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O협약비준 지연…일본 이어 EU까지 경제보복 우려
정부 ILO핵심협약 비준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 공개
노사 모두 반대해 개정안 국회 통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ILO 핵심협약 비준 안되면 EU 경제제재 우려 있어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일본의 경제 규제에 이어 유럽연합(EU)의 경제 보복 가능성도 새로운 논란 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30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그 배경으로 유럽연합(EU)의 경제 보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 EU가 ILO핵심협약의 미비준을 이유로 경제 보복에 나선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이같은 우려가 지나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일부에서는 우리나라가 '시범케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EU는 지난 4일 한국의 ILO 핵심협약 미비준을 이유로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의 분쟁 해결 절차 최종단계인 전문가 패널 소집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와 EU는 오는 9월4일까지 전문가를 선정하고 패널을 구성할 계획이다. EU는 한-EU FTA를 맺을 당시 우리나라가 ILO 핵심 협약 비준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이에 대한 이행이 충분치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양측이 선정한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전문가 패널은 90일 동안 당사국 정부, 관련 국제기구 등의 의견을 듣고 권고나 조언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정부에 이행을 촉구한다.
이에 따라 고용부는 ILO 협약 비준을 위해 노동조합법, 공무원노조법, 교원노조법 등 3개 법의 개정안을 31일부터 9월9일까지 입법예고한 뒤 9월 열리는 정기국회에 정부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국내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정부안에 대해 노사 모두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국회 통과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노동계와 일부 학자들은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EU가 경제 보복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승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만약 ILO핵심협약 비준을 하지 않으면 우리가 예상하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다양한 방법으로 EU의 경제제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남궁준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EU가 한국이 FTA 협정을 위반했다고 최종 판단한다면 전통적 무역조치인 관세, 수출입 수량 제한부터 조세, 규제, 공공조달, 기업보조금 제도 등의 영역에서 불이익을 주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정부와 경영계에서는 FTA 규정상 직접적인 경제보복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한-EU FTA 협정에 따른 보복조치로 우리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하다"며 "한-EU FTA는 ILO 핵심협약 비준이 아닌, 비준을 위한 노력을 규정하므로 ILO 핵심협약 미비준 자체가 규정 위반으로 단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EU가 FTA 상대국을 대상으로 전문가 패널을 소집한 것은 우리가 처음이다. EU는 우리나라와 FTA를 체결하면서 처음으로 노동 관련 규정을 포함시켰다. 이후 캐나다, 멕시코, 일본, 베트남, 싱가포르 등과 FTA를 체결하면서 한국의 전례를 따랐다.
EU가 우리에게 계속 ILO핵심협약 비준을 요구하는 것도 우리를 발판으로 다른 나라에게도 노동규정 준수를 압박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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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영 고용부 국제협력담당 과장은 "EU가 우리쪽에 문제제기를 하는 근거는 노동 이슈를 다룬 FTA 13장에 국한된 것"이라며 "13장만 가지고는 공식적인 경제제재까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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