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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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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번갯불에 콩 볶아먹듯 이사를 했다. 지난 19~23일은 여름휴가였다. 24일 아침 고향에서 버스를 타고 서울로 돌아왔다. 모친의 타박을 뒤로하고. "하루 더 넓고 시원한 집에서 쉬다 가면 될 것을, 그 좁아터진 방에 가서 뭘 하겠다고?"


점심 때쯤 '그 좁아터진 방'에 도착했다. 부동산 주인아주머니가 난리가 났다며 들이닥쳤다. 지하 1층에 물이 샌다고 했다. 양동이와 천장에 둘러쳐진 비닐 포대까지, 지하 1층은 아수라장이었다. 아주머니는 1층 내 방의 배관이 낡아서 터진 것 같다며 공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마침 3분쯤 거리에 크기가 비슷한 빈방이 하나 있었다.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지하 1층 상황이 심각해 옮기기로 했다.

예상치 못했기에 전혀 준비가 안 된 이사. 이미 버렸어야 할 잡스러운 것들이 쏟아져나왔다. 이사를 도와주는 분들이 어떻게 할 거냐고 물을 때마다 좀 민망했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그 많은 잡스러운 것들을 쥐고 살았는지. 이미 이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지는 오래됐으면서 말이다. 제대로 버리지 못했음을 확인하면서 혹 지켜야 할 것들은 제대로 지켰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이사가는 가사로 시작하는 '혜화동'이라는 노래가 있다. 1988년 그룹 동물원의 2집 앨범에 실렸다. 2015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서 박보람이 리메이크했다. 3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후에도 노래는 대중의 공감을 얻었다. 혜화동은 '우린 얼마나 많은 것을 잊고 살아가는지'라는 가사를 수차례 반복하면서 끝난다.


세상의 속도 따라가기를 포기하면서 세상에 똑똑한 사람이 많다고 인정하기가 좀 편해졌다. 똑똑함을 판단하는 기준은 세상의 속도를 따라가느냐였다. 법무장관 후보자도 그런 사람이었다. 지금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판단을 하지 못하겠다. 고백한 대로 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에. 해명하겠다고 했으니 또 지켜볼 밖에.

후보자는 27일 철저히 살피지 못했다며 '안이함'을 언급했다. 거꾸로 늘 긴장했어야 했다는 소리로 들려 또 빠르게 변화하는 속도의 무게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또 결론처럼 남는 의문. 문제는 속도인가.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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