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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가옥도 국고로 보수…안내판 설명은 全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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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 홍파동 홍난파 가옥
친일단체 가담 전력 있지만
안내판에 해당 내용 쏙 빠져
바른 역사교육 위해 필요 지적

누하동 이상범 가옥·화실
명륜1가 장면 가옥도 마찬가지

"안내판은 문화적 가치 언급
인물행적은 적절하지 않아
관리도 지자체·소유자 몫"
문화재청 "강제 못해" 설명

서울 홍파동 소재 홍난파 가옥 전경. 사진=이정윤 기자

서울 홍파동 소재 홍난파 가옥 전경. 사진=이정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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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정윤 기자] 사직터널(서울시 종로구) 남쪽 언덕을 오르다보면 빨간 벽돌과 담장으로 둘러쳐진 양옥 건물이 눈에 띈다. 1930년 독일 선교사가 지어 일제강점기 서양식 주택의 특징을 고스란히 간직한 이 집은 봉선화', '고향의 봄' 등 국민적 가곡을 써낸 작곡가 홍영후(홍난파ㆍ1898~1941) 선생이 말년을 보낸 곳이다. 아파트 숲(경희궁자이)으로 변한 종로구 홍파동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이 집은 2014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됐고,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유지ㆍ보수하고 있다.


가옥 입구에는 홍난파 선생의 흉상과 그의 업적을 상세히 기록한 어른 키 높이 안내판이 서 있지만 어디에도 그의 친일 이력이 적혀 있지는 않다. 홍난파는 1937년 변절해 국민총력조선연맹의 문화위원으로 활동하며 친일 작품을 발표했다. 2009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고, 2017년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도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보고서 보유편을 통해 그를 친일반민족행위대상자로 지정했다.

일제강점기 일제에 부역하며 같은 민족을 억압한 친일파들이 거주하던 장소가 문화재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으면서도 정작 그들의 친일 행적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리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근현대사적 가치를 고려해 가옥 등을 보존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그들의 업적만을 강조하고, 친일 등을 통해 민족을 배신한 역사적 사실을 알리는 데는 소홀하다는 지적이다. 다음 세대를 위한 바른 역사교육을 위해서라도 사실을 제대로 알리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해당 시설을 유지하는 데는 막대한 국민세금과 행정력을 동원된다. 13일 서울시에 따르면 홍난파 가옥의 유지ㆍ보수에 투입된 국고보조금은 2016년 1000만원 상당이다. 소유주인 서울 종로구가 문화재 유지ㆍ보수 비용을 청구하면 서울시와 문화재청이 절반씩 부담해 예산을 내려보내고, 종로구가 이를 집행한다.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화가 이상범의 가옥과 화실도 마찬가지다. 이상범 역시 미술을 통해 일제의 국방헌금 모금에 참여한 이력이 있어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됐다.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위원회도 그를 일제에 협력한 인물로 규정하고 있지만 등록문화제 제171호로 지정된 그의 가옥과 화실에 있는 안내판에서도 그의 친일 관련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이곳은 올해 800만원의 국고보조금이 투입됐다.


해방 이후 국무총리, 부통령 등을 지낸 장면의 가옥(종로구 명륜1가동 소재)도 등록문화재 제357호로 등록돼 있다. 동성상업학교 교유와 생도들로부터 130여원을 모금한 항공기 구입비를 국방헌금으로 내고, 국민동원총진회 중앙위원을 맡는 등 친일 행적이 논란이 된 인물이지만 가옥 안내판에는 한 마디 언급조차 없다.


이순우 민족문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국고를 들여 이러한 등록문화재 유지보수를 하는 만큼 친일 행적에 대한 설명해 시민에게 알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문화재청 관계자는 "(친일 인사의) 등록문화재 안내판에는 문화적 가치가 언급돼야지 인물의 행적이 들어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안내판 관리는 지자체나 소유자의 몫이기 때문에 어떤 내용을 적시하라고 강제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정윤 기자 leejuyo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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