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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 베트남은 지금③]"한국영화관 데이트 필수코스...한국영화도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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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반단 롯데시네마 남사이공점 관장 "베트남 영화시장 부흥, 40대 이상 공략이 관건"

[한류, 베트남은 지금③]"한국영화관 데이트 필수코스...한국영화도 선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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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웬 반 단(32)은 입사 8년 만에 롯데시네마 남사이공점 관장이 됐다. 하노이 랜드마크점과 후에점에서 영사기를 다루면서 획기적인 전략으로 많은 관객을 유치했다. 이수민 롯데시네마 베트남법인장은 "한국어를 모르는데도 초고속 승진한 특별한 경우"라고 했다. 응웬 반 단은 "영화관에서 처음 느꼈던 재미와 감동을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싶었을 뿐"이라며 웃었다. 그는 어린 시절 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다. 시골에서 자라 영화관을 찾아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집에 텔레비전도 없어서 창문 너머 옆집의 불빛을 훔쳐봐야 했다.


응웬 반 단이 롯데시네마에 입사했을 때 부모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과거 농촌과 산간에 설치됐던 이동식 영화관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1960년대부터 전국에 이동영화관 200여 개를 마련했다. 대미항전을 소재로 투쟁심을 부추기는 영화들을 상영했는데, 강제로 동원돼 관람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제네바협정 직후 5년 동안 북베트남에서 영화가 상영된 횟수는 2억3200만 회. 한 사람당 매년 영화 세 편 이상을 봤다. 대중은 선전도구에 가까운 영화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영화와 관련한 직업을 천하게 여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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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산업이 급성장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응웬 반 단은 "롯데시네마, CJ CGV 등 한국기업들이 멀티플렉스 환경을 새롭게 조성하면서 영화관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영화관을 거의 찾지 않는다. 소음만 무성한 곳으로 인식한다. 응웬 반 단은 "우리 부모님만 그런 것이 아니다. 영화관에서 50대 이상을 목격한 경우가 드물다"고 했다. 롯데시네마 남사이공점에서 드리미(아르바이트생)로 일하는 응웬 호 아잉쭝(20)과 꽁 프엉 응이(20)도 "영화관에서 노년층을 본 적이 거의 없다. 대부분 10대~30대가 주를 이룬다"고 했다.


두 드리미의 부모들은 40대다. 종종 영화관을 찾아 로컬영화를 즐긴다. 응웬 호 아잉쭝은 "베트남식 슬랩스틱 코미디에 익숙하시다"고 했다. 꽁 프엉 응이는 "40대만 넘어가도 자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영화관에서 10대~30대의 기호를 파악해 마케팅과 홍보를 펼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략은 적중한 듯 보인다. 베트남의 영화관 관객 수는 2011년에 1000만 명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4년에 두 배가 넘는 2100만 명으로 늘었고, 2017년에 또다시 두 배 이상인 4500만 명으로 증가했다. 응웬 반 단은 "매년 25~30% 이상 는다. 영화관 대부분이 접근하기 용이한 곳에 조성돼 데이트의 필수코스가 됐다"고 했다. 꽁 프엉 응이는 "대학교 친구들끼리 모여서 함께 관람하는 경우가 많다. 젊은이들에게 영화관람은 익숙한 문화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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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젊은 층은 할리우드 영화를 가장 선호한다. 두 번째로는 30대 이상이 로컬영화, 20대 이하가 한국영화로 나뉜다. 꽁 프엉 응이는 "한국영화가 베트남영화보다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인문학적인 내용을 담는다는 점도 매력적이다"라고 했다. 응웬 호 아잉쭝은 "한국영화는 기술적으로 상당히 우수하다. 장면 하나하나를 생생하게 구현한다"며 "다채로운 내용을 다룬다는 점도 인기를 끄는 비결 같다"고 했다.

이야기를 듣던 응웬 반 단은 다양한 장르를 포용하는 한국영화가 관객층 확대의 해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영화가 젊은 층의 기호만을 반영해서는 안 된다. 가치관의 차이가 벌어져 구세대와 신세대 간 갈등만 심화될 수 있다"면서 "영화만큼 세대 차를 줄이기 좋은 매체도 없다. 노년층까지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이미 비슷한 성격으로 만들어진 한국영화를 수급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방 곳곳에서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어야 국민적 오락거리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부모의 얼굴을 떠올렸다. "손을 꼬옥 쥐고 영화를 보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호치민=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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