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정, '82년생 김지영' 영화 후기 논란
"여자들 매사에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
韓 여성, 가사노동·임금격차·경력단절·각종범죄 시달려

영화 '82년생 김지영'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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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이왕 여자로 태어나 살면서 이 영화처럼 남자, 여자가 불평등하고 매사에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너무 우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여성 아나운서가 올린 영화 '82년생 김지영'에 대한 후기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그는 후기에서 "여자의 부정적인 측면들만 부각한 영화"라고 평가했다.

개인적 의견임을 전제로 밝힌 후기지만,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을 제대로 이해 못 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1992년 출생한 프리랜서 아나운서 겸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김나정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82년생 김지영' 영화에 대해 "오늘 영화 '82년생 김지영'을 봤는데 페미니즘에 대해 정확히는 모르지만, 감히 적는다"고 밝혔다.

김 씨 발언을 둘러싼 논란은 △직장 속 여성의 모습 △남녀평등 △남녀관계 등이다.


김 씨는 직장에서 여성의 생활에 대해 "직장생활 할 때 남자직원들이 잘 대해주고, 해외여행 가서 짐도 다 들어주고, 문 열어주고, 맛있는 밥도 많이 사주고, 선물도 사주고, 예쁜 데 데려가 주고, 예쁜 옷도 많이 입을 수 있고"라고 주장했다.


남녀평등에 대해서는 "남자랑 여자가 애초에 다르게 태어났는데 정당한 평등이 아니라 '이상한 평등'을 외치면서 유난스럽게 싸우는 페미니스트들이 정말 이해가 안 가곤 했다"고 주장했다.


또 남녀관계에 대해서는 "남녀관계에서 똑똑한 여자는 남자에게 화를 내거나 바가지를 긁는 게 아니라 '얼마나 힘들었을까'라고 걱정해주고 애교 있게 안아주면 그게 관계에서 오히려 현명하게 남자를 다스리고 예쁨 받고 사랑받는 방법이라고 했다"면서 "페미니스트들은 여자의 권력을 모르는 사람들 같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기 마련인데 여자로 태어나서 좋은 점을 보고 행복하게 사는 게 나는 좋다"며 "매일 부당하고 불만이고 화가 나는 기분으로 나는 힘들고 우울해서 못 살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자로 살면서 충분히 대접받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는 것들도 많은데 부정적인 것들에만 주목해 그려놓은 영화 같다는 생각"이라고 평하며 "여성을 온통 피해자처럼 그려놓은 것 같아 같은 여자로서 불편했다"고 밝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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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김 씨 발언에 비판적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20대 여성 직장인 A 씨는 "여자는 꼭 누군가에게 반드시 예쁨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지 모르겠다"면서 "문 열고 짐 드는 것, 왜 남자에게 도움을 받으면 그게 좋은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선물도 내가 사고 예쁜 장소도 내가 알아서 그냥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김 씨 발언과 '82년생 김지영'이 오늘(2019년)을 살아가는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지적도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한국 여성이 겪는 구조적 차별을 날카롭게 그려낸 영화로 △남녀임금격차 △경력단절 △가사노동 등 여성이 차별 받는 '보편적 현실'을 그린 영화다.


유능한 회사원이었던 김지영은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다. 결국 육아 등 가사노동은 대부분 김지영에게 몰린다. 동시에 경력도 단절된다. 남녀가 평등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국 남성들의 가사분담 시간은 하루 45분에 불과해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2017년 고용노동부(고용부)가 2014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통계와 한국노동패널조사를 활용해 성별 가사분담률(무급노동시간 비중) 및 총 노동시간을 조사한 결과, 한국 남성들의 가사노동 시간은 통계가 잡힌 국가들 가운데 유일하게 1시간이 채 안 됐다.


한국 여성은 남성의 5배가 넘는 227분을 하루 동안 가사노동에 할애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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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사노동 차별에 이어 여성들은 임금으로도 차별받는다.


남녀 임금 격차는 남성 임금 대비 남녀 임금 차액의 비율을 가리킨다. OECD 통계 기준으로 2017년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4.6%로, OECD 주요국 중 최고 수준이었다.


남녀 임금 격차를 연령대별로 보면 15∼19세(4.8%), 20∼24세(7.0%), 25∼29세(10.1%)는 작았지만, 30∼34세(19.4%), 35∼39세(28.1%), 40∼44세(34.9%), 45∼49세(38.5%), 50∼54세(45.7%), 55∼59세(48.6%)로, 30대부터 급격히 커졌다.


남녀 임금 격차는 여성의 출산, 육아 등 가사노동과 연관이 있다.


장진희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연구위원은 "(출산 등) 혼인으로 발생하는 여러 사건이 여성의 임금을 낮추는 주요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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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력단절도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고용부에서 발간한 '통계로 보는 우리나라 노동시장의 모습(2017)' 기준에 따르면 여성 경제참여율은 20대에 70% 가까이 되는 수준에서 30대가 되면 갑자기 50%대로 뚝 떨어진다.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임신·출산·육아에 따른 경력단절이 그 이유다.


남녀관계에서도 동등한 관계에 앞서 여성들은 수많은 범죄에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이 피해자였던 강력범죄(절도,성폭력,살인 등)는 2017년 기준 총 30,270건으로 2016년 27,431건이었던 것에 비해 오히려 10% 가량 늘었다.


또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발생한 애인 간 살인(미수 포함)은 평균 103.4건으로 나타났다.


2011년에서 2017년 사이 애인 간에 일어난 폭력 범죄(성폭행은 강력범죄로 제외)는 평균 9049건으로 조사됐다. 폭력의 경우 2016년에 처음으로 10,000건이 넘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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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 보니 김 씨 발언을 두고 페미니즘 논란에 앞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비판도 나온다.


30대 여성 직장인 B 씨는 "여성들이 무엇을 더 욕심 내는 것이 아닌, 당장 차별을 받는 현실에 대해 영화는 말하고 있다"면서 "이런 현실을 말하는 것조차 문제가 되고 논란이 되는 한국 사회가 과연 2019년이 맞는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2년생 김지영'은 29일 하루 동안 14만 8,341명의 관객을 동원해 141만 1240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했다. 지난 23일 개봉해 일주일째 박스오피스 정상의 자리를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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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기준으로 150만 돌파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며, 수일 내 손익분기점 16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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