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 "내년도 최저임금 삭감해야...최근 2년간 과도한 인상"

경영계 "2020년 최저임금 인상률, 마이너스 조정 필요"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사용자단체가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삭감을 주장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반원익 중견련 상근부회장, 김용근 경총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기중앙회 상근부회장(사진=경총)

[아시아경제 김지희 기자] 경영계가 2020년도 최저임금 집중심의를 앞두고 최저임금 인하를 재차 촉구했다. 최근 2년간 급격한 인상이 이뤄진 만큼 내년엔 삭감을 통한 속도조절이 필요하는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사용자단체는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2년간의 최저임금 인상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수준”이라며 “2020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은 마이너스로 하향조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서승원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이 참석했다. 앞서 경영계는 지난 3~4일 진행된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최초 요구안으로 8000원(4.2% 삭감)을 제출한 바 있다. 이에 1만원(19.8% 인상)을 제시한 노동계와 9시간 동안의 밤샘 협상을 벌였지만 입장차가 커 합의점 마련에 실패했다.

이날 사용자단체들은 최근 2년간 최저임금이 급격하게 인상됐다는 점을 이번 경영계 요구안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최저임금은 물가상승률과 경제성장률을 기초로 기업 경영 상황과 지불능력, 생산성 등을 고려해 결정돼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 수치는 과거와 유사한 가운데 2018년, 2019년 최저임금 인상률만 큰 폭으로 인상됐다”고 말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최저임금은 기업의 지불능력을 초과해 영업이익 하락과 고용 축소, 경쟁력 약화 등 소상공인과 기업을 고통을 심화시키고 있다”면서 “특히 인건비 상승을 감당할 수 없는 소상공인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비중인 미만율은 2017년 13.3%에서 2018년 15.5%로 증가했으며 올해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며 “2018년 정부 통계에 따른 미만율은 숙박음식업은 43.1%, 5인 미만 사업장은 36.3%에 달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2020년 적용 최저임금 인상률을 마이너스 기호로 조정하는 것이 경제에 대한 충격을 다소나마 흡수할 수 있는 합리적 처방”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회장은 “공익위원들은 최저임금 결정에 중요한 중위임금 대비 수준 관련 자료를 제시하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실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며 “이를 통해 노사가 수긍하고 국민적 수용이 가능한 숫자를 도출해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 부회장 역시 “현재 삭감안은 어느 한쪽이 살고 한쪽이 죽는 안이 아니라 함께 살기 위한 안”이라며 “규제, 세제, 노동경직성 등 문제로 ‘탈 한국 현상’이 나타나는 상황에서 기업인들이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날 사용자단체들은 제도개선전문위원회를 통해 ▲업종별, 기업규모별, 지역별 최저임금 구분 적용 ▲최저임금 산정기준 시간수 관련 고용노동부와 대법원 판결의 이중적 기준에 대한 해결 ▲외국인근로자에 대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적용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10차 전원회의를 열고 2020년 최저임금을 심의한다. 오는 11일까지 사흘 연속 전원회의를 진행하고 최저임금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김지희 기자 ways@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