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투자보고서에 웬 '트노스'"…눈길 끄는 증권사 이색 보고서

최종수정 2019.06.07 13:37 기사입력 2019.06.07 11:28

댓글쓰기

사진=유진투자증

사진=유진투자증



[아시아경제 유현석 기자] 무겁고 딱딱했던 증권사 보고서가 변하고 있다. 패러디부터 시작해 제품 체험기와 맛집 후기 등 투자자들의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 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보고서들 사이에서 살아남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진투자증권 은 지난 3일 '2019 하반기 매크로 전망-트노스의 End Game'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특히 이 보고서의 표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얼굴과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등장하는 타노스의 몸이 합성된 사진이 표지를 장식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허재환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타노스와 유사하다고 설명한다. 그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등장하는 타노스에 비유된다. 지난달 5일 트윗 하나로 금융시장 분위기를 5개월 전으로 되돌려놓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은 경기 침체보다는 아시아 서플라이 체인(supply chain)의 변화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정책에 대한 압박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증시의 상대적인 우위 가능성은 낮아 보이며, 하반기 코스피는 1954~2236포인트 선에서 움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제품 체험기를 내놓은 보고서도 있다. 지난달 24일 이 증권사의 유통ㆍ소비재 담당 주영훈 연구원은 '쥴(JUUL) 한국 상륙, 선구매 후기'를 발간했다. 미국 액상형 담배 쥴의 국내 정식 출시일이 보고서가 나온 날과 같은 것을 생각하면 제품이 나오자마자 바로 체험기를 작성한 것이다. 특히 주로 IT 담당 연구원들이 제품 체험기를 내놨던 것과 비교하면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그는 "니코틴 함량이 줄어들면 담배 특유의 타격감(연기를 마시는 느낌)과 연무량(내뱉는 느낌)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물론 해당 요소들은 개인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가지만, 실제 출시된 제품을 사용해본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현상"이라고 쥴에 대한 평가를 내놨다.

사진=DB금융투자

사진=DB금융투자



맛집 탐방에 대한 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DB금융투자 는 지난달 29일 '탐방 업데이트-6월의 숨은 그림 찾기'라는 제목의 스몰캡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경하ㆍ구성진ㆍ유현재 연구원이 내놓은 이 보고서는 일반 기업 탐방 보고서와 특별히 다르지는 않다. 각 업체에 대한 설명과 향후 전망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보고서의 특이한 부분은 중간에 나온다. '탐방 기업 맛집 목록'이 그것이다. 여기에서는 탐방 기업 근처의 가볼 만한 곳과 식당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특히 방문한 음식점에 대한 평가 부분을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연구원들이 '식당에서 밥 추가 잘 안 하는데 매운탕 때문에 밥 두 공기 먹음'이라거나 '콩비지 국물이 돼지 등뼈에 깊숙하게 파고들어 고소함이 어마어마함'이라고 평가를 남겨 음식점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 때문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기관투자가나 증권사 연구원들이 기업 탐방을 하다 보면 중간중간에 시간이 남을 때가 많다"며 "그럴 때 이런 곳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작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증권사 보고서의 변화는 하루에도 수백 건씩 쏟아지는 보고서 사이에서 투자자들에게 읽히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 총 34개 증권사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는 7만699개다. 지난해 주식시장 거래일 224일을 기준으로 하면 일평균 290건에 달하는 보고서가 쏟아지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보고서의 경우 전문용어가 주로 들어가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딱딱하고 무겁다"며 "좀 더 가볍고 재밌게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읽힐 수 있게 하기 위해 연구원들이 아이디어를 동원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유현석 기자 guspower@asiae.co.kr

<ⓒ경제를 보는 눈, 세계를 보는 창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