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시스템 공천, 리더십 변화, 86그룹 부상 의미 담겨…"레프트 윙에서 옮겨 중앙 피드필더 되겠다"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정치라는 축구장에서 레프트 윙에서 옮겨 중앙 미드필더가 되겠다. 5월4일 진보정치의 정신적 기둥인 문익환 목사님, 김근태 의장님 묘소를 들렸다. 이제 중원에서 뛰겠다고 고백했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의원들에게 전한 얘기에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겼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회의(전대협) 1기 의장 출신 정치인. '86그룹(1980년대 학생운동을 경험한 1960년대생)'의 대표주자인 그는 여당에서 가장 진보적인 성향의 의원 중 하나다.

하지만 그는 중원에서 뛰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진보의 깃발을 내리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유연함'을 보여주겠다는 메시지다. 이 원내대표는 "원칙에 집착했던 만큼 때로는 놀라울 만한 유연성도 발휘하겠다"면서 "탄탄한 국정운영을 바탕으로 일정한 시점이 되면 비쟁점 법안 전체의 그랜드 바게닝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후보가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후보가 당선소감을 밝히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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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으로 드러난 의원들의 기류가 정책에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는 의미다. 민주당은 이인영 원내사령탑 선출을 통해 변화를 선택했다. 원내대표 경선 투표 결과는 이인영 후보 76표, 김태년 후보 49표로 나타났다. 사실상 유일한 친문(친문재인계) 후보였던 김태년 의원이 예상외로 완패한 셈이다.

이 원내대표는 "저를 선택하면 개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다양성 포용성 역동성을 갖추고 더 강력한 여당을 만들 수 있다"면서 지지를 호소했다. 여당 의원들은 이러한 견해에 화답했다.


이 원내대표를 선택한 것은 내년 4월 제21대 총선 공천을 둘러싼 포석과도 맞물려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인위적인 물갈이는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내비쳤지만 당내 기류는 달랐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신임 원내대표가 9일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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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참모 출신 인사들이 대거 총선 출마를 준비하자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서 민주당 총선 패배의 원인이 됐던 불공정 공천 논란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 원내대표 선출은 공정한 공천에 대한 의원들의 바람이 담긴 선택이다.


'이인영 원내사령탑' 시대 개막은 '이해찬 대표 원톱 체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여당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가 청와대의 정무적인 판단과 정부 정책에 반영될 길이 확대됐다는 의미다. 이 원내대표는 질서 있는 의사소통을 강조하며 당청 관계의 변화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1987년 6월 항쟁 때 이해찬 대표님을 모시고 국민운동본부에서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면서 "우리 당이 정말 넓은 단결을 통해서 강력한 통합을 이루고 그것으로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후보(왼쪽)가 이해찬 대표(왼쪽)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8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된 이인영 후보(왼쪽)가 이해찬 대표(왼쪽)와 손을 맞잡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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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그룹 시대가 열렸다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원내대표가 완승을 거둔 것은 다양한 계파에 포진한 86그룹의 지원이 바탕이 됐다. 이 대표는 총선을 마무리한 뒤 정계 은퇴 수순을 밟을 예정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22년 3선 임기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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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이끌 대표 주자와 차기 서울시장 모두 새로운 인물이 필요한 상황이다. 86그룹은 사실상 민주당의 중심축이란 평가를 받았지만 주로 참모 역할에 머물렀다. 이 원내대표 당선으로 세를 확인한 86그룹은 '참모 정치'에서 '리더 정치'로 위치 이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2020년 8월 민주당 신임 대표 선거와 2022년 3월 대선에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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