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가장 후회하는 일은 공부·경력·사랑…후회하지 않으려면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후회는 선택 따라 다른 보상 있을 때 생겨…가장 깊은 후회는 인간관계에서
세월 흐를수록 시도 못 한 것 생각나…현직에 충실하며 하고픈 것 실천해야

이용범 소설가

이용범 소설가

원본보기 아이콘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하는 일은 무엇입니까."


이런 질문을 받으면 수많은 사건들이 머릿속을 스쳐갈 것이다. 이 질문과 관련해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2005년 연구가 있다. 연구팀은 1989~2003년 발표된 9개 논문을 분석해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후회하는 것이 무엇인지 순위를 매겼다.

1위는 학업이었다. 젊었을 때 열심히 공부하지 않은 것을 가장 많이 후회한다는 얘기다. 2위는 경력, 3위는 사랑, 4위는 자녀 양육에 관한 것이었다. 학업을 꼽은 사람은 32.2%로 2위인 경력(22.3%)보다 10%포인트나 높았다. 왜 학업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을까.


◆과거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후회는 과거의 선택을 바꾸거나 되돌릴 수 없는 상황에서 느끼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모든 선택에는 기회비용이 따른다. 하나를 선택하는 순간, 다른 하나를 잃는 것이다. 사람들은 지금 얻은 보상이 다른 선택으로 얻을 수 있는 보상보다 적을 때 후회한다. 그래서 후회는 실망과 다르다.


실망은 예상보다 결과가 나쁠 때 생기는 감정이다. 가령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아파트를 구입했는데 먼저 점찍어 두었던 다른 아파트의 가격이 더 오르면 아파트 구입을 후회하게 된다. 그러나 어느 아파트를 구입했든 1억원의 가격 상승을 예상했는데 2000만원만 오르면 실망하게 된다.

후회의 1순위가 학업인 것은 공부할 기회가 수없이 많았음에도 그 길을 선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이에 관계없이 배울 수 있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그런데도 선뜻 배움의 길로 들어서지 못하기 때문에 후회는 계속 늘 수밖에 없다.


일반 성인들과 달리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후회한 것은 사랑이었고 친구, 학업, 여가 생활이 그 뒤를 이었다. 젊은이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연애다. 그들에게는 연애할 기회가 널려 있지만 시도하기가 쉽지 않고 성공하기는 더욱 어렵다. 결국 사람들은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즉각 행동하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는 말이다. 당신도 그 시절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연애를 즐기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싶을 것이다.


무엇을 '가장 많이 후회하는가'와 무엇을 '가장 깊이 후회하는가'는 다른 문제다. 2012년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이 가장 깊이 후회하는 것은 인간관계와 관련된 문제다. 학업도 인간관계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었을 때 더 강하게 후회하는 경향을 보였다.


정작 우리를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학업이나 승진의 실패가 아니라 왜 부모에게 못되게 굴었는지, 왜 연인에게 잘해주지 못했는지, 왜 친구와 싸웠는지, 왜 동료를 짓밟았는지 하는 것들이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가장 후회하는 일은 공부·경력·사랑…후회하지 않으려면 원본보기 아이콘

◆후회는 유익하다= 깊은 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일 때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가. 아마 잘못 내뱉은 말들, 생각 없이 저지른 행동들이 뇌리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왜 우리는 작은 실수 때문에 그토록 마음 아파하는가.


위안이 될지 모르겠지만, 후회는 인간만 하는 것이 아니다. 원숭이도 후회한다. 원숭이들은 후회할 때 뇌 앞부분에 있는 전방대상피질(ACC)이 활성화하고, 인간은 안와전두피질(OFC)이 활성화한다. 두 영역이 비슷한 위치에 있다는 것은 후회의 감정이 호모사피엔스가 등장하기 전부터 진화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간은 지독하게, 그리고 끊임없이 후회하는 동물이다. 왜 우리는 후회하도록 진화한 것일까. 후회하지 못하면 같은 기회가 주어졌을 때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없다. 후회는 과거의 잘못된 판단을 수정할 수 있게 해주고, 새로운 학습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실수를 줄여 준다. 늦잠을 자는 바람에 입사 시험을 망친 사람이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생각해보라. 그는 같은 실수를 반복할 것이다.


후회는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의 전략을 바꾸고, 행동을 교정할 수 있게 해준다. 후회는 더 나은 선택을 하라는 신호이자 새로운 행동을 자극하는 '스타팅 건(starting gun)'인 셈이다. 하지만 지나친 후회는 우울증으로 이어진다. 후회를 하려면 마음 속에 담아놓고 질질 끌기보다 짧고 강하게 하는 것이 낫다.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 교통체증 때문에 차로를 변경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한 적이 있을 것이다.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차로를 변경했는데 더 막히는 경우와 막히지 않는 경우, 그대로 있었는데 더 막히는 경우와 막히지 않는 경우다.


후회는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이 나쁜 결과를 가져왔을 때 찾아 든다. 네 가지 경우의 수에서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은 차로를 변경했는데 더 막히는 경우, 가만히 있었는데 더 막히는 경우다. 두 가지 중 어느 쪽이 더 후회스러울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차로를 변경했는데도 더 막힐 때 "가만히 있을 걸!" 하고 가슴을 친다.


시험을 치르면서 2번과 3번 중 정답을 골라야 하는 상황을 가정해보자. 정답을 골랐다가 다른 답으로 고치거나 그대로 둘 수 있다. 이때도 네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정답을 고쳤는데 오답인 경우와 정답인 경우, 고치지 않았는데 오답인 경우와 정답인 경우다. 후회는 "바꿀 걸!" 혹은 "바꾸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들 때 찾아온다. 차로를 변경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답을 고쳤는데 오답일 때 후회가 더 크다.


행동으로 옮긴 다음에 하는 후회를 '행동 후회(regret of actions)'라 부르고, 시도하지 않아서 하는 후회를 '비행동 후회(regret of inactions)'라 부른다.


1995년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와 빅토리아 매드벡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최근 벌어진 사건일수록 행동 후회가 많다. 어젯밤 술자리에서 저지른 실수가 학생 시절에 공부를 하지 않은 것보다 더 가슴 아픈 것이다. 반면 먼 과거에 일어난 사건일수록 행동하지 않은 것에 대한 후회가 많다. 나이가 들면 어젯밤 술자리의 실수보다 첫사랑에게 고백하지 못한 것이 더 후회스러운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더 늦기 전에 저질러라= 세월이 흐를수록 비행동 후회가 많은 것은 바로잡을 기회가 점점 줄기 때문이다. 노인들은 자신의 얘기를 소설로 쓰면 수십 권도 모자란다고 허풍을 떨지만, 막상 글로 써보라고 하면 백지 한 장 채우는 것도 버거워 한다.


그들이 하고 싶은 대부분의 얘기는 시도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후회다. 우연히 만난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면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전개되었을 거라고 상상하는 것이다. 그러나 한 번 흘러간 물은 되돌릴 수 없고, 설령 그런 기회가 다시 온다 해도 용기를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이용범의 행복심리학] 가장 후회하는 일은 공부·경력·사랑…후회하지 않으려면 원본보기 아이콘


길로비치의 2017년 연구에 따르면, 오래 지속되는 후회는 실제 자아와 이상적인 자아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우리는 일생을 통해 되어보고 싶은 자아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하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자아는 이상적 자아와 큰 차이가 있다. 현실의 내가 아이들에게 좋은 장난감을 선물하는 것이라면, 이상적인 자아는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이다. 마음만 먹으면 아이들에게 비싼 장난감을 선물할 수 있지만 훌륭한 부모가 되는 것은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과제다.


두 자아 사이의 거리가 멀수록 후회는 더 오래 지속된다. 우리는 부모로서 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보다 훌륭한 부모가 되지 못한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것이다.


이상적인 자아는 당신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당신이 얼마나 훌륭한 삶을 사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나이가 들어서 후회를 줄이려면 현재의 삶에 충실하면서 하고 싶은 것을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세월이 흐를수록 행동하지 않는 것에 대한 후회가 깊어진다.


그러므로 더 늦기 전에 저질러야 한다. 설령 실패하더라도 세월이 흐르면 잊히게 마련이며, 빨리 시작할수록 후회도 빨리 완화한다.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다.


소설가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포토] 12년만에 서울 버스파업 "웰컴 백 준호!"…손흥민, 태국전서 외친 말…역시 인성갑 "계속 울면서 고맙다더라"…박문성, '中 석방' 손준호와 통화 공개

    #국내이슈

  • 디즈니-플로리다 ‘게이언급금지법’ 소송 일단락 '아일 비 미싱 유' 부른 미국 래퍼, 초대형 성범죄 스캔들 '발칵' 美 볼티모어 교량과 '쾅'…해운사 머스크 배상책임은?

    #해외이슈

  • [이미지 다이어리] 누구나 길을 잃을 때가 있다 푸바오, 일주일 후 中 간다…에버랜드, 배웅시간 만들어 송파구 송파(석촌)호수 벚꽃축제 27일 개막

    #포토PICK

  • 기아, 생성형AI 탑재 준중형 세단 K4 세계 첫 공개 벤츠 G바겐 전기차 올해 나온다 제네시스, 네오룬 콘셉트 공개…초대형 SUV 시장 공략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코코아 t당 1만 달러 넘자 '초코플레이션' 비상 [뉴스속 기업]트럼프가 만든 SNS ‘트루스 소셜’ [뉴스속 용어]건강 우려설 교황, '성지주일' 강론 생략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