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놀이터에 간 아빠/정재학
“어떤 놈이야?” 마흔여섯 살 아빠가 일곱 살 아들을 위해 아홉 살 형을 찾았다. 입술 주변에 버짐이 피어 있는 아이였다. “네가 얘 가슴을 발로 차고 벽돌을 들어 겁을 줬냐?” 물으니 순한 큰 눈을 껌벅이며 “그냥 장난이었어요.” 한다. “두 살 어린애한테는 장난도 무서운 거야. 네가 때려서 얘가 밤에 가슴이 아팠어. 때리지 말고 동생과 잘 놀아 주렴. 알겠지?” 살짝 착한 눈으로 끄덕끄덕한다. “아저씨 말 잘 들어주었으니 부모님과 학교 선생님께는 말씀 안 드릴게.” 대단한 자비처럼 얘기했다. 마흔여섯 살 아저씨가 아홉 살 꼬마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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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연히 화가 날 만한 일이다. 왜 아니겠는가. "일곱 살 아들"이 맞고 들어왔는데. 만약 나였다면 금쪽 같은 아들을 때린 녀석을 일단 한 대 쥐어박기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긴 한데, 저긴 놀이터이지 않은가. 온전히 아이들의 세상이지 않은가. 비록 어린아이들끼리 서로 다툴 수도 있고 때론 어른들이 보기에 좀 괘씸한 일이 벌어질지언정 말이다. 물론 자식을 향한 부모의 애틋한 마음이야 누군들 금할 도리는 없겠지만, 놀이터에서 벌어진 일에 부모가 함부로 개입하고 간섭하는 것은 삼가야 하지 않을까. 다시 말하지만 놀이터는 아이들의 세계다. 삼십 년 뒤의 이 세상 또한 저 아이들의 것이듯이.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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