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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주가순자산비율의 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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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의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코스피는 연간 수익률 기준으로 -17.28%를 기록해 글로벌 주식시장에서 하위권으로 처졌다. 반도체 경기의 정점 통과 우려와 미ㆍ중 무역 분쟁이 반영된 결과다. 올해는 이 같은 악조건을 극복할 것이란 기대가 없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더욱 참혹한 현실과 마주하고 있다. 올해 주식시장을 5개월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연 수익률은 약 -5%를 기록 중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수익률에 머물러 있다. 주식 투자자를 포함한 자산시장의 참여자는 지금의 경제 상황에 대해 1997년 외환 위기와 맞먹는 퍼펙트 스톰이 다가오고 있다는 공포를 느끼고 있다.

더욱이 대외 변수의 영향이 한국 증시를 짓누르는 상황이기도 하다. 미국과 중국은 교역 분쟁 와중에도 접점을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두 나라의 정치적인 이해관계와 맞물려 평행선을 달리는 국면이다. 현재로서는 무역 분쟁 상황이 완화되기까지 기다리는 전략적 대응이 요구된다.


다음 투자 시점을 기다려야 할 투자자에겐 과연 한국 주식시장이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인가 하는 질문의 답을 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한국 주식을 절대적으로 저평가된 투자 자산으로 볼 수 있을까. 단편적으로 보면 분명히 저평가된 시장이다. 코스피는 2007년 2000포인트를 돌파한 후 10년 넘는 시간 동안 이 수준을 맴돌고 있다. 해당 기간 한국 경제가 성장해왔고 특히 IT 부문의 시장 지배력이 강해진 점을 고려할 때 한국 경제와 기업의 기초 체력(펀더멘털)은 더 탄탄해졌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현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10년 전 글로벌 금융 위기 수준인 0.8배까지 떨어졌다. PBR는 주식의 시장 가치를 장부 가치로 나눈 값이다. PBR가 1배 미만이면 현 기업 가치가 청산 가치보다 못해 절대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왜 투자자는 이런 한국 주식을 싸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것일까. PBR의 결함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장부 가치는 감가상각 등 시간적 비용을 반영하지만 현재 시장 가치는 반영할 수 없다. 또 부채의 가치를 정확히 반영하지 않아 내재 가치의 신뢰도 낮아지게 됐다. 따라서 현재 코스피가 금융 위기 수준의 가치 평가를 받는데도 저가 매수 심리는 사라지게 된 것이다.

PBR에 대한 신뢰가 약해졌지만 역사적으로 낮은 PBR 국면에 실적 개선 변수가 합쳐지면 최적의 투자 기회가 항상 찾아왔다. 지금부터는 대외 정세 변화를 관찰하며 우리 기업의 위기 관리ㆍ대응 과정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 기업의 장점을 소개하면 경기 순환의 역동성 때문인지 경기 침체 충격에 상당한 내성이 있다. 한국 경제 위기론이 대두하면 잔뜩 자세를 낮췄다가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이 있다. 지금이 저평가된 시점이 아니라고 해서 영원히 그렇지 않다는 것은 아니다.


파격적인 규제 완화도 필수다. 기업들은 현재 상당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유형 자산 비율은 높은 편이다. 제조업 비중이 크다 보니 매출이 증가해 수익이 늘면 재투자해 외형을 확장하는 성장 모델을 갖고 있다. 이런 기업들이 현금을 쥐고만 있으니 경제의 활력은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기업의 투자는 모험자본에 대한 베팅이다. 성공 확률을 높여주는 지원이 없다면 기업 근로자의 안전을 생각해 무분별하게 투입될 가능성은 작아진다. 따라서 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기 위해 혁신적인 규제 개혁이 필요하고, 모험자본을 투자한 산업과 기업에 대한 보호 장치도 필수다. 아무도 지켜주는 이가 없다면 어떤 기업이 투자에 나서겠는가. 실력 있는 가수에게 주변 상황, 분위기와 상관없이 막무가내로 노래를 부탁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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