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이어 이마트도 자산유동화…투자재원 확보 나서나(종합)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롯데쇼핑에 이어 이마트도 자산유동화에 나선다. 분할 이후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위기를 맞은 이마트가 이번 자산유동화를 통해 재무건전성 문제를 해소하고 새 투자재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마트는 13일 공시를 통해 1조원 규모의 자산유동화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이날 오후 KB증권과 10여개 내외의 자가점포를 대상으로 자산 유동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이마트는 주관사인 KB증권과의 협의를 통해 자산 유동화 대상 점포를 선정한 후, 투자자 모집 등 연내 모든 과정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예상 규모는 약 1조원에 달한다.

이마트는 자산 유동화를 통해 확보된 현금을 재무건전성 강화 등을 위해 사용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과 함께 점포 건물을 매각한 후 재 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유동화도 진행한다. 자산유동화 후에도 점포 운영에는 지장이 없다는 게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점포를 매각한 이후에도 점포들을 10년 이상 장기간 재 임차할 것"이라며 "기존 점포운영은 자산유동화와 관계없이 안정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마트가 자산유동화에 나선 것은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마트의 2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299억원으로, 분할 상장 이후 첫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 마켓컬리 등 온라인몰 확대로 인한 경쟁 심화와 인구구조 재편으로 인한 오프라인 대형 매장의 퇴조,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세금 부담 가중 등이 주된 요인이다. 실적 발표에 앞서 글로벌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재무구조 불안정을 이유로 이마트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낮추기도 했다.

온라인몰 활성화 등 신성장 동력 모색을 위한 투자재원 마련 필요성도 자산유동화를 결정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롯데쇼핑도 롯데백화점 구리점 등 9개 점포를 롯데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롯데리츠)에 1조629억원에 양도하고, 해당 부동산을 임차하는 방식으로 자산유동화에 나섰다. 이를 통해 마련한 자금으로는 신성장 사업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로 오프라인 쇼핑몰들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유통 공룡들이 잇따라 재원 확보를 위한 자산유동화에 나선 셈이다.

한편 이날 이마트는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도 밝혔다. 취득 예정 주식 수는 90만주로 이마트 발행주식총수의 3.23%이며, 금액으로는 이달 12일 종가 기준으로 1000억원(949억5000만원)에 달한다. 취득 예정기간은 이달 14일부터 11월13일까지로 장내매수를 통해 이루어진다. 자사 주가가 실제 회사가치보다 과도하게 하락, 주가안정화를 통한 주주가치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마트가 자사주를 매입하는 것은 2011년 신세계에서 이마트로 기업 분할을 통해 별도 상장한 이후 처음이다. 앞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도 대주주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지난 3월 27일부터 4월 4일까지 장내매수를 통해 이마트 주식 14만주를 매입한 바 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