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의료화 등 부작용 우려도…

'게임이용장애' 질병 등재, 한국서만 논란일까
AD
원본보기 아이콘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20일(현지시간)부터 스위스에서 열리는 총회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포함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게임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것과 관련해 정부부처간 이견, 과잉 진료 논란 등 이해관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다른 나라의 움직임을 포함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쟁점을 짚어봤다.


◆'게임=질병', 한국만 논란?= ICD는 국가별로 치료나 재활에 필요한 정책 방향을 수립하는 데 참고할 수 있도록 WHO가 제시하는 권고안이다. 질병등재 항목의 코드분류 여부도 각국이 판단한다. 우리나라는 복지부가 이를 수용하겠다고 공언한 반면 해외에서는 판단을 유보한 국가도 있다. 세계 게임시장을 주도하는 미국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앞서 2017년 WHO가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방침이라고 예고하자 이에 대해 유보적인 입장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해국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국은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기 때문에 게임이용뿐 아니라 도박과 같은 다른 중독요인에 대해서도 언급을 많이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13년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 제 5차 개정안(DSM-5)'에서 '인터넷 게임장애'라는 용어를 처음 제시한 미국 정신의학협회(APA)도 이 항목에 대한 과학적 연구나 근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질병코드로 분류하는 것을 보류했다.


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가 '게임장애' '게임중독' '게임과몰입'을 키워드로 국내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 721편을 분석한 결과 이를 주제로 다룬 논문을 가장 많이 발표한 곳은 우리나라(91건)였다. 중국(85건)이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미국(83건), 독일(64건), 호주(38건), 영국(37건), 프랑스(32건), 스페인(25건), 대만(24건), 터키(21건)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중국 유학생이 미국 대학에서 학위를 받기 위해 서양에서는 주목하지 않던 온라인 게임의 과몰입을 주제로 논문을 많이 작성했다"며 "이 결과물이 축적돼 한국과 중국 논문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면 게임산업 주요국인 일본은 우리나라와 중국보다 이에 대한 논의가 상대적으로 치열하지 않다. 일본 구리하마의료센터의 히구치 스스무 원장은 "닌텐도나 소니 등 거대 게임기업이 있는 일본에서는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할 경우 반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과잉의료화 논란= 게임과학포럼의 상임대표인 이경민 서울대 의대 교수는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할 경우 '과잉의료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회적 관점에서 따져볼 문제를 의사들의 활동을 빌어와 의료적 관점으로 해석하려는 움직임을 경계한 것이다. 그는 "청소년이 게임에 과몰입하는 것도 자기통제력이 미숙한 성장기에 나타날 수 있는 보편적인 현상"이라며 "이를 정신질환으로 규정해 치료나 상담을 받아야만 하는 환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새로 질병코드가 분류될 경우 한동안 의료 수가의 통제를 받지 않은 비보험 치료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은데,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진이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를 남용할 수 있다는 윤리적 문제도 제기된다.

AD

이와 관련해 복지부 산하 국립정신건강센터 관계자는 "복지부도 과잉의료화를 비롯한 부작용이 있다면 당연히 대처해야 한다는 입장"이라며 "이와 관련한 모니터링을 철저히 하고 '사용자협의처'를 만들어서 논의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