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대북경협도 패러다임 시프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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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가 다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곧 시작될 북ㆍ미대화에서 북한 핵문제에 대한 서로의 간극이 좁혀질 수 있다면 내년쯤에는 북한이 원하는 유엔(UN)제재 해제 문제도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지금과 같은 소강국면이 우리에게는 소중한 기회일 수도 있다. 만약 남북경제협력이 다시 시작된다면 이제는 과거의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남북경협에 대한 냉정하고도 진지한 평가를 했으면 한다.


우리 기업은 북한보다 투자환경이 더 열악한 아프리카에도 진출하면서도 왜 북한사업에는 그렇게 미온적일까? 핵문제만 해결되면 기업이 투자를 적극적으로 할까? 개성공단에 진출한 기업은 막대한 손해만 경험했다면서도 왜 사업재개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을까? 중국기업은 북한과 투자와 무역을 통해 손해도 보지만 이익도 많이 내고 있는데 우리기업은 왜 성공 모델을 만들지 못했을까?

대북 경제협력의 상징은 개성공단사업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개성공단은 정부와 기업인 그리고 북한 근로자의 노력 덕분에 나름 성과도 있었고, 남북 화해협력에도 많은 공헌을 했음에도 결국 폐쇄됐다. 개성공단에 근무하는 북한 종업원에게 지급되는 연간 1억달러 정도의 임금이 북한 미사일과 핵개발에 전용된다는 이유 때문이다. 개성공단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저임(低賃)의 북한 노동력과 정부의 지원 덕택에 적지 않은 이익을 창출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개성공단 투자기업이 사업에서 얻은 수익금의 일부를 할애해서라도 '개성공단에 투자해 이익을 내고 있어 기업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언론 홍보를 진솔하게 했다면, 과연 전(前) 정부가 개성공단을 그렇게 폐쇄할 수 있었을까? 당시 국민들은 손해만 보고 있다는 개성공단 기업인의 주장과 북한의 핵미사일 전용 의혹 등으로 개성공단 사업이 남한에는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시중에 다수 있었다. 개성공단 폐쇄에는 개성공단에 투자한 기업인은 물론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중국은 우리와 달리 지속적으로 북한과 사업을 해왔다. 그래서 그들은 북한의 변화를 경험하고 있다. 중국기업은 북한 사업가는 물론 지배계층의 생각과 정책은 물론 민간시장의 흐름도 잘 읽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는 북한에 대해 너무나 모르고 있다. 새로 남북경협이 재개돼도 과거 우리 기업과 관계를 맺었던 북한 상대방은 이미 현업(現業)에 없다. 막대한 자본과 기술력 그리고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 미국, 일본 등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기업은 얼마나 될까?

남북관계의 부침(浮沈)은 대북사업의 크기마저 너무나 초라하게 만들었다. 개성공단의 경우도 연간 매출액이 5억달러에도 못 미치고 남한 고용인원도 800여명에 불과하다. 특히 과거 대북사업은 중소기업이 주도하였다. 중소기업만으로는 규모의 경제를 만들 수 없다. 남북경협이 우리나라 수출시장의 5%만 차지할 수 있도록 키울 수만 있다면 정권의 바뀜과 북한의 변덕, 그리고 강대국의 입김에서 좀 더 자유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대북사업에 있어서 공기업도 중요하지만 대기업이 새로운 플레이어로 중소기업과 함께 나서야 한다. 북한시장을 그저 저임금의 과실로만, 그리고 사양산업의 대체지로 검토해서는 장기적인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대북사업을 성공시키기기 위해서는 이제 과거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대북사업의 시작도 끝도 정부가 아닌 기업이 맡아야 한다.


길은 만들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열차가 달릴 수 있는 궤도도 처음에는 오솔길이었을 수도 있다. 길은 처음에 만들기도 어렵지만 다듬지 않으면 금세 잡초가 무성해져 그곳이 길이었는지도 모른다. 유엔제재로 북한경제는 상당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북한이 핵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하고, 새로운 한반도 경제협력의 새 길을 남북이 만들고 가꿔 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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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수 북한자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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