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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모빌리티 혁신과 소비자 선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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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금이라고 불리는 금요일 밤 강남에서 집으로 가기하기 위해 한참 동안 택시를 기다렸던 기억, 비가 오거나 눈이 오면 더욱 택시 잡기 힘들었던 기억이 누구에게나 한 번 이상은 있을 것이다. 이런 틈새 수요를 겨냥해 나타난 것이 '타다'와 같은 승차공유 서비스이다. 그러나 타다를 무허가 택시영업으로 간주하고 분신자살 등 완강한 반대를 보인 택시업계와의 갈등의 골은 깊어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지난달 17일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타다와 같은 플랫폼 사업자에게 운송면허를 내주고 이들 서비스를 합법화하기로 했다. 플랫폼 택시는 규제혁신형, 가맹사업형, 중개사업형 등 3가지 운송사업 형태로 허용된다. 규제혁신형은 택시면허 총량 범위 내에서 플랫폼 택시를 허용하고 운행 대수를 관리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매년 1000개 이상 면허를 매입해 택시 허가총량을 관리하기로 했다. 플랫폼 사업자는 운송사업 허가를 받는 대가로 운영 대수나 운행 횟수에 따른 수익의 일부를 사회적 기여금으로 내야 한다. 승객 안전 확보를 위해 운전자도 택시기사 자격을 보유하도록 제한했다. 이 과정에서 성범죄ㆍ마약ㆍ음주운전 경력자는 배제된다. 가맹사업형은 기존 법인ㆍ개인택시가 가맹사업 형태로 플랫폼과 결합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다. 현재 영업 중인 웨이고블루, 마카롱택시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중개사업형은 카카오T 택시처럼 중개 앱(app)을 통해 승객과 택시를 중개하는 방식으로, 허가제가 아닌 신고제로 운영한다.

이번 대책은 기존 택시와 승차공유 업계 간의 갈등이 일단 봉합되었다는 점과 소비자의 안전을 고려한 내용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이 대책이 사업자 간 이해관계를 적절히 조정한 것을 넘어 과연 모빌리티 혁신을 유도해 사업자 간 경쟁을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편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안이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기존의 렌터카를 이용한 영업에 대한 대책이 빠져있다. 또한 플랫폼 운송사업을 하려면 기존 택시면허를 사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체 택시면허 중 일부가 또 다른 사업자가 운영하는 택시가 될 뿐 택시가 아닌 모빌리티는 사라지게 된다. 게다가 기여금과 차량 구입비용 탓에 서비스 요금이 인상될지도 모른다.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이 시장에도 진출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지금까지 택시를 이용하면서 가장 불편했던 경험으로 '기사와의 불필요한 대화(38.0%)'를 꼽았고 다음으로 '과속, 끼어들기 등 난폭운전(35.4%)' '승차거부(34.2%)' '담배 등 거북한 냄새(32.4%)' '목적지 돌아가기(25.6%)' 등이 뒤를 이었다. 결국 소비자가 승차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는 요금이 비싸더라도 이런 택시 이용의 불편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은 이런 소비자의 니즈를 수용한 승차공유 서비스를 기존 산업의 테두리에 포함시킴으로써 모빌리티 혁신 서비스를 사실상 택시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과연 기득권을 인정받은 택시업계가 소비자 이익을 위해 혁신을 도모할 것인지, 택시화된 혁신 모빌리티가 소비자에게 지금과 같은 편익을 제공할 것인지 염려 된다.


혁신에 대한 규제정책은 기존 산업의 기득권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신구산업 간 경쟁의 촉진을 통한 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로 소비자 편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이번 대책은 혁신 모빌리티 사업자와 기존 택시 사업자 간 경쟁촉진이 아니라 혁신 모빌리티를 제도권으로 수용하는 대신 기존 택시의 기득권을 인정한 타협안의 성격이 짙다. 이번 주에 플랫폼 택시 도입을 위한 실무기구가 출범한다고 한다. 정책과 법안의 세부적 검토 과정에서 소비자 편익 확대를 위한 더욱 진전된 대안들이 나오기를 기대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ㆍ사이버법센터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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