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생활 침해보다 증거 가치 더 커"
차량 대화 녹음본은 증거 배제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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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의 외도 정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화면을 촬영한 사진이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씨가 자신의 배우자와 부정한 관계를 맺은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심의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지난달 30일 확정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배우자와 이혼소송 중이던 2019년 배우자의 차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배우자와 B씨 등의 대화를 녹음했다. 또 배우자 휴대전화에 보관된 문자 메시지와 사진, 동영상 등을 자신의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A씨는 2022년 1월 B씨 등을 상대로 '배우자와의 외도 행위로 인한 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낸 위자료 청구 소송에서 이를 증거로 제출했다.

대법원은 우선 차량 내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해서는 안 되고, 이런 녹음파일은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봤다.


반면 휴대전화 문자·사진을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도 민사 소송에서의 증거 능력이 무조건 부정된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형사소송법과 달리 민사소송법은 위법 수집 증거의 증거 능력을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번 사건에 대해 사생활 침해 우려보다 증거로서의 가치가 더 크다고 판단했다. A씨가 배우자의 외도를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이혼 소송 진행 중에 증거를 확보했고, 외도 사건 특성상 사생활 자료가 증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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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 여부는 웹툰 작가 주호민 씨 아들을 학대한 혐의를 받는 특수교사 사건에서도 쟁점이 된 바 있다. 특수교사는 1심에서 벌금형 선고유예를 받았지만, 2심에선 주 씨 측이 아들의 옷에 녹음기를 넣어 확보한 녹음파일은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에서 심리가 진행 중이다.


최영 인턴기자 zero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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