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에서 우방·잠재력·평화'…트럼프, 유엔총회서 北에 유화적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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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뉴욕=김봉수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을 재차 거론하면서 비핵화 약속 이행을 촉구했다.

이날 백악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제74회 유엔 총회 일반 토의 연설에서 미국의 대외 정책을 언급하면서 북한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미국은 평화와 존중을 진지하게 추구하는 모든 사람들과의 우정을 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오늘날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 중 많은 나라들은 한 때 가장 큰 적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결코 '영원한 적'을 믿은 적이 없으며, 적이 아닌 파트너를 원한다"면서 "미국은 어느 누구와도 싸울 수 있지만, 가장 용기있는 이들만이 평화를 선택할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이유로 우리는 한반도에서 과감한 외교를 추구해 왔다"면서 북한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나는 김정은에게 내가 진정으로 믿는 '(북한이) 그 나라의 주변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미개발 잠재력으로 가득하다. 하지만 북한이 비핵화되어야 한다는 약속을 실천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곧 바로 미국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전세계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미국의 목표는 지속적인 화합"이라며 "미국의 목표는 이러한 끊임없는 전쟁들, 결코 끊나지 않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요구한 북핵 협상의 '새 계산법', 즉 제재 해제와 체제 안전 보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북한의 '엄청난 잠재력'을 재차 거론하면서 비핵화시 경제적 보상을 암시하는 등 유화적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전체 발언의 맥락상 적이 아닌 우방이 될 수도 있으며,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추구한다는 취지의 언급을 통해 북한의 '체제 안전 보장' 요구에 대해 우회적인 답을 내놨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최근 북핵 실무 협상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는 상황에서 나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3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재회에 대해 "곧 일어날 수 있다"고 발언하는 등 3차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 총회에서 북한의 '새 계산법' 요구에 대해 어떤 답변을 내놓을 지 여부에 따라 향후 북미 협상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여겨져 왔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에서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70년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내용의 '싱가포르 합의' 정신을 유지하는 한편 북한을 상대로 무력사용을 하지 않는다는 약속을 재확인한 바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취임 후 첫 유엔 총회 연설에선 김 위원장을 '리틀 로켓맨'으로 부르면서 북한을 완전히 파괴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열린 유엔 총회에선 "전쟁의 망령을 대담하고 새로운 평화의 추구로 대체하기 위해 북한과 대화하고 있다"며 달라진 태도를 보였다.

뉴욕=김봉수 특파원 bski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