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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30분 동안 휴식 없이, 연극 '로마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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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배경 셰익스피어 희곡 3편 엮어 만든 대작, 내달 8~10일 LG아트센터에서

이보 반 호브 연출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이보 반 호브 연출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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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5시30분간 휴식시간 없이 공연하는 연극 '로마 비극'이 다음달 8~10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로마 비극'은 세계 연극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연출가 이보 반 호브를 세계 공연계에 널리 각인시킨 그의 대표작이다. 이보 반 호브는 '로마 비극'으로 세 번째 내한한다. 그는 2012년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한 '오프닝 나이트'와 2017년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파운틴헤드'를 LG아트센터 무대에서 선보였다.

'로마 비극'은 셰익스피어가 로마를 배경으로 쓴 희곡 '코리올레이너스', '줄리어스 시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를 연이어 구성한 대작으로 5시간30분 동안 휴식 시간 없이 진행된다. 관객들은 극장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상관 없다. 자유롭게 무대와 객석을 옮겨가며 원하는 위치에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고, 극장 안팎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도 있다. 마치 로마 시대의 의사당이나 광장에 나와있는 시민들처럼 극 속에 녹아든다. '로마 비극'은 가장 민주적인 분위기에서 가장 혁신적인 방식으로 어떠한 선입견도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연극을 표방하며 극장이 관습적으로 갖고 있던 많은 금기를 깨는 작품이다.


공연 중 휴대폰을 이용해 무대 장면 또는 연기하는 배우들의 사진을 촬영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실시간 공연 소감을 남기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공연장 로비 외에 무대 위에 추가로 바(bar)가 마련돼 객석 뿐만 아니라 무대에서도 음식과 음료를 즐기며 관람할 수 있다. 무대나 객석에서 벗어나 있더라도 공연장 건물 안에만 있다면 곳곳의 스크린과 모니터를 통해 무대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지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관객들은 그 동안 익숙했던 방식과 금기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능동적인 관극 행위를 통해 전혀 새로운 예술적 경험을 하게 된다.

'로마 비극' 공연 장면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로마 비극' 공연 장면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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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비극' 공연 장면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로마 비극' 공연 장면 [사진= LG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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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코리올레이너스는 로마를 구하는 영웅이다. 하지만 오만하고 타협하지 않아 민중의 적으로 몰린다. 줄리어스 시저는 민중들의 열렬한 지지로 권력을 얻었지만 공화정을 위협하고 그가 독재자로 올라설 것을 두려워하는 이들에 의해 제거된다.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로마와 이집트를 둘러싼 급박한 정세 속에 나라의 운명을 뒤흔들 만큼 치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들은 공적인 책임감과 뜨거운 열정 사이에서 고뇌한다. '로마 비극'은 셰익스피어 원작의 내러티브를 유지한 채 각 작품당 90~100여분 정도로 농축해 로마 시대 인물들의 비극적인 이야기들을 장대한 스케일로 현대적이면서도 대담하게 풀어낸다. 그 내용은 시대를 관통하는 정치적 담론을 포함하며 시민이자 주권자이기도 한 현대 관객들의 의식을 자극한다. 수트를 차려 입은 로마의 정치가들은 마치 현대의 정치인들처럼 지금 이 시대의 언어로 책략을 세우고, 논쟁하고, 협의하고, 뉴스에 나와 자신의 견해를 직접 설파하며 때로는 서로 치고 받는 육탄전을 벌이면서 극단적으로 대립한다. 무대 위의 대형 스크린은 눈 앞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또 다른 앵글을 통해 드라마틱하게 비춰주고, 전광판의 자막은 앞으로 다가올 격변을 마치 뉴스 속보처럼 예고하며 긴박감을 불러 일으킨다.


이보 반 호브는 "휴식 없이 이어서 공연되는 이 작품은 24시간 365일 돌아가는 이 세계의 정치를 반영한다"고 했다. 또 "'로마 비극'은 여러 의견과 관점, 사고방식이 공존하는 다층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누가 옳은지 어느 방향을 따라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을 거부한다. 셰익스피어 역시 어느 한 편을 선택하지 않았다. 셰익스피어는 정치적인 이상이나 행동을 믿는 사람들이 어떠한 편향성이나 편견 없이 서로를 마주하고, 그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거나 실패하는지를 보여준다. 정치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 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작품은 로마 제국을 설립하기까지의 힘든 여정을 담고 있지만 우리는 이번 작품에서 1차적인 역사적 서술보다는 이야기의 이면에 숨겨진 정치적 메커니즘에 주목하고자 했다"고 강조했다.

'로마 비극'은 2007년 암스테르담에서 세계 초연됐으며 이후 아비뇽 페스티벌, 런던의 바비칸, 뉴욕의 BAM 등 세계 유수의 페스티벌과 공연장들로부터 초청 받으며 관객들의 열광적인 반응과 평단의 극찬을 이끌어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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