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클러스터학회 국제학술대회 '포용적 혁신과 한국·중국 클러스터 혁신 포럼'
[샤먼(중국)=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중국 허페이 지역의 '인공지능(AI) 밸리'를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단순히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관이 함께 산업 발전을 위한 환경을 조성하며 자생력을 만들어나갔다는 이유에서다.
24일 중국 푸젠성 샤먼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산업클러스터학회 국제학술대회 '포용적 혁신과 한국·중국 클러스터 혁신 포럼'에서 김준엽 경희대 국제지역연구원장은 이 같이 강조했다. 김 원장은 "미국과 중국이 AI 기술 경쟁은 양국 간 '무역 전쟁'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며 "어떻게 AI가 중국의 미래 핵심 기술로 선정됐고 어떻게 집중 육성되고 있는지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AI 역량은 미국과 함께 세계 최고로 꼽히고 있다. 미국 앨런 AI 연구소에 따르면 인용 횟수 상위 10%를 차지한 AI 논문 중 중국 논문의 비중은 26%를 차지했다. 미국(29%)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미국의 데이터혁신센터도 "미국이 현재 AI 분야에서 가장 앞섰지만 중국이 바짝 추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AI 숨은 강자 中'허페이'=김 원장은 베이징, 상하이 등보다 덜 알려졌지만 내실은 뒤지지 않는 안후이성 허페이 지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허페이는 베이징 다음 가는 수준으로 대학원과 연구실이 많다"며 "1인당 지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중국 내 1위이며 중국 최고 대학 중 하나인 중국과학기술대(USTC)를 중심으로 배출되는 연구인력 규모는 상하이를 앞질렀다"고 했다.
실제로 허페이는 중국 내부에선 최신 정보기술(IT)의 첨병역할로 일찌감치 낙점됐다. 시장조사기관 IDC와 중국 10대 IT기업으로 곱히는 랑차오그룹이 발표한 '2018-2019 중국 인공지능 컴퓨팅 발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허페이는 AI 발전 기반인 컴퓨팅 능력이 가장 우수한 중국 5대 도시로 항저우, 베이징, 선전, 상하이와 함께 꼽혔다. AI용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유관기관이 중국 내 가장 먼저 마련된 도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달에는 허페이종합성국가과학센터에서 AI연구원도 공식 출범했다.
◆민·관 함께 주도…韓에도 벤치마킹 적합=김 원장은 허페이 지역이 단순 정부 주도가 아니라 민간과 함께 성장하는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베이징의 경우 전적으로 정부 주도로 모든 개발이 진행됐다면 허페이는 보다 자생적인 생태계가 조성됐다"며 "내륙과 해안을 잇는 지리적 이점과 USTC로부터 인력이 집중 공급되면서 다양한 창업 기회가 열린 도시로 인식됐고, 실제 성과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고 AI 음성인식 기술 기업 아이플라이텍은 대표적인 사례다. USTC 졸업생 6명이 창업한 이 기업은 지난해 매출 79억1700만위안(약 1조3100억원), 영업이익 39억6100만위안(약 6570억원)을 기록하며 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등과 함께 중국 정부가 선정한 4대 AI 기업으로도 꼽힐 정도로 성장했다.
김 원장은 대학에서 창업으로 이어지는 '스핀오프'가 자연스레 자리 잡은 '허페이 모델'이 보다 우리나라에 적합하다고 조언했다. 정부 주도하는 베이징식 모델보다 기술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일자리도 만들어내기 좋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AI대학원을 지정하고 인재 양성에 돌입한 만큼 초기부터 이 같은 생태계 조성을 염두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그는 "허페이 지역은 중국 내 창업밀집도가 가장 높은 선전보다도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다"며 "국내에도 AI대학원이 각 지역별로 생겨나고 있는 만큼 이처럼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산·학·연 간의 AI 클러스터를 만들고 일자리 창출과 기술개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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