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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읽다]"기내 비디오 봐야해?"…안전위한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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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고로 제작한 터키항공의 안전비디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레고로 제작한 터키항공의 안전비디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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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승객들의 안전에 대한 인지도는 생각보다 낮습니다. 항공사들은 이런 승객들이 안전에 대해 관심을 가지도록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을까요? 비행기가 출발 하기 전에 보여주는 승무원들의 안전 시범이나 안전비디오 방영은 승객들에게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깨우치기 위한 아주 중요한 절차 중 하나입니다.


지난 5일 러시아 모스크바 세레메티예보공항 항공기 불시착으로 탑승자 78명 가운데 4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습니다.

모스크바에서 무르만스크로 향하던 러시아의 아에로플로트항공 1492편이 낙뢰를 맞은 후 모스크바로 회항해 비상착륙했지만 승객들이 항공기에서 미처 탈출하지 못해 일어난 대형사고였습니다.


이 사고 이후 언론과 SNS 등을 통해 불시착 후 일부 승객이 자신의 짐을 꺼내느라 통로를 막아 뒷좌석의 승객들의 탈출이 늦어져 사망자가 더 늘어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해당 승객의 행태에 비난이 쏟아졌습니다.


정확한 사고조사 결과가 발표된 상황은 아니지만 이번 아에로플로트 항공의 사고는 짐이 생명보다 소중했던 극히 일부의 승객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비행기는 출발 전에 안전비디오를 승객들에게 틀어주지 않았던 것일까요?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승객들이 안전비디오 방송을 요식행위로 넘기면서 주의깊게 듣지 않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일어난 사태입니다.

비행기를 타면 이륙하기 전에 항상 승무원들이 안전 안내 시범을 보여줍니다. 승무원들이 직접 시범을 보이지 않을 경우에는 안전비디오를 시청하도록 비디오를 틀어주지요. 이는 요식적 행위가 아닌, 만의 하나 사고가 발생할 경우 승객들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알려주고, 비상 상황에서 승무원들의 지시를 따라주길 바란다는 경고이자 당부입니다.

맨탈리스트가 직접 등장해 설명하는 이스라엘 엘알항공의 안전비디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맨탈리스트가 직접 등장해 설명하는 이스라엘 엘알항공의 안전비디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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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전 세계의 항공사들은 승객들이 안전비디오(Safety Demonstration Video)에 보다 집중하고, 승무원들의 안전 시범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승객들이 안전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여 비상상황에서 불필요한 행동으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터키항공은 지난해 8월부터 워너브라더스, 레고와 제휴한 애니메이션 형태의 안전비디오를 기내에서 방영합니다. 배트맨과 슈퍼맨, 원더우먼 등이 워너브라더스의 캐릭터가 대거 등장해 코믹한 내용으로 승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습니다.


터키항공은 이 안전비디오 제작에 3년 정도가 걸렸고, 293만8840개 레고블록을 동원했습니다. 총 15개 기종에서 영어와 터키어 버전으로 방송 중입니다.


엘알 이스라엘항공은 아주 독특한 소재를 선택해 새로운 안전비디오를 방영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출신의 멘탈리스트(Mentalist) 리오르 슈샤드의 출연입니다. 멘탈리스트는 심리학을 이용해 마술을 하는 마술사나 심리학자, 독심술사 등 사고와 행동의 조종에 통달한 사람을 일컫는데 승객들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한 고육책입니다.


리오르 슈다드는 착시 현상을 이용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개척한 인물인데 시청각 착각 현상을 절묘하게 이용해 안전비디오를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합니다. 단순하고 간단하지만 재미있는 착시 현상을 이용해 안전수칙을 설명해 호평받고 있습니다.


항공사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인 항공사 중에는 유럽에 라이언에어가 있다면, 미국에는 스피리트항공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저비용항공사(LCC)가 그렇듯이 스피리트항공도 기내에 비디오장비가 없습니다. 그래서 승무원들이 직접 안전 안내시범을 보여줍니다.

미국의 스피리트항공은 안전 수칙을 노래로 만들어 승무원들이 직접 부르면서 율동처럼 시연하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미국의 스피리트항공은 안전 수칙을 노래로 만들어 승무원들이 직접 부르면서 율동처럼 시연하기도 합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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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리트항공은 안전 수칙을 노래로 만들어 승무원이 직접 부르면서 그에 맞춰 다른 승무원들이 구명조끼나 안전밸트를 매는 방법 등을 시연합니다. 처음 타는 승객들은 아주 재미있게 승무원들의 노래와 율동을 지켜본다고 합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항공은 안전비디오에 스파이더맨이 등장합니다. 신기종인 B787 기종 기내 안전비디오에 최근 개봉한 스파이더맨 시리즈 '파프럼홈'을 접목한 콜라보레이션 형태입니다. 스파이더맨이 비상상황에 거미줄을 날려 안전밸트처럼 좌석에 붙여두기도 하는 등 아주 코믹한 내용으로 재미를 더해 안전비디오에 대한 승객들의 집중도가 더 높아졌습니다.


최근 안전비디오가 지나치게 재미 위주로 제작돼 안전 수칙을 전하는 본래 목적을 상실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일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승객들의 집중도를 높이는데는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몇년 전 국내 한 항공사는 그 흔한 배경음악(BGM)도 없이 승무원이 일일이 설명하는 지루한 안전비디오가 승객들에게 외면 당하기도 했습니다. 안전을 위한 경고. 지루하고 엄숙한 것보다 이왕이면 재미있는 내용이 승객들이 더 쉽게 받아 들이지 않을까요?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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