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한 詩] 꾀병/박세미
곧 아플 겁니다.
슬픔이 오기 전에 아플 거예요.
물에 빠진 개와 눈이 마주쳤을 때
나는 마침 차가워졌고
조금 늦게 감기에 걸렸습니다.
아프고 나면, 정말 아플 겁니다.
스스로를 믿는 힘으로
갑자기 손이 아프면 혼나지 않았습니다.
열이 나지 않아도
따뜻한 손이 이마를 짚어 주었는데
온몸이 아픈데
온몸이 이렇게
여기 있습니다.
그대로
다이빙대에 올라
검은 구멍 속을 내려다보았습니다.
우아한 몸짓으로 뛰어내렸는데
온몸이 이렇게
여기 있습니다.
죽은 개의 얼어붙은 꼬리를
꼭 붙잡고 매달려 있습니다.
스스로에게 속는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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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혹 꾀병을 부리다 정말로 몸이 아플 때가 있다. 그저 잠시 쉬고 싶어서 아픈 척했을 뿐인데 마음도 울적해지고 급기야는 콜록콜록 기침도 나고 열도 나고 그럴 때 말이다. 물론 마음이 몸을 이끈 바라고 생각하고 말면 그만이겠지만, 그래도 참 아리송한 일이다. 그럴 때 대체 '나'는 누구일까? 꾀병을 부리기로 마음먹은 내가 '나'일까, 아니면 진짜로 아프기 시작한 내가 '나'일까? "스스로를 믿는 힘"이든 "스스로에게 속는 힘"이든 관건은 "스스로"나 혹은 '믿다'나 '속다'가 아니라 "힘"일 것이다. 이 "힘"을 무엇이라고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이 나를 구성하고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채상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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