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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수입차도 디젤 안산다"…디젤車의 몰락

최종수정 2019.05.08 11:29 기사입력 2019.05.08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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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4월 수입차 디젤 비중 20%대 진입
환경규제 강화로 제조사 디젤 라인업 줄여
수입차 디젤 인증 강화로 물량 부족 영향도
"디젤車, 미세먼지 주범 누명 벗고 재평가돼야"

"이젠 수입차도 디젤 안산다"…디젤車의 몰락

[아시아경제 우수연 기자] 올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이 20%대까지 떨어졌다. 독일 디젤차가 주도하던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디젤 비중의 이 같은 빠른 감소는 충격으로 받아들여진다. 디젤차의 비중은 한때 60%를 넘는 등 수입차시장을 주도해 왔다.


8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1~4월 판매된 수입 승용차 7만380대 중 디젤차는 2만322대로, 전체 시장의 28.9%를 차지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40%선을 유지했던 디젤차 비중은 친환경차 인기와 맞물려 올 들어 2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불과 4~5년 전 수입차시장에서 디젤차 비중은 70%에 육박했다. 하지만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사태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고 지난해에는 BMW의 화재 사고가 디젤차에 집중되면서 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증폭됐다.

"이젠 수입차도 디젤 안산다"…디젤車의 몰락


디젤차가 빠진 자리는 가솔린과 하이브리드가 채웠다. 올해 1~4월 수입 가솔린차는 3만9515대 팔려 전체 시장의 절반 이상(56.1%)을 차지했으며 하이브리드는 전년 대비 25% 증가한 1만218대로 시장의 14.5%를 점유했다. 베스트셀링 가솔린차는 벤츠의 E300, 하이브리드차는 렉서스의 ES300h였다.


수입산뿐 아니라 국산 브랜드를 통틀어도 디젤차의 몰락 추세는 뚜렷하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등록 승용차 35만6543대 중 디젤차는 10만6580대로 29.9%에 그쳤다. 해당 비중은 2015년 44.5%까지 올랐으나 지난해에는 33.9%까지 쪼그라들었다.


◆ 환경 규제 변화에 따른 車업계 대응=디젤차 쇠락의 원인으로는 미세먼지 등 환경에 대한 유해성, 각종 사고로 인한 안전성ㆍ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이 먼저 거론된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또 다른 원인은 규제의 변화다. 규제가 확 바뀐 근본 원인은 2015년 '디젤 게이트'가 야기한 디젤의 유해성에 있지만 디젤이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꼬리표는 근거가 모호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종화 아주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디젤 차량이 미세먼지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사실상 가솔린차와 큰 차이가 없다"며 "오히려 유로6 규제 강화에 따른 디젤차 원가 상승으로 자동차 업체들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 비인기 디젤 라인업을 정리한 것이 디젤차가 줄어든 직접적 원인이 됐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부터 디젤 차종에 유로6 기준에 맞춘 국제표준시험방법(WLTP) 인증이 적용되면서 제조사들은 새로운 엔진을 개발하고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선택적환원촉매장치(SCR)를 추가 탑재해야 한다. 이는 차량 원가 상승을 부추겼고 제조사들이 자발적으로 부진한 디젤 라인업 정비에 나섰다는 얘기다. 지난해 현대차는 그랜저IG, 쏘나타 뉴라이즈, i30, 맥스크루즈 등 4종의 디젤차를 단종했다. 수입차들은 바뀐 규제에 맞춰 디젤차를 재단장하느라 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어렵게 확보한 물량을 들여와도 국내 인증이 지연되면서 판매로 이어지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악순환이다.


최근까지 안정세를 보였던 국제유가도 디젤차 감소를 부채질했다. 유가가 비싸질수록 소비자들은 연비를 따지게 되는데 지난해 10월 배럴당 76달러 수준이었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올해 초 42달러 선까지 하락했다.


◆ 미세먼지 주범? 디젤차의 운명은=디젤차의 운명은 말그대로 풍전등화다. 일부 전문가들은 디젤차의 명운은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와 연동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놓는다. 환경부는 자동차 제조사의 연간 저공해차 의무 판매 비중을 올해 12%에서 내년 15%까지 늘릴 계획이다. 자동차 업계가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일정 비중 이상의 친환경차를 판매해야 나머지를 가솔린, 디젤차로 채울 수 있다. 전기차 1대를 팔면 저공해 디젤차 3대를 판매한 것과 동일한 효과를 얻는다.


이 교수는 "앞으로 디젤차의 운명은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 따른 전기차시장 성장과 연동돼 결정될 것"이라며 "디젤차 축소는 강화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업계의 포트폴리오 조정 등 고민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향후 미세먼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디젤차가 대기오염의 주범이라는 누명을 벗고 재기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 보조금으로 유지되고 있는 친환경차시장은 분명 한계가 있고, 디젤을 비롯한 내연기관이 한동안 시장을 이끌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미세먼지 원인으로 공격할 대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디젤차가 스파링 상대가 되면서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며 "향후 미세먼지 원인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나올 경우 디젤의 재평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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