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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DLS '예견된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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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국채 등 금리 변동폭 심한 상황서 판매…수천억 증발에 투자자 '발동동'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금리 연계 파생결합증권(DLS) 투자자의 손실액이 수천억원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이 상품을 8000억원가량 판매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당초 상품 판매시부터 이 같은 위험을 충분히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 손실의 기준이 되는 기초자산인 독일 국채, 영국 CMS 금리 변동폭이 컸던 상황에서 판매가 이뤄져 '예견된 손실'이라는 지적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이 금리 DLS를 판매할 당시 이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등 기초자산 금리의 변동폭이 극심했다. 3월말 가입, 9월말 만기로 평가액 기준 원금이 60% 날아간 A자산운용 상품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만기시 -0.2% 이상이면 연 환산 4.2% 수익을 얻지만, 금리가 -0.2% 미만부터는 손실이 시작돼 -0.7%에 도달하면 원금 전액이 사라진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4월1일 종가 기준 0.006%로 가입 시점보다 금리가 추가로 0.2%포인트 가량 하락하면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문제는 은행들이 금리 DLS를 본격 판매하기 시작한 3월에 독일 국채 금리의 하락 리스크가 높았다는 점이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종가 기준 지난해 10월1일 0.577%에서 올해 2월4일 0.088%로 넉달새 0.489%포인트 하락했다. A운용사 상품의 투자원금 손실이 발생하기까지 금리 낙폭(약 0.2%포인트)의 두 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그간 독일 국채 금리 변동폭을 감안할 때 은행들이 금리 하락 리스크를 충분히 인지하고 판매 여부를 고려했어야 했다"며 "상품 판매 시점부터 손실 위험이 컸고, 상대적으로 투자성향이 보수적인 은행 이용자에게 이 같은 상품을 팔았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은행들이 금리 DLS에 투자하기 위한 사모펀드 모집 기간에 이미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가 원금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은행 대처도 논란이다. 일부 투자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은행은 손실이 상당히 진행된 이후 이 사실을 안내했다. 중도환매를 원했지만 은행 권유로 환매를 미루다가 손실이 확대된 투자자들도 적지 않다. 투자자 일부는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주장하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독일 국채금리가 -0.2%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었다. 최근 미ㆍ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안전자산 수요가 급격히 증가, 주요국 채권 금리가 급락한 것으로 은행도 이 상황을 예상치 못했다"며 "금리가 짧은 기간 급변한 만큼 9월 만기에는 손실이 줄거나 원금을 회복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비이자이익 확대에 과도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이 사태를 초래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DLS의 경우 선취 판매수수료가 적게는 1%, 많게는 1.5% 수준인 것으로 전해졌다. 1억원을 판매하면 많게는 150만원이 수수료라는 얘기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전 금융업권을 상대로 금리 연계 DLS 판매 현황을 조사중이다. 향후 분쟁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불완전판매'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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