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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칼럼] 디지털 경제주권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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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서 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는 "전 세계 99%가 거인에 잠식됐을 때 버티고 저항해 살아남은 회사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면서 "유럽 등 많은 나라가 그들에게 자국의 데이터와 매출을 뺏기는 문제에 대해 점점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현재의 디지털 경제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네이버가 인스타그램의 대항마로 성장시키려던 '폴라(PHOLAR)'를 3년 만에 접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그의 소회가 남달라 보인다.


디지털 경제의 물리적 기반이자 인공지능(AI)ㆍ빅데이터에 필수적인 데이터 보관소 클라우드의 경우 구글ㆍ아마존 등 글로벌 IT 거인들이 이미 국내시장의 67%를 지배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디지털 경제의 핵심 자산인 데이터의 규모와 가치에서도 구글ㆍ아마존 등 글로벌 IT 거인들이 전 세계의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데이터센터만 보더라도 미국이 40.2%로 1위, 그다음이 중국(10.1%), 일본(6.5%)이며 우리나라는 10위권 밖이다. 국내 기업의 빅데이터 이용률은 7.5%에 불과하고, 데이터시장은 미국의 400분의 1 수준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 생태계에서 데이터와 국력의 관계를 고려할 때 우리의 국력은 하향곡선이다. IT 인프라가 잘 갖춰진 국내시장은 이들에게 좋은 테스트베드(Test Bed)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에 '산업화는 뒤졌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라는 슬로건하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IT 인프라를 구축했다. 그러나 우리가 힘겹게 구축한 인프라가 우리 경제의 '텃밭'이 아닌 글로벌 IT 거인의 '사냥터'로 쓰이니 씁쓸할 뿐이다.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과거 IT 강국의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디지털 경제 구축이 정부의 핵심 정책으로 인정돼야 한다. 그리고 정책 추진 주체가 정부조직법 등 법률에 명확히 규정돼 있어야 한다. 혹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 '4차산업혁명위원회' 등을 거론하며 이미 디지털 경제를 전담하는 부처가 존재한다고 반론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행정 작용은 조직을 통해 집행되므로 동일한 권한을 행사하더라도 어떤 조직에 의해 이뤄지는가에 따라 그 결과가 다르다. 과기정통부는 기초과학기술, 통신ㆍ방송산업을, 방통위는 방송ㆍ통신 규제를 전담한다. 혁신을 추구하는 디지털 비즈니스는 이들이 전담하는 전통적 통신ㆍ방송 사업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5G 이동통신 관리형 서비스, 제로레이팅,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ㆍOver The Top) 등은 기존 통신ㆍ방송사업자들과 빚는 이해관계 갈등의 대표적 예다.


최근 방통위의 '제1기 인터넷 상생발전 협의회'와 과기정통부의 '5G 통신 정책 협의회'가 이러한 현실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이러한 협의체는 과기정통부와 방통위가 전담하는 기존의 이해관계가 중심이 될 수밖에 없고 결국 망 중립성ㆍ5G 관리형 서비스 등 갈등 의제의 해결은 고사하고 갈등의 골이 깊다는 것만 확인한 채 마무리 됐다. 중기부 역시 전통 산업을 담당하는 중소 영세 사업자 정책을 전담한다. 카풀, 배달의민족, 에어비앤비 등은 기존 중소 자영업과의 협력 모델을 추구하지만 결정적 이해관계에서는 대립 구조가 될 수밖에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구글 등 해외 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서울과 수도권에 이미 건립됐거나 입성 채비를 하고 있음에도 경기 용인에 건립하려던 네이버의 데이터센터는 지역 갈등을 극복하지 못하고 무산됐다. 즉 우리나라는 디지털 경제 추진을 위한 전담 조직이 없으니 합리적 갈등 해결을 위한 시스템 역시 미흡하다.


과거ㆍ현재의 규제는 당연히 기득권을 유지ㆍ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고 이러한 규제를 전담하는 행정 조직 역시 강건하다. 결국 디지털 경제에 기반한 혁신 서비스는 이러한 기득권을 옹호ㆍ전담하는 행정기관과 그들이 소관하는 규제와의 갈등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디지털 경제의 혁신성ㆍ탈규제성ㆍ전문성ㆍ글로벌 지향성에 부합하는 독자적 정책을 기획ㆍ집행할 전담 행정기구의 설치가 절실하다. 디지털 경제의 주도권을 확보해 다시 한 번 IT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김현경 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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