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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무능한 감독, 나쁜 감독, 이상한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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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프로 야구 이야기다. 프로 야구팀 감독은 우리나라에 10명밖에 없는 귀한 자리다. 그만큼 그 자리를 원하는 이도 많아 자주 바뀐다. 계약된 임기를 마치고 갈채를 받으며 물러나는 이가 드물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성적이다. 기대했던 성적을 올리지 못하면, 계약 기간이 끝나지 않았더라도 '자진 사퇴' 등 그럴 듯한 이유를 대며 물러난다. 성적이 최고 미덕이라는 프로 스포츠인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한 조치다.


그런 중도 하차를 하는 감독엔 여러 유형이 있다. 첫 번째는 무능한 감독이다. 포수가 감기가 걸릴 정도로 헛스윙만 하는 '공갈포'를 2번 타순에 배치하는 등 얼토당토않은 용병술과 작전을 펼쳐 보이는 이들이다. 하지만 이런 감독은 거의 없다 할 수 있다. 일단 납득할 만한 실력이 있는 이들이 감독에 선임되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나쁜 감독이 있다. 동문, 친분 등 실력과는 무관한 기준으로 선수를 기용하거나 자기 성적 올리기에 열중해 특정 선수를 혹사해 망가뜨리는 이들이 이런 예라 하겠다. 이상한 감독도 있다. 시즌 말이 다가와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려면 나머지 20게임에서 연승을 해야 하는데도, 이 산술적으로나 가능한 확률에 목을 매고 무리수를 남발하는 감독이 그렇다.


이런 감독들에 몇 가지가 더해지면 최악의 감독이 된다. 그중 하나가 광적인 팬들의 지지다. 선수 시절이나 이전에 맡았던 팀의 호성적에 매료된 '광팬'을 몰고 다니는 감독은 헛발질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의 지지에 도취돼 여러 야구 전문가나 팬들의 합리적 지적을 외면한 채 '악수(惡手)'를 고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신이 스타가 되려는 투수 코치나 타격 코치가 전면에 나서고, 성적 부진의 책임을 외국 선수 선발 미스나 전임 감독의 실책, 심지어 관중 탓을 하면 볼 장 다 본 감독이 되는 것이다.


이런 감독들의 후임은 어떨까. 그야말로 복 받은 감독이 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떨어질 데는 없고 오르기는 쉬워서다. 전임 감독에게 미운털이 박혀 2군에 묻혀 있던 선수를 발탁하고, 실력 위주로 선수를 구성하며, 코치와 선수단의 말에 귀 기울이는 등 성취 동기만 북돋워도 길이 보일 터다.

자, 그렇다면 좀 이른 감이 있지만, '팀 대한민국'의 감독 문재인 대통령의 후임은 어떨까. 적어도 전년도 우승팀을 이어 맡은 신임 감독만큼 불운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대로라면 전임자의 그늘이 짙어 돋보일 여지가 크다. 얼른 기억나는 것만 꼽아도 그렇다.


'용병(用兵)'의 흠결이 두드러진다. 낙하산 인사는 없어지지 않았고, 매번 인사청문회에선 능력과 도덕성 시비가 인다.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는데 유리한 지표만 들어 '총체적 경제 성공'이라 강변한다. 야당과 언론 탓에 이어 전 정권, 세계경제 탓을 하다못해 이제는 '복지부동'하는 공무원 타령에까지 이르렀다. 탈원전 정책은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블랙리스트'는 '체크리스트'로 '개명(改名)'하는 등 솜씨를 써가며 마이웨이다.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요금 인상으로 땜질하려는 '버스 파업 대란' 대처는 어떤가.


'위풍당당 개청춘(유재인 지음ㆍ이순)'이라는 발칙한 에세이집에 "이명박 대통령이 세상을 이렇게 만들었다고 하면 그를 좀 과대평가하는 거다"란 구절이 나온다. 아니다. 성공시키기는 어려워도 망가뜨리는 것은 금방인 것이 세상살이 이치다. 대통령이 나라를 흥하게 하기는 쉽지 않아도 골병들게 하는 건 손쉽다.


나는 부디 20대 대통령이 '복장(福將)'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그런데 정부ㆍ여당은 비판을 트집으로 몰아붙이면서 흡사 일부러 '바닥' 다지기를 하는 모양새다. '20년 집권' 운운하더니 설마 뒤를 이을 이들을 위한 장기 플랜에서 나온 심모원려일까나.


김성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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