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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3교대 24시간 근무…'주 52시간'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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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단축 사각지대 '1인 자영업자'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 주 평균 52.8시간
임금 노동자보다 10시간이나 길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6개월째↑
초과·과잉 근로에 각종 질병·스트레스 호소
4대 보험, 민간보험 미가입도 수두룩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효식(49) 씨의 일주일 근무시간은 무려 82시간이다. 아침6시에 김밥 재료를 준비하면서 시작된 영업은 밤8시30분까지 이어진다. 그는 토요일에도 근무에 나선다.

서울 마포구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효식(49) 씨의 일주일 근무시간은 무려 82시간이다. 아침6시에 김밥 재료를 준비하면서 시작된 영업은 밤8시30분까지 이어진다. 그는 토요일에도 근무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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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동훈 기자]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김명호(63ㆍ가명)씨의 주당 근무시간은 70시간을 훌쩍 넘긴다. 은퇴 후 시작한 편의점 영업, 밤 9시부터 시작해 다음날 아침 8시까지 이어지는 야간 근무의 밤은 길고 야속하다. 건강에도 문제가 생겼다. 물품 상하차와 장시간 근무로 허리 통증이 생겼고 최근엔 두통도 호소하고 있다.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한 차례 젠트리피케이션까지 경험한 김씨의 목소리엔 노여움이 느껴졌다. 김씨는 "최저임금의 1.5배인 야근 수당을 챙겨주며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면 한달에 300만원 넘는 돈이 든다"며 "어쩔 수 없이 아내, 아들 함께 교대로 24시간 근무를 서고 있다"고 했다.


#10년째 서울 마포구 도화동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정효식(49) 씨의 일주일 근무시간은 무려 82시간이다. 오전6시 김밥 재료 손질로 시작되는 업무는 오후 8시반 영업 마감까지 이어진다. 함께 식당을 운영하는 아내는 허리통증 등을 호소한다. 정씨는 주 52시간 근무제, 최저임금제 모두 우리사회에 필요한 변화라고 인정하면서도 "장시간 근로에 시달리는 영세 자영업자는 임대료, 과당경쟁으로 2중고, 3중고를 겪고 있지만 사장님 혹은 '있는 사람'으로 치부되면서 우리 사회 어디서도 거들떠 보지 않는 듯하다"고 한탄했다.

주 52시간 근무시대가 도래했지만, 자영업자의 일터는 더욱 팍팍해졌다. 이들 대부분은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 편의점ㆍ식당 등 자영업을 선택한 중장년층 등 은퇴세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2일 발표한 '자영업 가구 빈곤실태ㆍ사회보장정책 현황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52.8시간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근로시간은 직원을 둔 자영업자(51.6시간)보다 길었고 임금 노동자(42.6시간)에 비해 10시간이나 긴 것이다. 자영업자의 절반 이상(53.08%)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주당 최대 52시간을 넘는 '초과근로'에 시달렸고 15.13%는 68시간을 초과하는 '과잉근로'에 노출돼 있었다. 조사는 보건사회연구원이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의 2017년 근로환경조사 자료를 이용해 자영업자의 장시간 근로 현황을 살펴본 것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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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직원없이 일하는 자영업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자영업자는 567만5000명이다. 이 가운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52만명,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5만5000명 수준이다. 전체 자영업자 수가 줄고 있고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도 지난해 12월 감소하기 시작해 8개월째 줄고 있지만,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올해 2월부터 6개월째 증가세다.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올해 7월 전월 대비 11만3000명 늘었다. 직원 고용을 포기하고 1인 자영업자로 전환하는 이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노동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으면서 자영업자의 건강상태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보사연 보고서에 따르면 자영업자들은 주요 상지 근육통, 전신 피로, 하지 근육통, 두통ㆍ눈의 피로 등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산업재해에 노출됐음에도 4대보험(국민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과 민간 보험에도 제대로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기준법 상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은 원칙적으로 의무가입을 해야 하고, 근로자들의 보험료를 지원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금 납부의 주체인 1인 자영업자들은 비용 부담을 이유로 고용 보험, 산재 보험 가입을 꺼리는 것이다. 창업 5년 미만, 여객운송업, 화물운송업 등 일부 업종에만 보험이 적용되는 등 제약도 원인이다. 2018년6월 기준 고용보험에 가입한 자영업자는 1만7922명으로 전체 자영업자(563만8000명)의 1%에도 못 미친다.

전문가들은 노동환경 개선이라는 큰 시대적 흐름 속에서 자영업자를 위한 사회안전망 도입에도 관심을 가질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영세 자영업자가 폐업 이후 구직활동을 할 때 소득을 보조하는 실업부조 등 도입이 필요하나 단시일 내 도입이 쉽지 않다"며 "지금은 자영업자에 대한 고용보험료 지원을 크게 늘리고, 반강제적으로 가입을 유도하는 등 과감한 접근도 고려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동훈 기자 hoon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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