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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허스토리①]"여성 스스로 한계를 두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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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은행권 최초 여성 준법감시인 조순옥 KB국민은행 상무

32년 뱅커 경력 중 절반이 영업·현장
북부지역영업그룹 대표 땐 국민銀 최초 지자체 1금고 유치 기록
0.024% 확률 뚫고 여성 임원 선임

"여성 후배들에겐 진취적 사고 권하고파
나도 스스로 한계에 갇힌 적 많아
워킹맘도 그중 하나, 육아 힘들지만 자신만의 노하우로 돌파구 찾아야
부단한 자기계발·네트워크는 필수"

인터뷰_조순옥 KB금융그룹 준법감시인 상무./김현민 기자 kimhyun81@

인터뷰_조순옥 KB금융그룹 준법감시인 상무./김현민 기자 kimhyun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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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여성 스스로 한계를 설정하지 않는 철저한 프로의식으로 무장해야 합니다. '된다 된다 나는 된다'는 긍정적 사고방식과 담대한 목표 설정, 노력이 병행된다면 성공적인 여성 리더들이 더 많이 나올 겁니다."


조순옥 KB국민은행 상무는 국내 은행권 최초의 여성 준법감시인이다. 준법감시인은 감사와 함께 은행의 내부통제를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로 그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그동안 법무 경험이 있는 남성에게만 맡겨온 준법감시인 자리에 국민은행이 조 상무를 전격 발탁한 것은 그 자체로 파격 인사다. 그동안 여성 임원이 주로 자산관리(WM) 분야에서 일해왔던 것에 비춰 보면 그렇다.

◆0.024%는 기적이 아니라 '피나는 노력' = 조 상무는 "내부통제는 모든 업무에 걸쳐 프로세스, 매뉴얼을 만들고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는 일"이라며 "경영검사부, 수신상품부장을 거치고 영업점을 돌며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내부통제 방침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내부통제는 뿌리가 견고한 나무가 가지도 번성하고 무성하다는 뜻의 '고근견지(固根堅枝)'와도 같다. 은행의 내부통제가 흔들리면 금융소비자가 피해를 입고 신뢰를 잃은 은행은 성장을 멈추고 도태될 수밖에 없다. 국민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이 최근 자금세탁방지 등 관련 인력을 늘리는 이유다.


1988년 국민은행에 입행한 조 상무는 32년 뱅커 경력 중 영업점 경험이 절반 이상인 '영업통'이자 '현장통'이다. 가양동ㆍ송파역ㆍ무교ㆍ약수동 지점장과 강북 29개 지점을 관리하는 북부지역영업그룹 대표를 거치며 현장 경험을 두루 쌓았다. 북부지역영업그룹 대표를 맡았을 때는 서울시 노원구청 1, 2금고를 유치해 국민은행 최초로 '지자체 1금고 유치'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이겨야 사는 전쟁터인 영업 현장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후 준법감시인으로 선임됐다. 국민은행에서 임원이 될 확률 0.121%, 여자가 임원이 될 확률 0.024%를 뚫었다. 조 상무는 "임원의 자격과 역할에 남녀의 구분은 따로 없다"며 "프로는 돈을 받고 일하고, 아마추어는 돈을 내고 배운다. 남녀를 떠나 일만큼은 프로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 한계 스스로 깨야만 발전" = 그는 소통의 달인으로도 통한다. 준법감시인이 된 이후 직접 전국 지역영업그룹을 방문해 지점장들을 만나고 대화한다. 인터뷰 중에도 대화 내내 "그렇죠", "그러니깐요", "저도요" 같은 추임새를 넣으며 편안한 분위기를 이끌어 갔다. 이 같은 소통과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한 '큰언니, 큰누나 리더십'은 그가 꼽는 여성의 강점 중 하나다.


조 상무는 "최근 수평적 리더십이 강조되는데 여성은 부드러움, 섬세함, 공감 능력이 뛰어나 소통에 능하다"며 "금융업은 업무특성상 섬세하고 유연한 사고의 부드러운 리더십이 필요한 영역이 많아 여성이 강점이 많다"고 말했다. 영업 또한 더 이상 남성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는 "여성들이 섬세함을 바탕으로 영업도 잘 챙기고 피드백, 리뷰에서도 우수하다. 관리, 마케팅 업무에서 모두 뛰어난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32년간의 직장 생활을 돌이켜 보면 스스로를 여성이라는 한계에 가뒀던 적도 많다. 그는 "여성은 10개의 능력 중 8개를 갖춰도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남성은 4개만 갖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 젊었을 때는 나도 그랬지만 후배들은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절대 설정하지 말고 진취적인 사고를 하라고 권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육아도 그가 부딪힌 벽이자 스스로를 가뒀던 한계 중 하나였다. 조 상무는 27세, 20세 두 딸을 둔 워킹맘이다. 지금은 어엿한 회사원과 대학생으로 성장했지만 육아 과정은 30여년이 지난 지금 돌이켜봐도 순탄치 않았다. 30대 초반 아침마다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 우는 큰 아이를 떼어놓고 개포동 아파트에서 명동 영업점으로 출근하는 지하철 안에서 눈물을 훔친 날이 하루이틀이 아니었다. 육아에 적극 참여하는 남편의 외조가 있었고 친정, 시댁, 친척, 도우미 등 주변의 도움을 받아 꾸역꾸역 버텨왔다. 조 상무는 "슈퍼우먼 콤플렉스를 버려야 한다"며 "일은 프로의식을 갖고 철저하게 해야겠지만 일과 가정 모두 완벽할 수는 없다. 직장일, 가사ㆍ육아, 자기계발 3대 영역에 적절한 시간을 배분하고 나만의 노하우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제는 두 딸의 롤모델 = 3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아침마다 눈물을 훔치며 직장으로 향했던 엄마는 두 딸의 롤모델이 됐다. 미국 대학을 나와 현지 취업한 큰 딸이 최근 협상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엄마한테 배운 것 같다"고 했을 때 느낀 뿌듯함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비오는 날 학교에 찾아가 우산을 건네주지는 못했지만, 함께 도서관에 다니며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던 엄마는 삶 자체로 딸들에게 인생의 나침반이 됐다.


리더를 꿈꾸는 여성 후배들에게 조 상무는 부단한 자기계발과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조 상무는 틈만 나면 대내외 네트워크 형성, 리더십 관련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미래의 여성 리더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조언을 물었다. "후배가 임원이 될 줄 알았냐는 질문을 한 적이 있다"는 말로 운을 뗀 그는 "행원일 땐 대리, 팀장일 땐 부장, 지점장일 땐 그 이후를 생각하며 일했다"며 "현재 직급보다 한단계 높은 직급의 마인드로 주인의식을 갖고 생각하고 행동하다 보면 여성 후배들도 어느새 그 자리에 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조순옥 KB국민은행 준법감시인(상무)은


▲1984년 대전 호수돈여고 졸업

▲1988년 고려대학교 졸업

▲1988년 1월 KB국민은행 입행

▲2001년 11월 신용리스크부

▲2005년 2월 경영검사부

▲2009년 1월 KB국민은행 가양동지점장

▲2012년 1월 KB국민은행 송파역지점장

▲2013년 1월 KB국민은행 수신상품부장

▲2015년 1월 KB국민은행 무교지점 수석지점장

▲2016년 1월 KB국민은행 중앙6(약수역)지역본부장

▲2018년 1월 KB국민은행 북부지역영업그룹 대표

▲2019년 1월~ KB국민은행 준법감시인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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