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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비비] 경제 한류 새 메뉴, 포맷 수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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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 MBC 예능 <복면가왕>의 미국 버전이다. 여느 한국의 흔한 인기 TV 프로그램 하나가 미국을 정복했다. 이제 유럽시장까지 접수하러 나간다.


미국을 평정한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는 총 10개 에피소드로 미국 지상파 방송 폭스(FOX)에서 지난 1월3일부터 프라임타임인 매주 수요일 저녁 9시에 방영되어 매회 1000만명 이상 시청자를 매혹시켜 왔다. 시즌1 최종회는 시청률 3.6%, 시청자 수 1145만명을 기록했고 곧장 시즌2 제작을 확정해 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주문형비디오(VOD),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등 시청 성과까지 모두 합쳐 본방송과 3일, 7일 후까지를 시청 성과로 집계하기 때문에 시장 반응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보통 시청자 수가 1000만명이 넘으면 미국에서도 '대박' 프로그램으로 보기 때문에 <더 마스크드 싱어(The Masked Singer)>가 1200만명을 훌쩍 넘겼던 것은 대단한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할리우드답게 각종 판타지 캐릭터를 섭렵하며 한 벌당 2억원이 넘는 제작비까지 투입한 화려한 복면 의상과 대형 무대 스케일, 깜짝 놀랄 섭외 등이 재미를 더해온 때문이다. 내친 김에 가면무도회 본 고장 유럽까지 뻗어나가고 있다. 프랑스판 <복면가왕>은 프랑스 최대 방송사 TF1에서 유럽 진출의 첫 걸음을 뗀다. 프랑스판에 이어 독일판, 네덜란드판 <복면가왕>도 올해 안에 방영될 것으로 보인다. 잘 하면 노트르담의 꼽추 콰지모도나 독일 지그프리드, 북유럽 토르까지 민담과 신화 캐릭터들이 줄줄이 복면으로 나와 노래 부르는 로컬 콘텐츠가 전 세계에서 유행할 판이다. 정말 대단한 기세이고 반갑고 새로운 수출 패턴이다.


방송과 영화에서 리메이크 판권까지 포함해서 포맷 수출 판매를 해온 것은 벌써 꽤 되었다. 2000년도에 나온 이현승 감독, 전지현ㆍ이정재 주연 영화 <시월애>가 할리우드에 점지되어 <The Lake House, 2006>으로 재창조되었던 것이 본격적 효시였다.

무려 대 스타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이 동반 출연하며 한국 포맷의 글로벌화 첫발을 경축해 주었었다. 그로부터 10여년 만에 <The Good Doctor, KBS 드라마 '굿 닥터'의 미국 버전>이나 <Better Late than Never, tvN 예능 '꽃보다 할배'의 미국 버전> <I Can See Your Voice, tvN 예능 '너의 목소리가 보여'의 태국ㆍ말레이시아ㆍ인도네시아ㆍ필리핀ㆍ불가리아ㆍ중국ㆍ캄보디아ㆍ루마니아ㆍ슬로바키아 버전>이 <복면가왕>과 함께 연타석 홈런을 날리고 있다.


콘텐츠 포맷 수출 판매가 이처럼 확대된 것은 경제 한류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 성과로 널리 알릴 만한 일대 사건이다. 포맷(format)이란 드라마, 예능, 다큐멘터리와 영화 제작, 웹툰 웹소설 같은 인터넷 모바일 콘텐츠의 첫 단추에 해당하는 창작 기획을 뜻한다. 포맷으로 표현되어 나오는 아이디에이션(ideation)이 성사되어야 개발과 제작시스템으로 이어지는 콘텐츠 생산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의 원천 기술에 비유할 수 있는 핵심 역량이기도 하다.

미국 할리우드 초일류 방송 영상 미디어 복합그룹들과 공공 콘텐츠 종가 영국 BBC가 수십 년 동안 세계 포맷시장을 양분해온 것도 오르지 못할 나무와 같은 문화 지배력이었다. 그런 글로벌 리더십을 이제 한국의 CJ ENM, KBS, MBC 같은 군소 미디어 기업이 치고 들어오는 어마어마한 권력 교체가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광경이다.


세상을 놀랜 어떤 비결이 있었을까? 마침 지난 9일 부산콘텐츠마켓(BCM) <글로벌 공동제작 현장의 포맷 트렌드 및 유통현황>에서 발표한 민다현 CJ ENM 팀장은 동양적 감동과 Silver Generation이라는 키워드를 성공 요인으로 꼽았다. 생활 공동체 최소 단위인 팀이 꾸려지고 좌충우돌 우당탕탕 여행 해가며 동고동락하는 우애라는 잔잔한 가치가 통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실버 세대를 마음 속 깊이 존중해오는 한국적 정서가 주효했다. 치매 노인들을 기용한 <주문을 잊은 음식점, KBS>도 한국적 정서로 꾸민 실버 콘텐츠로서 보편적 포맷이자 글로벌 콘텐츠 브랜드로서 호평을 받고 있다.


대박이 난 <복면가왕> 성공이 보여주는 의미에 대해서는 직업, 연령을 초월한 노래하기(singing)라는 한국의 일상 대중문화가 전 세계 콘텐츠 수요자 욕구를 자극하기에 이르렀다는 평가까지 가져왔다. 노래하기(singing)는 역시나 현재 BTS가 퀀텀 점프를 보여주고 있는 K팝 문화 한류 전통과도 맞닿아 있다.


전 세계 무대 위에서 기분 좋게 복면을 씌워주고 있는 경제 한류 굿 뉴스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낼 때다. 더 큰 애정과 관심을 전하는 따뜻한 칭찬 박수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만 포맷 수출 이후 콘텐츠 패키징, 컨설팅 제공과 디즈니 <어벤져스> 영화 같은 완성품 수출까지 좀 더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해나가는 멋진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심상민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한국문화경제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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