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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기 인식 못하다 한계"…30년된 주력업종 손 못대면 성장률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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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하반기 경제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학계·금융·연구계 전문가 진단

생산성·가계부채 등 성장 필요조건 모두 비우호적

정부 '상저하고' 기대하지만 2.5% 달성 쉽지 않아

10년간 3% 성장에 위기의식 실종…신산업 못찾아

文정부 , 성장에 방점 찍고 분배와 균형 맞춰야

"정부, 위기 인식 못하다 한계"…30년된 주력업종 손 못대면 성장률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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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심나영 기자, 김민영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5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성적이다. OECD자료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8년까지 우리나라 평균 경제성장률은 3.1%였다. 지표만 놓고보면 선방해왔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정부가 주도한 건설 경기와 주력제품의 수출 호조, 꾸준했던 민간 소비가 성장률을 지탱한 요인이었다.


그러나 올해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1분기 성장률이 -0.3%(전기대비)를 기록한 것이 도화선이었다. 외부 환경에 취약한 우리나라 경제의 민낯이 드러난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을 2.5%로, 정부는 추가경정예산을 반영해 2.6%로 전망하고 있다.

한은과 정부 예상대로 올해 한국 경제 성장은 '상저하고' 곡선을 그릴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지난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본사 편집국에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전무),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 모였다. 이들은 올해 경제성장률로 2% 초반에 그칠 것이라 전망했다. 미ㆍ중 무역분쟁 격화를 포함해 상승 전환 징후가 안 보인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었다.


이날 좌담회에선 20년간 실종된 우리나라 산업 구조변화가 화두였다. 지난해 수출 품목 1위였던 반도체는 1992년에도 1위였다. 자동차ㆍ조선 등 장치산업은 1990년대부터 '주력' 꼬리표를 달았다. 바꿔 말하면 30년 된 업종으론 세계 무대에서 싸우기 힘들다는 의미다. 참석자들은 "군산을 포함한 '한국판 러스트벨트'가 증거", "IT기업 일색인 전세계 상위 상장기업에 참여할 기회를 잃어버렸다"는 분석을 내놨다. 성장률을 올리려면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복지나 건설에 정부 돈을 쓰는 게 아니라 비메모리 반도체 개발처럼 새 산업군 발굴할 대규모 투자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좌담회 주요 내용이다.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강진형 기자aymsdream@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 두 번째부터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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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중반 경제 성장률 달성이 가능한가.

▲장민 위원 = 2% 중반 성장은 상당히 어렵다. 미ㆍ중 무역갈등이 심해지고 반도체 경기가 회복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내수도 부진하다. 2% 중반이 나오려면 2분기 성장률이 적어도 1.2~1.3%는 나와야 한다. 2분기에 정부지출이 고용을 늘리고 소비를 진작시켜야 하는데 이게 안되면 불가능하다.

▲주원 실장 = 올해 연간 성장률은 2.2~2.3%를 기록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미ㆍ중 무역분쟁에서 큰 충격이 없으면 2% 초반 성장은 가능할 것이다. 기획재정부가 다음달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는데 원래 전망치(2.6~2.7%)를 수정할 여지가 있다. 그래도 한은이 예상한 2.5%보다 내리기는 어려울거다. 현실성이 떨어지긴 하지만 목표치라는 뉘앙스를 전할 것 같다. 추경으로 성장률 0.1% 포인트를 올린다고 정부가 이야기하는데 내용이나 규모만 보면 실현 가능성이 낮다.


▲김경수 교수 = 통상 사람들은 전년 대비 성장률이 0.3%포인트 정도 떨어져야 경제가 나빠졌다고 체감한다. 성장에 필요한 조건들이 모두 비우호적이다. 공급 측면에선 생산성, 수요 측면에선 가계부채가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올해 1분기처럼 '마이너스 분기 성장률'이 잠복해있다가 앞으로 불쑥불쑥 튀어나올 것이다.


▲박종훈 전무 = 한은도 하반기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고 예상했고, 그 전제 하에 성장률 전망을 했다. 그러나 중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개선되고 있음에도 한국 수출은 전혀 좋아지지 않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개선되는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은 떨어지는 괴리도 나타났다. 미ㆍ중 무역갈등에 대한 불확실성은 6월까지 갈 듯하다. IT 경기 사이클과 건설 경기 사이클이 함께 하강하고, 유가가 올라서 석유·화학이 좀 좋아지나 했더니 요즘엔 유가 상승세도 주춤하다. 원래 올해 성장률을 2.3%로 예상했는데 그것도 어렵다. 2% 초반까지 갈 수 있다.


-미국과 중국의 1분기 성장률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우리나라만 나빴던 이유는.

▲주원 실장 = 중국 1분기 성장률을 보면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가 컸다. 그런데 뜯어보면 좋다고 말하기가 어렵다. 순수출 기여도가 올라간 원인이 수출이 늘어나서가 아니라 수입이 줄어든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이건 중국의 내수 시장이 굉장히 안좋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 경제의 부진은 최근에 더 심각해지고 있다.


▲ 박종훈 전무 = 미국도 1분기 성장률이 좋았던 게 사실 재고 투자 기여도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재고 투자가 정상화되면 2ㆍ3분기엔 성장 모멘텀이 꺾일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우리나라도 작년 순수출은 나쁘지 않았지만 미중 무역갈등 파장이 작년 11월부터 나타나며 수출이 줄고, 설비투자도 함께 줄었다. 요즘 기업들을 만나보면 너도나도 기회만 있으면 베트남에 가겠다는 이야기 뿐이다. 한국에는 투자를 안하겠다는 기업 심리도 설비투자 약세를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성장률을 낮췄다.


▲김경수 교수 =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교역량이 더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장률은 3.8%에서 3.6%로, 교역량은 4.4%에서 3.8%로 낮췄다. 수출 주도 경제구조인 우리나라에게는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술 개발을 나타내는 총요소생산성 지표가 제자리걸음이다. 투자가 없기 때문에 결국 다른 국가에서 수입 수요가 엄청나게 발생하지 않는 이상, 성장률을 높이는 것은 힘들다고 본다.


-투자가 저조하고 신산업 육성이 안 되는 이유는.

▲주원 실장 = 지난 10년동안 새로운 산업이 나오기는커녕 주력 산업도 다 죽어가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중국에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유통, 제조 분야에서 우리도 모르게 튀어나온 기업들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우리나라는 제조업 생산과 정부 정책으로 버텼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토목 사업'을 벌였고, 박근혜 정부는 부동산 경기를 띄웠다. 문재인 정부는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소득주도성장을 펼치고 있다. 모두 수요 진작을 위한 정부의 일시적인 정책이다. 정부가 산업 위기 상황 인식을 못하다가 작년, 올해 한계에 부딪혔다. 일본도 장기불황에 빠지기 전에 갑자기 수출이 안되고 산업 경쟁력이 떨어져 생산력이 약화됐다. 우리도 그런 상황이다.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강진형 기자aymsdream@

14일 서울 중구 아시아경제 사옥에서 열린 '한국경제, 올해 하반기 반등 가능한가' 좌담회에 참석한 각계각층 경제 전문가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김경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종훈 SC제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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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 위원 = 10년동안 3%씩 성장하다보니 위기의식을 가지지 않았다. 차라리 10년전에 넛 크레커라는 말 처럼 중국과 일본 사이에 껴 한번 터졌으면 산업 구조조정도 이뤄졌을지 모른다. 부울경(부산ㆍ울산ㆍ경남)에서 방향 전환을 해야하는데 전혀 안되니 노동자들과 자영업자들이 죽을 쑤고 있다. 이해관계자들 간 갈등 조정을 못한 것이 구조조정이 실패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이다. 이런 것들이 해소되지 않으면 하방 압력을 지울 수 없다. 정부 재정 정책으로 성장률이 잠시 반등하겠지만 구조조정을 제대로 시작하지 않으면 성장률도 계속 떨어질거다.


▲김경수 교수= 전세계 상장 기업의 상위 목록을 보면 전부 IT기업들로 바뀌었다. 아마존부터 텐센트, 알리바마 등 중국기업들도 많이 들어와 있다. 우리는 여기에 참여할 기회를 잃어버렸다. 한국은 많은 것이 바뀌는 과정에서 소외됐다. 중국의 무역충격 여파로 미국 전역으로 러스트벨트가 확대됐을 때도, 미국에선 IT산업 덕분에 봉급을 많이 주는 일자리가 많이 늘었다. 자연스럽게 산업 구조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업 구조조정을 제대로 못 해서 제조업 침체를 상쇄시켜줄 또 다른 산업이 없다.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대한 우려도 있다.

▲박종훈 전무 = 민간기업은 시작이 공기업인 경우가 많다. 인터넷ㆍ통신 기술 확산이 대표적인 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반도체 분야 비메모리 투자에 나서겠다 했는데 성공 사례가 돼야 한다. 삼성 같은 대기업과 함께 기술 개발을 해 시너지를 내면서 신산업 영역을 넓혀야 한다.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의 대규모 투자도 필요하다. 1950년대 미국이 '아이젠하워 프로젝트'를 실행할 당시 미국의 국가 부채는 가장 높았다. 그럼에도 아이젠하워 정부는 도로를 깔고 인프라에 엄청나게 투자해서 미국 경기를 부양하고 부채도 갚아나갔다. 대규모 투자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지만, 지금은 물가도 낮은 상황이라 정부가 대규모 투자를 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장민 위원= 고령화로 인해 40~50년 뒤면 재정 건전성은 자연스럽게 나빠진다. 차라리 재정 여력이 있을 때 교육, 복지, 보건 등에 돈을 더 써야 한다. 그러면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생산성이 올라가게 된다. 이로 인해 재정 수입은 더 늘어나고 경제성장 기반도 다질 수 있다. IMF도 재정을 아끼지 말고 차라리 지금 돈을 푸는 게 장기적으로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된다고 권고했다. 지금은 보수적으로 재정건전성을 따질 때가 아니다. 무기가 있을 때 싸워봐야 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처럼 일시적인 성장률 반등을 위해 돈을 쓰자는 게 아니다.


-임기 3년차인 문재인 정부가 앞으로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인가.

▲주원 실장 = 성장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분배쪽으로 과유불급(過猶不及)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성장으로 완전히 틀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균형을 맞추자는 이야기다. 지금 경제정책을 주관하고 있는 사람들이 분배 부작용을 무시하고 분배에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무대포로 몰아부쳤다. 그렇다고 성장으로 우클릭 하면 더 위험하다.


▲김경수 교수 = 정부는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심각하게 고려해야한다. 정부가 CPTPP에 가입하는 것은 미래를 위해 꼭 필요하다. 우리가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지만, 베트남을 통해 수출하게 되면 베트남과 미국은 FTA를 맺지 않았기 때문에 원산지 규정을 따진다. 그런데 베트남과 미국과 한국이 CPTPP로 묶이면 원산지 구분없이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전자상거래를 포함한 모든 규범이 소규모 세계무역기구(WTO)와 유사해 가입만으로도 굉장히 가치 있다고 본다. 보호무역주의 하에서 CPTTP 가입이라도 해야 수출 환경을 유리하게 가져갈 수 있다. 재정정책 확장, 통화정책보다 세계 시장 점유율을 높을 기회를 찾는 게 중요하다.


사회=강희종 경제부장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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