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경찰주재관' 제 몸 챙기기도 버겁다
[해외 범죄피해 1만명, 경찰이 없다]<하>
32개국 49개공관에 58명 파견
美·中·日 등 5개국 제외 1명씩뿐
한국 관광객 몰리는 프랑스·스페인 등
피해 급증에도 사건대응 한계
치안 취약 국가는 범죄 표적
신규 파견지 늘리고 증원 필수
[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재외국민과 관광객을 보호하기 위해 해외 공관에 파견된 경찰 주재관 대다수는 '나 홀로 주재관'이다. 경찰 주재관 1명이 해당국에서 발생하는 모든 한국인 범죄 사건을 도맡아 처리해야 하는 것이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주재관은 32개국 49개 공관에 58명이 파견돼있다. 이 가운데 미국·중국·일본·베트남·필리핀 등 5개국을 제외하고 나머지 국가의 경찰 주재관은 모두 1명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재외공관은 24시간 쉬지 않고 돌아가야 한다. 이들 국가의 주재관은 재외국민 보호 업무와 현지 경찰과의 치안협력 업무까지 '홀로' 수행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 놓인 대표적 국가는 프랑스다. 프랑스에는 현지 교민과 유학생 등 상시 체류하는 한국인이 2만9167명에 달한다. 관광객도 매년 60만명 가까이 프랑스를 찾는다. 그만큼 우리 국민 대상 범죄도 빈번할 수밖에 없다. 2017년 기준 프랑스에서만 585건의 강·절도 피해가 발생했고 593명이 범죄 피해를 당했다. 수도인 파리뿐 아니라 마르세유·리옹 등 프랑스 전역에 한국인 다수가 머물고 있음을 고려하면 주재관 1명이 상황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분명하다.
최근 한국인 관광객이 급속도로 늘고 있는 스페인도 마찬가지다. 스페인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은 4929명에 불과하지만, 2017년 1188명의 한국인이 범죄 피해를 입었다. 특히 2013년 338명과 비교하면 피해자가 3배 넘게 급증했다. 대부분 강·절도였으나 폭행을 당하거나 사기 피해를 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역시 경찰 주재관은 1명에 불과하다. 신혼부부와 축구 팬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관광도시 바르셀로나에는 아예 경찰 주재관이 없다.
'1인 경찰 주재관'은 취약한 재외국민 보호 문제를 넘어선다. 아프리카나 남미 등 치안 상황이 좋지 않은 일부 국가에서는 경찰 주재관이 직접적인 범죄 대상이 된다. 1명뿐인 주재관의 신변에 이상이 생긴다면 사건사고 대응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이다. 해외 파견 경험이 있는 한 현직 경찰관은 "치안이 나쁜 곳에서는 경찰 주재관이 지갑과 휴대전화를 두 개씩 들고 다닌다"며 "하나는 실제 잘 쓰지 않는 구식 휴대전화와 100달러 정도만 들어 있는 지갑인데, 강도라도 만나면 그냥 건네주고 풀려나기 위한 방편"이라고 전했다.
파견 경찰관의 계급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문제로 지목된다. 경무관 4명, 총경 11명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경정·경감급이다. 그러나 한국인 범죄자 도피가 많거나 사건사고 피해가 많은 국가에는 현지 경찰과의 원활한 치안협력을 위해 고위직 파견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찰청 외사국 관계자는 "해외 경찰 역시 계급사회다 보니 치안협력을 할 때 고위 경찰이 있어야 논의가 수월하게 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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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이런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특히 한국인 사건사고가 늘고 있는 미국 시애틀·스페인 바르셀로나·일본 니가타·터키에 신규 경찰 주재관을 파견하고, 프랑스·미국 LA·베트남에는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재외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최우선적으로 지켜져야 하는 경찰의 목표"라며 "올해 1월 '재외국민보호를 위한 영사조력법'이 공포돼 2021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내실 있는 재외국민 보호를 위해 경찰 주재관 증원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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