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역전현상에 달라진 금융권 풍경…은행·투자자 모두 '초저금리 패닉'
연리 1%대 예·적금에 돈 몰리고, 투자처 못찾아 돈맥경화
은행은 예대마진 악화 등 수익성 둔화 고민…IB, 자산관리 수수료 등 비이자이익 확대 노력
해외銀, 돈 맡기면 보관료 떼고 수수료 수취 등 확대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유럽 덴마크 유스케은행은 앞으로 예금 계좌에 15억원을 넣어두면 1년 후 14억9100만원을 돌려준다. 매년 계좌 잔액의 0.6%를 보관료로 떼기로 해서다. 이자는 없다. 스위스UBS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물론 일본 미쓰이스미토모 은행도 계좌유지수수료 부과 또는 확대 방침을 밝혔다. 우리보다 먼저 '마이너스 금리' 시대를 맞은 글로벌 금융권의 변화상이다.


한국이 초저금리 패닉에 빠졌다. 금리 연 1%대를 넘어 제로금리 시대를 앞두고 가만히 있으면 자산가치가 하락하거나 역마진이 나는 시대가 머지 않았다. 돈을 굴려 수익을 내는 일이 금융 소비자나 금융회사 모두에게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ㆍKB국민ㆍKEB하나ㆍ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9월말 정기예금 잔액은 507조1045억원을 기록했다. 8월말 504조9084억원으로 500조원을 첫 돌파한 이후 한달간 2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 들어 4대 시중은행 정기예금에만 40조원 가까이 밀려들어왔지만 기대 수익은 초라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말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는 신규취급액 기준 1.52%다. 1월만 해도 2%였지만 반년새 0.48%포인트 낮아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금리로 막대한 유동성이 풀렸지만 증시 부진, 부동산 규제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연리 1%대 은행 예ㆍ적금은 물론 금리가 더 낮은 저원가성 예금으로 몰리고 있다"며 "금리가 더 떨어지기 전에 묶어 놓는 수요도 있다"고 말했다.


돈이 새로운 투자처로 흘러가지 못하고 한곳에 묶여있는 '돈맥경화'도 심화되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7월말 요구불예금 회전율은 19.8%, 저축성예금 회전율은 1.2%로 지난해말(각각 20.4%, 1.3%) 대비 모두 하락했다. 기업은 경기 둔화 우려로 투자에 잔뜩 움츠러 들었고, 개인도 중수익을 얻을 수 있을만한 대체 투자처를 찾기가 쉽지 않다.


당장 수익성이 꺾일 일만 남은 은행의 고민은 더 크다. 예금을 조달해 대출을 내주고 그 차익인 예대마진으로 먹고 사는 일이 저금리가 심화될수록 팍팍해져서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2018년 2.07%에서 올해 상반기 2.02%, 순이자마진(NIM)은 같은 기간 1.67%에서 1.61%로 낮아졌다. 더욱이 대기업은 대출을 안받고 우량 중소기업은 경쟁이 심하며 가계대출은 막혀 대출자산 성장세도 꺾였다.


당장 비이자이익 비중을 늘리기도 만만찮다. 미국, 캐나다 은행의 비이자이익 비중은 40~50%대로 국내 은행(12%)의 4배에 이르고 이 중 자산관리를 제외한 계좌 유지,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이용 등 각종 명목으로 받는 수수료가 절반이다. 반면 국내는 은행의 수수료 수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다. 은행이 주식, 채권 등 자산운용을 통해 수익을 내는 데도 한계가 있다. 이렇다 보니 자산관리 등 수수료 확대 등에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이다. 최근 은행이 투자자들에게 판매한 해외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대규모 손실 사태도 이 같은 은행의 수익원 확대 흐름 속에서 빚어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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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을 받아도 돈을 굴릴 곳이 없고 마진은 줄어들어 영업환경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며 "예대금리차가 큰 동남아 시장을 개척하고 인수금융 주선 등 투자은행(IB), 자산관리 업무 강화 등 비이자이익 확대 말고는 뾰족한 수가 없다"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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