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몽골에서 모셔온 '소똥구리' 2백마리…기초연구부터 착수"

뉴스듣기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1971년 이후 사라진 소똥구리 복원 프로젝트
몽골서 200마리 채집해 복원센터서 사육·연구 중
생태계 속 '분해자' 역할…빠른 환경정화 효과
자연방사까지 수년 예상…"대체 먹이·증식기술 개발"

소똥구리(출처=국립생태원)

소똥구리(출처=국립생태원)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추억의 곤충' 소똥구리가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춘 지 48년째. 환경부 산하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가 소똥구리 복원 프로젝트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3년간의 사전연구를 마치고 최근 몽골에서 소똥구리 200마리를 도입했다. 유전자 분석 결과, 한국 소똥구리와 몽골 소똥구리가 유전적으로 가장 비슷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의 장금희 동물복원3팀장은 19일 아시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1971년 이후부터 소똥구리가 국내에서 완전히 사라지면서 소똥구리의 생활사에 대한 연구 기록이 전혀 없다"며 "먹이섭취, 산란, 교미, 습관 등 전(全) 생애에 대한 연구부터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소똥구리 채집 과정은 험난하고 고단했다. 몽골에서의 첫 날, 연구진은 울란바토르에서 8시간 넘게 비포장 도로를 달려 동고비에 도착했지만 소똥구리를 한 마리도 잡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장 팀장은 "소똥구리가 자주 활동하는 시간대와 날씨를 고려해 둘째날부터 채집에 성공했고, 4박 5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고 했다. 소똥구리를 국내 도입하려면 검역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통과해야만 했다. 장 팀장은 "몽골에서 채집한 후 현지에서 소똥구리 200마리의 몸에 붙어있는 진드기를 하나하나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며 "공항 입국 현장에서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진드기가 한 마리라도 나오게 되면 전량 폐사 처리해야 하는 규정 때문"이라고 했다.

소똥구리 사육에 필요한 조건을 갖추는 일은 더더욱 만만치 않았다. 보안을 위한 이중 잠금장치와 CCTV, 폐기물 처리를 위한 살균기, 폐사체 보관용 케비넷 등 여러가지 시설을 갖춰야만 한다. 장 팀장은 "소똥구리는 수십 킬로미터를 날아갈 정도로 비행 능력이 뛰어나다"며 "소똥구리 유출을 막기 위해 이중 방충망이 설치된 사육케이지를 준비하고, 외부로 연결된 모든 통로를 방충망으로 차단하는 등 허가 조건도 충족해야 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감도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조감도

원본보기 아이콘

그럼에도 국내 도입을 추진한 이유는 소똥구리가 지닌 생태계적 가치 때문이다. 소똥구리는 소, 말, 양 등 대형 초식동물의 배설물을 먹고 사는 소똥구리는 생태계 속 '분해자' 역할을 한다. 장 팀장은 "소똥구리가 모여든 초식동물의 분변은 그렇지 않은 분변에 비해 빠르게 처리돼 환경이 빠르게 정화되는 효과가 있다"며 "분변을 섭식하는 과정을 통해 생태계 내 물질의 순환 속도를 높이고, 분변에서 사는 해충과 병원권 세균의 발생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연구진은 구충제, 항생제 등이 포함된 초식동물의 배설물이 실제로 소똥구리 생존에 악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할 계획이다. 대체 먹이원과 증식기술을 개발하고, 적합한 서식지를 찾기 위해 지자체와 협력해야 하는 등 산적한 과제가 많아 자연 방사까지는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장 팀장은 "소똥구리가 안정적으로 국내 정착하려면 우리나라 생태현실에 적응해 살아갈 수 있는 서식처 환경 분석과 적합한 먹이원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가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2027년까지 소똥구리를 포함해 25종의 멸종위기종생물을 복원할 방침이다. 환경부의 멸종위기 야생생물 보전 10개년 종합계획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부터 수달, 황새, 참달팽이, 나도풍란 등 10종의 멸종위기종생물 도입이 완료돼 증식·복원 기술개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남생이와 만년콩, 한라송이풀을 도입할 계획이다.


멸종위기종복원센터는 우리나라에서 사라졌거나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생물을 복원하고 보전하기 위해 지난해 10월 경북 영양군에 설립됐다. 전체 부지 면적은 약 255만㎡로 축구장 358개를 합친 크기다. 센터 내에는 증식과 복원 연구를 위한 연구실과 실험실을 비롯해 야생동물 야외적응훈련장, 대형조류가 날 수 있는 실외방사장과 활강연습장, 곤충과 식물증식을 위한 온실 등이 마련됐다. 장 팀장은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고 건강한 생태계를 회복해 사람과 동물, 식물 모두가 행복한 환경을 제공하기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세종=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 막내딸’ 아일릿, K팝 최초 데뷔곡 빌보드 핫 100 진입 국회에 늘어선 '돌아와요 한동훈' 화환 …홍준표 "특검 준비나 해라" 의사출신 당선인 이주영·한지아…"증원 초점 안돼" VS "정원 확대는 필요"

    #국내이슈

  • '세상에 없는' 미모 뽑는다…세계 최초로 열리는 AI 미인대회 수리비 불만에 아이폰 박살 낸 남성 배우…"애플 움직인 당신이 영웅" 전기톱 든 '괴짜 대통령'…SNS로 여자친구와 이별 발표

    #해외이슈

  • [포토] 세종대왕동상 봄맞이 세척 [이미지 다이어리] 짧아진 봄, 꽃놀이 대신 물놀이 [포토] 만개한 여의도 윤중로 벚꽃

    #포토PICK

  • 게걸음 주행하고 제자리 도는 車, 국내 첫선 부르마 몰던 차, 전기모델 국내 들어온다…르노 신차라인 살펴보니 [포토] 3세대 신형 파나메라 국내 공식 출시

    #CAR라이프

  • [뉴스속 용어]전환점에 선 중동의 '그림자 전쟁'   [뉴스속 용어]조국혁신당 '사회권' 공약 [뉴스속 용어]AI 주도권 꿰찼다, ‘팹4’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