤄질 수 없고 정착을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그렇기에 IT 미디어시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직접적으로 제재하기보다는 도입 의지를 협상력 제고의 수단으로 활용해 규제에 상응하는 성과를 얻어 내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로벌 기업에 안방을 내준 유럽국가가 구글세의 도입 의지를 레버리지로 반대급부를 받아낸 것은 시사하는 바 크다.
유럽연합(EU)을 포함한 IT 미디어 관련 국제기구와의 공조체계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들에게 우리 IT 미디어시장의 현황과 이슈를 인지시키고 공감하는 국가를 확보하면서 국제적으로 이슈화시킬 필요가 있다. 우리 땅이니 우리가 밀어붙일 수 있다는 과신은 금물이다.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제 표준으로 통용되고 논거로 활용될 수 있는 모범사례(best practice model)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IT 미디어 기업의 책임도 네트워크만큼 중요해졌다. 규제로부터 출발한 네트워크와 달리 이들은 창의와 혁신의 산물이며 경제 활성화의 동력이다. 그러나 입점의 결정권을 가진 건물보다 오히려 건물의 가치를 올려주는 스타벅스와 같이 영향력이 커진 이들 기업은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
21세기 IT 미디어 정책은 더욱 세련되고 글로벌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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