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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비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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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비행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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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이른 아침부터 비행(非行)에 대해 생각한다. 비행은 사전적으로 '잘못되거나 그릇된 행위'를 의미하고, 주로 '청소년'과 붙어 쓰인다. 구체적 행위로는 10대가 주축이 된 음주, 흡연 등 일탈부터 집단 폭력, 절도 등을 떠올릴 수 있다. 요새는 성범죄, 마약, 살인처럼 선을 넘어버린 범죄의 양상을 띠기도 한다.


바로 오늘 출근길의 아파트 정문 앞 편의점. 열 명 남짓한 소년소녀가 모여 있다. 교복은 입지 않았으나 언뜻 봐도 중학생 정도의 어린 나이였다. 소년 네 명은 배달이라는 글자가 적힌 오토바이 두 대에 나눠 걸터앉고, 나머지는 담배를 피우거나 편의점 의자에 서로 몸을 포개어 앉아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이른 새벽이었으므로 일찍 나왔다기보다는 귀가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이들을 다시 마주친 것은 지하철역 근처였다. 골목을 걷는 출근 행렬의 뒤에서 부릉 하는 엔진 소리가 나더니 어린 소년이 "빵빵~" 하고 생목으로 경적을 울렸다. 비키라는 얘기다. 피하지 않았다간 팔다리가 성치 않을 속도로 오토바이 두 대가 달려왔다. 몸을 살짝 틀어 뒤를 돌아보며 한쪽으로 붙었다. 그리고 의기양양한 표정의 소년들과 길 가장자리에 붙었던 청년, 중ㆍ장년, 노년의 사람들은 각자 제 갈 길을 갔다. 나는 수치스러움과 한심함에 잠시 발걸음을 늦추며 비행이란 것을 생각한 것이다.


무엇이 저 무례한 비행을 멈추게 할 수 있을까. 그 부모도, 학교도, 지역 경찰도 하지 못했거나 하지 않았다. 결국은 비행이 심각한 범죄로 넘어가는 순간을 기다렸다가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수순만이 남게 된다. 그 전에는 다들 한쪽으로 붙어 이들을 모른 척 피할 뿐이다. 내 생계를 뒤로 하고 저들을 쫓아가 세워 훈계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함부로 나섰다가는 내 삶이 꼬인다는 경험칙을 떠올리면서.


최근 10대들이 저지른 끔찍한 범죄가 세세하게 알려졌다. 광주에서는 직업전문학교에서 만난 피해자의 돈을 빼앗고, 물고문을 하고, 발과 주먹으로 장기가 찢어질 정도로 때려 결국 죽게 한 10대들이 검찰에 송치됐다. 경북 칠곡에서는 만 20세의 법적 성인과 함께 16~19세의 청소년들이 다른 중ㆍ고등학생을 원룸에 가둬 세제와 담배꽁초를 먹이고, 소주병으로 머리를 내려쳤다고 한다. 가정과 교육과 법과 지역사회와 그 주변의 어른들은 언제까지 이들에게 길을 비켜줄 것인가.



김현정 기자 alpha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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