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청구 하겠다" 공무원들 떨게 하는 '한글운동' 시민단체
공공언어 개선 운동 중인 '한글문화연대'
보도자료 분석해 외국어 남용 사례 지적
정부도 年 4차례 점검…업무평가에 반영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국어기본법을 지키라는 우리의 요청을 계속 무시하는 공무원은 누리집에 명단을 공개하고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하겠다."
올해 초부터 관가에는 '국어기본법 위반 사실 통지'라는 제목의 무시무시한 경고장이 도착하고 있다. 보도자료를 작성할 때 외국어를 불필요하게 자주 쓴 공무원과 문서 결재자(과장급)가 주요 대상이다. '글로벌(세계적인)' '프로젝트(사업ㆍ과제)' '바이오(생명공학)' 등 대신해서 쓸 수 있는 우리말이 있음에도 외국어를 남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된다.
공무원들에게 '협박공문'을 보내는 주체는 한글문화연대다. 공공언어 개선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이 단체는 18개 정부부처 보도자료를 전수조사해 외국어를 남용한 표현뿐만 아니라, R&Dㆍ新 등과 같이 영문이나 한자를 그냥 적고 우리말로 풀어쓰지 않은 부분도 찾아낸다. 공문을 받고 수긍하는 공무원도 많지만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들도 상당하다. 일부 공무원은 단체에 전화를 걸어 불쾌감을 드러내거나 화를 내기도 한다.
이미 외국어가 입에 붙어 오히려 우리말로 다듬었을 때 어색한 공공언어까지 문제를 삼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빅데이터(거대자료), 골든타임(금쪽시간), 규제샌드박스(규제유예제도) 등이 그런 예다.
정인환 한글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예상보다 반발이 상당했다. 공무원들의 항의전화를 받고 설득하는 업무로 하루가 다 갈 정도"라면서도 "국어기본법의 존재를 알리는 효과를 거뒀다"고 했다. 2005년 제정된 국어기본법 상에는 '공공기관 등은 공문서를 일반 국민이 알기 쉬운 용어와 문장으로 써야 하며,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고 규정돼있다. 정 사무국장은 "외국어 능력 때문에 정보에 접근할 기회마저 잃는 걸 막자는 게 국어기본법의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내에서도 우리말 지키기에 나름 고군분투 중이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우리말 순화의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부가 모범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인 국립국어원은 45개 부처ㆍ청ㆍ위원회에서 발표한 보도자료를 대상으로 공공언어 개선 여부를 분기별 평가를 하고 있다. 평가 결과는 부처별 대변인들이 모이는 대변인협의회에서 공표하고, 1년 간의 점수를 합산해 정부업무평가에 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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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체부 관계자는 "외국어들이 물밀듯이 범람하고 있는데 쉬운 우리말 순화어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아 굳어지는 경우가 있다"며 "내년에는 신문ㆍ방송에서 나오는 새로운 외국어를 3일 안에 우리말로 대체하는 '신어 3일 대응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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